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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한겨레] 5년마다 찾아오는 재외국민 한표의 꿈

 

 2007년 06월 21일 (목)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02091.html


  
  ▲ 김제완 / 세계로신문 대표  
 
재외동포사회에는 대선이 있는 해에 5년마다 열병을 앓는다. 세계각국 각도시에서 한국국적을 소유한 300만 재외국민들이 빼앗긴 한표를 되찾자는 목소리로 웅성거린다. 지난 72년 10월 유신 직후 해외 부재자투표를 보장했던 기존의 대통령선거법이 통일주체국민회의법으로 대체됨에 따라 한 표 행사의 길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이때 주권을 박탈당한 동포들은 아직도 유신시대에 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희망에 부풀어있다. 한나라당 3개 열린우리당 2개등 여야당에서 참정권을 보장하는 5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며 민주당과 민노당에서도 법안을 준비하며 동포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경쟁하고 있기때문이다.

과거 대선 시기에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한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 이유도 한심하다. 법안 발의의 형식요건인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지 집권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선후보들의 의례적이고 입에 발린 공약만 들을 수 있었다. 재외국민들은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풍성한 잔치상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이 문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기대가 곧 실망으로 바뀔 것같아 우려한다. 5개의 법안중 두개가 핵심인데 선거 부여 대상의 범위를 두고 갈라진다. 현재 130만 단기체류자에게만 부여하자는 열린우리당 김성곤의원 법안과 140만명의 장기체류자를 포함해 270만명에게 부여하자는 한나라당 김덕룡의원 법안이 서로 맞서 있다.

단기체류자는 흔히 주재원 유학생을 일컫는다. 요즘은 영주권을 받기 이전의 거주자들도 포함되며 이들이 중국에만 60만명에 이른다. 장기체류자는 영주권 소지자를 지칭하는데 미국 일본등에 집중돼 있다. 이밖에 400만명에 이르는 외국 국적 소유 동포들은 국내 참정권의 부여대상이 될수 없다.

제헌의회 이래 우리 국회가 변함없이 지켜온 것중 하나는 선거법에 대해서만은 날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전통이다. 선거법은 정치인들에게 게임의 룰이며 심판자의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야가 타협을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현재 130만명의 단기체류자들에 대한 부여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자이툰 부대원이나 외교관같이 국가의 명령에 의해 해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단기체류자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마땅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140만명의 영주권자들이다. 외국에서 '영주'하며 국내로 돌아올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 왜 국내선거에 개입해야 하는가부터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어 선거기술상으로 문제라는 의견까지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의 길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논란은 마땅히 거쳐야 한다.

정작 우려스러운 것은 여야 양당이 득표계산에 따라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태도이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의 법안을 받아들이면 각각 수만에서 수십만표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격이다. 유학생 주재원들은 2030 연배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보여왔으며 반대로 영주권자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안이 5개나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이같은 대립으로 인해 단기체류자들에 대한 투표권조차 성사되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부터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준비위원회라는 NGO단체가 공청회를 준비하고 재외동포 전문지인 세계로신문에서 참정권 되찾기 1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활동 시한이 오는 6월 임시국회까지 앞으로 석달여밖에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외투표를 실시하려면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므로 역산해보면 9월 이전에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기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속에 편입돼 있다.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국제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외동포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먼저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순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