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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재외국민선거 준비기획단장의 고민

재외국민선거 준비기획단장의 고민 
 

 2008년 08월 26일 (화)  김제완  
 
 

만일 외국인 수천명이 한국의 선거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있을 수 없는 일같지만 진땀을 흘리며 이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8월1일 신설한 재외국민선거준비기획단의 정훈교단장이 그이다. 정단장의 고민을 따라가 보자.

한국 국적자가 외국국적을 취득하면 스스로 국적이탈신고를 해야 한다. 가까운 공관에 찾아가서 여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개의 여권을 지니는 ‘이중국적자’가 된다.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해외동포중에 적어도 수천명, 많으면 수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외국국적을 취득하는 순간부터 법적으로 한국인이 아니다. 두 개의 여권을 가지고 있어 이중국적상태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외국인이다. 만약 이 외국인들이 재외국민선거에 참여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들을 가려내어 선거를 할수 없도록 해야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걸러지지 않는다면 곧바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선관위는 커다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 불보듯하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현행 선거법에 위헌결정을 내렸다. 올해 연말까지 법을 고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이었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둘러싼 논란은 헌재결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그동안 벌어졌던 여러 논란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납세의 의무도 하지 않고 권리만 찾으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헌재는 참정권은 국민주권이어서 의무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고 했다. 현행법상 헌재의 결정을 뒤집을 방법이 없으므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논란은 분명하게 종식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재외선거 실무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170여개국의 300만 재외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인데다 한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이므로 제도적으로 준비할 일이 산적해 있다.

헌재가 지정한 시기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아 법개정을 담당해야 하는 국회가 분주할 것같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여야가 개원을 둘러싼 정쟁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으며 한나라당이 법안 하나를 발의했을뿐 다른 당은 법안을 내놓을 계획조차 없는 듯하다.

그러나 재외선거 주무부처인 선관위는 지난 달 재외국민선거준비기획단을 발족시키고 외교부와 협의를 하며 대책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위에서 예를 든 이중국적자의 선거참여 방지 외에 현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참여선거의 범위, 선거운동의 허용여부, 피선거권, 국민투표, 우편투표, 인터넷투표, 재.보궐선거, 대의제 그리고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주민투표 참여문제등이다.

이중에 인화성이 높은 것은 참여선거의 범위이다. 국회의원선거중 비례대표 선출권만 부여하고 지역구 후보 선출권을 배제한 데 대해 재외국민이 반발하고 있다. 선거관리의 어려움등을 이유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선관위도 모두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일본도 이같이 편의적으로 규정했다가 2005년 최고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뒤늦게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지난 해 6월 발의한 한나라당의 김기현의원 선거법안에는 해외 선거운동을 허용했었다. 이법안에는 현지 신문 방송에 선거광고를 내도록 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의 문제에 대해 규정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현지사회와의 위화감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기로 해서 앞으로 국회에서 논란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선거에서 처음으로 600만명의 재외국민 대표로 12명의 하원의원과 6명의 상원의원을 뽑아 국내국회로 보냈다. 우리도 올해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통일후에는 이같은 대의제를 도입한다는 부칙을 두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4년후인 2012년 대선과 총선이 있으므로 이때에 처음으로 재외국민이 참여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개헌이 합의되면 국민투표로 확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300만 재외국민을 상대로 해외투표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준비할 시간이 넉넉한 것이 아니다. 선관위 직원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김제완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