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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한국] 재외동포당 뜨나


 

 2008년 03월 05일 (수)  세계로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3/h2008030622474024040.htm

지구촌시대를 실감나게 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거주 유권자들의 본국 정치 참여방법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미국 대통령 수퍼화요일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11번째 승리를 안겨준 것은 글로벌 프라이머리였다.

세계 160여개국에 거주하는 민주당원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프라이머리는 이번에 처음 시도됐으며 민주당이 공식인정한 `해외민주당원모임' Democrats Abroad 이 자율적으로 실시했다. 해외공화당원모임도 있지만 당의 인준을 받지 못해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민주당원들은 인터넷과 우편 팩스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투표소를 설치했다. 8월에 열리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 22명의 대의원을 파견한다. '독수리 여권'을 소지한 미국의 재외국민은 600만명에 이르며 '51번째 주'의 주민이라고 불린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6년 4월 총선에서 전세계 최초로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재외국민들이 부재자투표 권을 행사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대표를 선출해 본국 의회에 보냈다. 전세계를 4개의 선거구로 나누어 상원 6명 하원 12명 등 재외국민 대표 18명을 선출했다.

이 선거에서 “세계속의 이탈리아당”이 하원의석 1석을 얻었다. 이 당은 재외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선출된 의원은 400만 재외국민을 대표하여 입법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시대에 재외국민 참정권 제도도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외부재자투표를 가로막고 있는 현행 선거법은 올해말까지 개정돼야 한다. 여기서 성큼 더 나아가 300만 재외국민 유권자를 근거로 재외동포 정당을 띄우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26일 서울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 비례대표 국회의원 만들기 추진대회"를 통해 15명의 추천인사 명단을 채택했지만 각당에서 이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넣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역구에 도전한 미국동포 출신 인사 두명도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했으며 4년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했던 동포출신인사들 다수가 출마를 포기했다.

동포사회 민심을 끓어오르게 한 사건은 따로 있다. 연초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로 동포사회 숙원사업 1호로 떠오른 “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위원회 신설” 안이 오리무중이다. 인수위가 활동을 마치며 발표한 백서에도, 총리실 직제개편안에도 재외동포위원회라는 말을 찾을수 없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했던 청와대 동포담당 비서관 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한국사회와 정치권에 전달할 독자적인 정당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취임식 참가차 서울에 온 미국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승리회장은 동포들의 목소리를 한국정부에 전달할 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재외동포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현행 총선투표가 1인2투표제여서 후보와 정당을 각각 선택하도록 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해외유권자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한 뒤 정당은 재외동포의 권익을 위한 당을 선택할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합법적인 해외동포당 창당은 매우 어렵다. 선거법상 정당등록을 위해서 국내에 5곳 이상의 시·도당이 있어야 하고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하지만 국내에 재외국민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논란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수년전부터 '유럽위원회'라는 법외 조직을 띄워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뉴욕 LA 동경 북경 시드니 런던 파리등지에 해외지구당 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가면서 법개정을 이뤄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다음 총선을 목표로 한다면 준비할 시간이 적은 것은 아니다.

김제완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 toworld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