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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한겨레] 중단된 해외동포 선거권 다시 실시돼야

비민주적인 동기에서 중단된 해외동포 선거권 다시 실시돼야 
 

 1997년 08월 08일 (금)  한겨레  11 
 
 
헌법재판소가 국내 거주자에게만 부재자 투표를 허용하고 있는 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에 대해 심리를 서두르고 있다.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해외 일시 거주자 27만여명과 재일동포 66만명등 93만명이 12월 대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게 돼 대선 정국에 작지 않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통합선거법도 "20살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선거법은 군인 경찰관 병원·요양소 입원자 교도소 재소자 등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체류자의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투표 방식은 위헌이거나 적어도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

신한국당이 재외 국민의 부재자투표 허용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선관위에 요구했으나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우편투표든 해외공관 투표든 투표용지를 작성하고 회수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국내 부재자투표의 경우 참관인이 엄격하게 감시하는 데 반해 해외에서는 현적으로 투표관리가 어려워 투표 결과에 대한 시비의 소지가 클 뿐아니라 선거기간이 길어지면 선거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도 6, 7대 대통령 선거와 7, 8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해외 부재자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제도가 중단된 것은 선관위가 주장하고 있는 사유 때문이 아니라 '야당에 몰표를 던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박정희 유신정권이 이를 없앴기 때문이다.

재외 국민의 투표권 보장문제는 선관위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 사항이며 입법 사항이다.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쪽이 아니라 보장하고 신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하며, 국회는 서둘러 선거 관련법을 개정해 재외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옳다. 선거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국외로 진출하는 국민의 수가 날로 늘어가는 시대가 아닌가. 재외 국민도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겨레 9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