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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경향] 재외국민 참정권 ‘머나먼 길’

 

 2007년 06월 26일 (화)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6261807151&code=990304


경향신문 입력: 2007년 06월 26일 18:07:15

세계한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세계 각국의 대표 50여명은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30도가 넘는 초여름 더위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재외동포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날은 마침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재외국민이 올해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그날 심사였다. 그러나 소위원회는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하고 연기됐다. 논의의 중점 사항은 선거 대상 재외국민 중 영주권자를 포함하느냐 여부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는 주재원, 유학생 등에게 먼저 실시하고 영주권자에게는 다음부터 주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에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하자는 당론을 세워놓고 있다. 각당의 표 계산과 이해타산이 들어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법안심사소위의 무산을 계기로 올해 대선 참여는 물건너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은 가능성은 여야의 빅딜을 통한 극적 합의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헌재의 위헌결정 등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선관위가 준비기간 6개월을 요구함에 따라 12월 대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7월2일 끝나는 임시국회 중에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심의를 통과하고, 행자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불과 1주일 동안 이같이 네 단계의 숨가쁜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선거법은 늘 막바지에 타결되니 극적 합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회 앞 시위를 마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승리 회장 등 한인회장들을 만난 한나라당 의원들은 “걱정하지 말라. 여야가 합의만 하면 절차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여야 교섭 창구도,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무책임한 듯이 보였다. 국내 현실에 어두운 한인회장들을 마치 시골의 지역구에서 올라온 촌로 취급하고 달래고 어르는 듯해서 지켜보기가 민망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있는 말을 근거로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된 후 정치권의 막판 빅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과거 날치기 법안 통과를 위해서 사용했던 것인 데다 선거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켜온 국회의 전통에도 어긋난다. 이 방법을 기대하는 것도 무망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 곳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선고를 한다. 그러므로 이달 28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지켜봐야 한다. 이미 지난 1999년 프랑스의 주재원과 일본의 영주권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기각했던 헌재가 그동안 달라진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지 주목된다. 이번 주중에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떤 가능성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한 표 행사의 꿈을 위해 또다시 기다려야 할지가 결정된다.

〈김제완/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