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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칼럼

시사모와 파사모

시사모와 파사모 
새로운 지역주의를 위하여
 

 2007년 01월 21일 (일)  김제완  11 
 
 


한국에 사는 시카고 동포 출신들이 시사모라는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시사모는 시카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프랑스 파리 출신 동포들도 같은 업종에 종사했던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이 모임은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의 파사모라 불릴 만하다.

지난 90년대 이후 역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각나라에서 귀국하는 사람이 수천명에 이르며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돌아오는 이유도 여러가지다.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따라 굳이 외국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외국생활을 적응하지 못해 귀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귀국의 형태도 전가족이 돌아오는 경우 또는 가족을 두고 홀로 귀국하는 가장등 다양하다. 홀로 귀국하는 가장은 자녀교육때문에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와 겉모습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 이런 차이때문에 뻐꾸기 아빠라고 불린다. 역이민자라고 할수는 없지만 수년동안 외국에 거주하고 돌아온 유학생 상사주재원 출신들도 외국에 연고가 깊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과거에 거주했던 나라가 마치 고향처럼 여겨진다. 그곳에 거주할 때는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떠나와서 보면 그리움의 대상이다. 대부분 인생에서 가장 젊고 활력있는 시기를 보낸 시기여서 더 간절하다. 이들이 만나면 과거 특별한 시기의 추억을 공유할수 있어 반갑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의 자리는 향우회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새로운 지역주의의 태동이라고 볼수도 있다.

과거 우리 역사의 질곡에서 파생된 호남 영남등으로 구분된 지역주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인 공동체에 분열과 고통을 주었다. 그에 반해 재외동포 출신들의 향우회는 과거와 달리 즐겁고 신나는 축제의 장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고 북한에 가로막혀 사실상 외국과의 국경선이 없다. 이때문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제경험이나 세계 감각이 뒤떨어진 편이다. 그러나 외국 각나라에서 10년 20년씩 거주한 사람들은 온몸이 국제환경에 젖어있던 사람이다. 전세계 각나라 각도시의 문화에 세례받아 반쯤은 그나라 사람이 된 한국인들이다. 이들의 모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아진다. 이들의 경험을 한국사회의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

얼마전 아르헨티나 출신의 한 동포가 서울에 와인바를 냈다.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보면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내용이 엿보인다. 아르헨티나 주재 외교관 출신의 노신사들이 여럿 보이고 역이민한 동포들과 주재원 유학생출신들 그리고 서울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인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채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서울 하늘아래 아르헨티나에 대해서 가장 잘아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들의 전문성을 한국사회가 눈여겨 보아야 한다.

한국에는 1천여명의 프랑스인들과 160여개의 프랑스 기업이 진출해있다. 주로 상사주재원과 그 가족들인 이들은 서울 서초구에 서래마을이라는 프랑스타운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한인회처럼 프랑스인협회를 결성하고 회장도 선출한다. 프랑스 정부가 각나라 프랑스인협회를 관리하고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다. 이들 재한 프랑스인들과 재불 한국인 출신들이 만나 어울린다면 서울속의 작은 프랑스가 탄생하게 된다. 이같은 새로운 공동체는 한국사회를 각나라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요즘 700만 동포들이 우리민족의 자산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뿐 아니라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돌아온 동포들 역시 이처럼 한국사회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자원이 되고 있다. 동포들은 어디에 있거나 우리 민족의 보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