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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국회통과 재외국민 참정권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통과 재외국민 참정권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아홉가지 문제점 헌법소원에 반영되어야
 

 2009년 03월 25일 (수)  세계로  
 
 

다음은 한국기자협회주최 재외동포기자대회 행사중 3월30일 오전에 열리는 세미나에서 발표할 목적으로 작성된 글이다. 기존에 발표한 문제점 다섯가지가 아홉가지로 늘어났다. 앞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때 유용하게 사용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필자주

주제발표 : 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 /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

"37년만에 주권을 되찾았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2월5일 국회에서 재외국민 참정권 관련법들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재외동포사회는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고 있다. 72년 10월유신에 의해 빼앗긴 표를 되찾았다는 기쁨과 환호는 잠시였고, 선거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참여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이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세계에서 115개국이 실시하고 있으니 우리는 116번째가 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늦게 실시하는 것도 만시지탄인데 많은 제한을 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여우집에 초대된 두루미에게 접시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결과가 얻어진 것은 우리 헌정사의 관행과 관련이 있다. 제헌국회 이래 선거법은 표결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법은 정치인들에게 게임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소수라도 인정하지 않는 법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각정파가 반드시 타협에 의해 법을 개정해왔다. 이번 법안 개정도 국회내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여야 동수로 구성돼 이뤄졌다.

여야간에 극적인 타결에 도달한 날은 정개특위 소위원회가 열린 1월29일이었다. 이날 마지막까지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한 안건은 추가투표소, 국회의원 지역구선거, 선상투표등 세가지였다. 시간에 쫒긴 특위위원들은 마침내 빅딜을 해야했다. 이때 서로가 주장하는 안건을 포기하는 마이너스 방식이 채택됐다. 특위위원들은 타결을 하고 홀가분한 얼굴이었지만 동포언론 기자로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필자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타협이 불가피했다면 서로가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는 플러스 방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날 낮은 수준의 타협은 앞으로 오랜동안 동포사회를 소모적인 논란으로 빠뜨릴 것을 예고했다.

이 법안대로 투표를 한다면 참여율이 대폭 낮아져 재외선거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번 재외선거에서 3%만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힘들게 표를 얻은 우리 재외국민들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선거법 재개정운동이 예고돼 있다. 2007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냈던 정지석변호사는 재일동포들의 의뢰를 받아 곧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2012년 첫 번째 선거까지 3년여는 재개정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결국 이번에 통과된 법안으로 선거를 한 차례도 치러보지도 않고 사라질 불임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헌재 재판관들도 고심해야할 문제가 아니어서 과거의 심리기간 2-3년을 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참정권 법안 논의과정에서 어느 당이 얼마나 동포들의 입장을 반영했는지 앞으로 밝혀질 것이고 재외국민 240만 표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등이다. 동포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투표방법 제한 조항과 투표대상자 제한 조항등 아홉가지를 지적한다.

1. 추가투표소 설치

공관투표소만 두고 추가투표소를 설치하지 않는 문제다. 미국 LA 같은 곳은 유권자가 수십만명이지만 투표소는 공관투표소 한 곳뿐이다. 미국내의 한국 외교공관이 10개인데 50개주를 관할하고 있다. 그러면 공관으로부터 수백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있을 것이고 이들에게는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체투표소는 허용돼 있다. 공관이 협소하거나 주차시설의 문제가 있는 경우 다른 곳에 옮겨서 실시할수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은 3월 16일 한나라당 주최 재외국민 참정권 추진실태 세미나에서 "대리투표 가능성 때문에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는 허용할 수 없다"면서도 “투표소 확대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은 추가투표소 설치에 적극적이었으며 민주당이 처음 실시하는 선거인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했었다.

2. 우편투표 인터넷투표 도입

선거부정 가능성을 이유로 우편투표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주요선진국 16개국중 미국 영국등 9개국이 우편투표만 실시하고 있고 부정방지 방법들을 개발해 놓았다. 그중 하나는 유권자가 선거인등록시에 ABCD중 하나의 문자를 선택한뒤 우편투표시 투표지에 이 문자를 기입함으로서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법개정 논의과정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우편투표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타결직전 반대입장으로 바뀌었다. 가장 적극적인 지지발언은 정개특위에 참석했던 외교부 관리에게서 나왔다. 우편투표가 실시되면 외교부 공관의 업무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김성곤의원과 김영진의원이 발의한 선거법개정안에는 인터넷투표가 규정돼 있다. 네덜란드, 싱가폴등 인터넷투표를 실시하는 나라도 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IT의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3년후에는 선거부정방지를 위한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관위는 국내에서도 실시하지 않은 제도를 재외선거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3. 선원 선상투표

선원의 선상투표를 실시 않기로 했다. 공해상을 항해하는 화물선의 선원들이 투표하기 위해서는 항로를 바꿔 가까운 항구에 정박해야 한다. 선원들이 다수 거주하는 부산 영도구를 지역구로 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팩시밀리를 이용한 선상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여야 양당 모두 이 문제에는 소극적이었다. 국회의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2월 국회중에 재논의해서 타결을 보려고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4. 국회의원 지역구선거에 영주권자 배제

국회의원 지역구선거에 영주권자를 배제할 것인가 여부는 법개정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법개정과정에서 주민등록이 있는 단기체류자들만 부재자투표 형식으로 부여하고 영주권자를 제외해 '반쪽 투표권'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다시 내면 승소할 것이 자명하다. 김영진 민주당의원이 올해 3월 상정한 재개정법안에도 이 조항이 들어있다.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의 한 특위위원은 한나라당이 추가투표소를 양보하고 민주당이 지역구투표를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하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선관위는 법개정전인 08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통해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 도입을 제안했다.

5. 국민투표 참여 배제

국민투표 참여를 배제했다. 한국에 거소신고하고 체류중인 1만여명의 재외국민만 참여토록하고 240만 유권자는 제외했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문에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참정권도 보장하라고 했을뿐, 국내체류중인 재외국민 선거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재외선거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외국민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이 문제는 공정성이나 선거관리의 어려움과도 무관한 것이어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의 안이함 무신경함을 드러내준다.

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박준선의원은 현행법상 해외투표 실시를 위한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투표법 49조는 “대통령은 늦어도 국민투표일전 18일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동시에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투표준비기간이 최대 18일이다. 선관위는 선거인등록기간을 포함해 60일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0만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선거준비기간을 더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덧붙일 것은 이 경우는 정책관련 국민투표의 경우이고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의 경우는 현행법대로 해도 준비기간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만일 18대국회에서 대통령 중임제 헌법개정을 하고 국민투표로 확정하게 된다면 재외국민들은 구경꾼의 자리에 서있게 된다.

6. 재외선거과정에서 영주권자 차별

영주권자는 단기체류자에 비해 투표과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선거에서, 영주권자는 선거인등록시와 투표시등 두차례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이 있는 단기체류자는 서면으로 선거인등록이 허용돼 한차례만 방문해도 된다. 또한 영주권자는 단기체류자와 달리 선거인 등록시 영주권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중국적자를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지만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헌법소원 대상에 넣는다면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7. 국내 정당 해외지부 합법화

민주노동당 유럽위원회, US한나라포럼등과 같이 이미 편법적인 형태로 국내 정당의 해외지부가 활동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발적인 모임을 제외한 국내 정당의 해외지부 설치에 대해 위법이라고 유권해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민주당해외모임(Democratic Abroad) 공화당해외모임(Republic Abroad)등 해외지부가 당 공식기구로 설치돼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한발 더나아가 해외당원들에게 대선후보 선출권을 부여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자국내에서 정당 지부 설치등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해외동포사회가 국내정치에 의해 과열될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앞으로 적당한 시기에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 문제

참정권은 선거권 피선거권 국민투표권으로 구성된다. 72년 10월유신 직후 대통령선거법과 국회의원선거법을 잇달아 개정해 해외부재자투표를 폐지했지만 피선거권 조항은 존치했다. 최근까지 미국동포들이 국내에 들어와 국회의원 뱃지를 달수 있었던 것은 피선거권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피선거권은 국내거주요건이 없으나 대통령선거의 경우 5년이상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5년이 계속개념인지 합산개념인지 분명하지 않다. 선관위는 지방선거의 경우에 비춰보아 합산개념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차기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방선거 피선권에는 “입후보할 지방자치단체에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80년대 선거법에는 김대중씨가 대통령 후보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계속거주 개념이 명문화됐었다. 만일 5년 거주가 계속개념이라면 5년임기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대통령에 출마할수 없게 된다.

9. 재외선거구제 도입

재외선거구를 두고 재외국민 대표를 선출해 국내에 보내는 대의제는 이번 법개정과정에서 검토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 제도는 이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이 실시하고 있으며, 점차 선진국들에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2005년 총선에서 600만 재외국민을 거주지에 따라 4개권역으로 나누어 투표를 실시했다. 이때 하원 12명 상원 6명의 의원을 선출해 본국 의회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동포들은 ‘세계속의 이탈리아당’이라는 이름의 재외동포당을 만들어 1명의 의석을 얻었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이므로 법개정을 하고 적절한 시기부터 실시한다는 부칙을 두는 것도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