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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재외국민 투표법안, 당리당략 잣대 벗어나야

재외국민 투표법안, 당리당략 잣대 벗어나야 
[서길병 기고] 헌법재판소 판결 내용 존중 국적기준 투표권 부여가 순리
 

 2009년 01월 14일 (수)  서길병  
 
 
최근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영주권자를 제외한 단기체류자에게 먼저 부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는 활동을 시작한 정개특위에서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서길병 민주당 재외동포특별위원장은 언론에 소개된 당의 입장과 달리 국적을 기준으로 해야하고 이에 따라 영주권자를 포함해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두가지 입장중 과연 어느 것이 민주당이 입장인가. 이 기고에는 이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편집자

국회정치개혁 특위가 우여곡절 끝에 13일부터 재외국민 투표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회의 초반부터 여야 간 입장 차이를 보여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현행선거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08년 12월 까지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판시했고, 국회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재외국민 투표권 법안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다.
당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는 외국에 나가있는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도 투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에서 여야 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거주국 영주권를 가진 장기 체류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미국 일본 등 거주국 영주권자도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적자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르면 이들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거주국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에게도 당연히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민주당은 영주권자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유학생이나 외국파견 근무 등 단기체류자에게 먼저 투표권을 부여하고 영주권을 소지한 장기체류자는 차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영주권자도 당연히 처음부터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영주권자를 일단 배제하고 추후에 논의하자는 취지는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경우 여러가지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혼란을 막기위해 적용범위를 다소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한 민주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지 않고 있다.

오래 전에 외국으로 이주한 영주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을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적용범위를 확대할 경우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다수의 보수 유권자 층이 생긴다는 분석을 근거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유권자는 영주권자까지 포함시킬 경우 300만명 수준이 되고 영주권자를 제외하면 100만명 정도인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 만약 여야 각 당이 재외국민들의 성향을 제대로 분석해 각 당에 유 불리를 따져 가면서 이번 재외국민 투표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밀고 나간 다면 200만명이나 되는 영주권자 유권자 층의 적용여부를 놓고 피말리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과거 대통령 선거의 당락이 30만-100만표 정도 사이에서 결정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투표권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에서 출발한다.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에 준한 것이다. 영주권자까지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근거에 결코 동의할 수도 없지만 설령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법안에 영주권자를 제외시켜서는 안된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권 법안에는 외국에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 모두에게 동시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영주권 유무로 투표권이 제한된다는 것은 또 다른 법적논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본래 열린 재외동포정책을 추구해온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이중국적이니 교민청이니 하는 것들이 민주당 역사 속에서 나온 정책들이다.
또한 외국에 장기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을 ‘무조건 보수적이다’ 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올바른 분석이 아니다. 매우 위험한 분석이다.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한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얼마든지 재외국민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앞장서는 정당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당으로 낙인찍히면 재외국민 유권자들이 불같이 일어나 선거를 통해 심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의 유불리를 재외국민 보수 진보성향으로 전망하는 것은 재외국민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재외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정당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이 문제를 놓고 각론 을박 하는 것부터 해외거주 대한민국 국민들이 객관작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권은 잊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여권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코리아를 외치며 살아가는 한민족의 수준에 걸맞는 절차와 방법을 통해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길병 / 민주당 재외동포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