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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칼럼

[칼럼] 해외동포는 왜 보수적일까

[칼럼] 해외동포는 왜 보수적일까 
 

 2009년 11월 25일 (수)  세계로  
 
 

이 글은 필자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진보의 미래" 게시판에 발표한 어떤사람이 보수가되고 어떤 사람이 진보가 되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출처 :  http://www.progress20.net/sub/sub5/view.asp?b_code=168&sid=564

지난 9월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각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했더니 강한 보수성향이 나타났다. LA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8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5명(54.4%)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설문결과 한국내 한나라당 지지율이 29%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2배에 가깝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31명(10.9%)이었는데 이는 한국내 민주당 지지도 23.9%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해외동포 사회가 보수성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응답자들은 이어 친박연대 6.3%(18명) 자유선진당 3.2%(9명) 순으로 지지하고 있었으며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없었다. 각주1))

이와 같은 보수성향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국의 선진문화를 먼저 접하며 우물안개구리 신세를 먼저 떨쳐나간 이들이라면 더 개방적 진취적 진보적일 것같은데.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새로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사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해외동포가 보수적이 되는 이유 세가지를 꼽아봤다. 

1.동결현상 때문인가

‘동결 현상’(Frozen Phenomena)은 이민자들이 조국을 떠날 때의 의식이나 정서를 그대로 갖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해외동포의 보수성을 설명할 때 흔히 거론되는 근거이다.

멀게는 박정희시대에 또는 군사정권시대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 문제에 대해서 그때의 의식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이민자 연구과정에서 나온 용어여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함부로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맞는 말일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동결현상은 과거의 환경에 입각해 있다. 이민을 떠나면서 김포공항에서 눈물바람을 했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뿌리를 뽑아서 다른 땅에 옮긴다는 뜻의 이민(移民)이란 말이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등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국내외 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계가 가까워졌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먼나라가 아니라 이웃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동결현상도 생명을 다해야 할 것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해외동포들은 보수적인 현상을 나타난다. 일차적인 이유는 이민 1세대인 50 60 세대들이 인터넷환경에 대한 적응이 높지않고 이미 생각이 굳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출신성분이 보수여서?

한국에서의 출신성분을 들기도 한다. 지금도 미국 이민 문호가 좁지만 과거에도 넓었던 때는 많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는 것자체가 특권으로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능력있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관문을 뚫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한국에 있었더라도 보수적이 될 사람이다.

미국 이민자들의 경우를 보면 이북출신들이 많다. 북한이 고향인 이들은 서울도 어차피 타향이어서 부담없이 외국행을 선택한 것같다. 이북출신들은 한국에서도 매우 보수의 아성이며 북한정권에 적개심을 갖고 있다.

3. 해외생활의 어려움

이것은 해외생활이 갖는 특성으로 설명해야 올바를 것같다. 남의 나라에서 껴붙어 사는 이민자들에게는 고국에서 살 때보다 어려운 일들을 더 많이 겪는다. 심지어 그들은 이런 아찔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해외 이민생활중에는 어려운 일을 당해도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 어려운 일을 당해서 뒤로 넘어질 때 “도와줘”라고 소리치면 국내에서는 친지들중에 누군가가 붙잡아주지만 외국생활중에는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뒤통수가 땅바닥의 돌뿌리에 닿는 아찔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하고 나면 존재에 변화가 온다. 그래서 은행잔고가 인격이다라는 말도 한다. 믿을 것은 자신의 재정능력밖에 없으며 그것이 부족해지면 인격을 지킬 겨를이 없으며 악착같은 사람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해외생활중에는 이런 일은 흔히 나타난다.

이런 경험은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의식을 심어주고 이기주의에 빠지게 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연대의식이나 나눔의 가치도 점차 약화된다. 이같은 경험을 갖게 된 사람들이 진보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외동포들의 보수성을 거론하며 원래 보수적인 사람이 나온 것일까, 아니면 외국에 나와서 보수가 된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중 전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동결현상과 이민당시의 출신성분이라면 후자의 의견을 뒷받침 해주는 것은 외국생활의 어려움이다.

필자는 이중에서 외국생활의 어려움에 주목한다. 이 조건은 매우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과거나 현재나 상관없이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동결현상은 인터넷등 통신혁명으로 고국소식이 두절됐던 시기와 여건이 크게 달라졌으며 최근 들어서는 보수층만 외국에 나가는 것도 아니다.

각주1))
지난 2월 재외국민 참정권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서 2012년 선거부터 선거에 참여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재외동포들의 성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년동안 재외국민 참정권 되찾기 운동을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먼저 위의 조사결과에 대해서 코멘트를 해야겠다. 한인회장대회 참가자들은 각도시의 한인회장들로서 대부분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 거주해온 인사들이다. 이들은 충분히 현지화되어서 그나라 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이 훨씬 넘는다. 외국국적 소지자들은 재외동포이지 재외국민이 아니어서 투표권이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의 의견이 곧바로 재외국민 투표권자의 성향으로 여겨지면 안된다. 재외국민은 주재원 유학생과 국적을 얻기 전의 영주권자들이다. 주재원 유학생들은 나이가 20대 30대가 많고 영주권자들은 40대 50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성향의 차이가 위의 조사결과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다.

김제완 기자 toworld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