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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재외국민 참정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재외국민 참정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2008년 11월 01일 (토)  세계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올해 연말까지 재외국민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들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10월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정리된 의견을 내놓아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때 나온 한 기사에는 “지난해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에서도 여야가 각론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점을 미뤄볼 때 이번에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선거대상자에 영주권자를 포함할 것인가 여부, 지난 대선부터 실시할 것인가 여부를 두고 여야가 대치했다. 그런데 영주권자를 배제하면 안된다고 헌재가 결정했으며 지난해 대선은 이미 물건너갔고 다음 선거에서부터 실시하면 되는 일이다. 결국 두가지 큰 쟁점들이 모두 해소됐다.

남은 과제는 대부분 기술적인 것이어서 선관위 재외선거준비기획단이 바쁘다. 우편투표와 공관투표, 선거사범처리, 이중국적자 제외방법등 방법을 강구해왔다. 앞으로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더라도 여야가 치열하게 맞설 쟁점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권의 정치적인 행위들이 문제다. 자칫하면 배를 산으로 이끌 것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먼저 꼽을 것은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이다. 헌재결정문은 주민등록여부에 따라 재외국민을 가르지 말라고 하여 영주권자들이 포함되도록 했고, 참정권은 기본권이어서 납세와 국방의 의무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7월15일 18대국회 처음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한나라당 유기준의원과 8월4일 상정한 민주당 강창일의원은 선거참여대상자에 영주권자를 제외해 재외동포들을 놀라게 했다. 10월15일 보도에서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납세 없는 대표 없다”며 납세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9일 병무청국감장에서 홍준표 의원은 참정권이 주어졌으니 이제는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정치권의 정치적인 발언은 계속 이어진다. 거주지역의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일을 결정하는 대표들을 선출하는 것이 지방선거이다. 외국동포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주민자치’라는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장윤석의원은 8월 26일 2010년 지방선거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해외표가 자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한 발언이다. 박준선의원은 8월26일 처음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좋은 일하고 욕먹는 우를 범했다. 투표대상자에 300만 재외국민은 제외하고 국내거주 재외국민 1만명에게만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18대국회 들어서 10월까지 재외국민 참정권을 규정하는 5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한나라당은 3개 무소속 1개인 반면 민주당은 1개의 법안을 냈다. 그런데 민주당은 강창일의원이 불구의 법안을 냈을 뿐 후속법안이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해외표는 보수적이어서 한나라당 표라고 보고 포기하겠다는 것일까?
 
10월16일 자유선진당은 논평에서 재외국민투표권을 실시하면 “과열된 선거전으로 재외국민간 파벌조성이나 화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때면 어느사회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재외동포에게만 이런 이유를 들이대는 걸까. 17대국회에서 발의된 9개의 법안중에서 유일하게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은 국회의원선거중 지역구의원 선출권까지 보장하는 법안을 냈다. 그런데 18대로 넘어오면서 이 사실이 전달이 안된 것일까? 10월15일 박승흡대변인은 "재외국민의 지역구 의원선거 투표 참여는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지켜보자니 300만 표를 두고 정치권이 서로 먹이다툼을 하는 것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이제 재외국민이 유권자가 되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정치세력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제완기자 toworld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