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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기사

[2008재외동포정책토론회] 김승리총회장 발표

한미양국 상호이익을 위한 미주한인동포의 역할 
 

 2008년 01월 17일 (목)  동포정책토론회  
 
 

<재외동포정책토론회 주제발표>
김 승 리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우리나라 인구 세 명 중 1명은 8촌 이내의 친인척 중에 재외동포가 있는 것으로 재외동포재단에서 의뢰한 설문 조사에 나타났다고 한다. 혈연을 떠나 지연과 학연까지 고려한다면 대한민국 국민과 재외동포와는 더 강한 연대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모국과 혈연이나 지연, 학연의 연계성으로 끝나지 않고 상호 공존, 공생하는 하나의 공동체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의 상황이다.

지난 IMF로 모국의 상황이 어려울 때 재외동포들의 달러 보내기 운동은 모국을 어려움에서 구하는데 크게 일조를 하였으며 거꾸로 지난 1992년 LA 폭동으로 인해 수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을 때 모국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은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해 4월에 한인 유학생에 의한 버지니아텍 참사가 발생하자 재미동포 사회는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집단 죄의식을 느끼고 충격과 슬픔에 잠기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재외동포와 모국과의 관계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로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며 경제적 및 정서적으로 강한 연대감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글로벌 시대, 국제적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해외동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할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모국 정부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혁신적이며 개혁적인 재외동포 정책 수립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모국 정부에 요구에 앞서 250만 미주한인동포는 스스로의 역할은 무엇이며, 소수민족 이민자로서 민족적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여 2세, 3세 후손들에게 이민 역사를 이어가게 할 것 인지, 우리가 혁신해야 모습들은 무엇인지 등 강한 비판과 변화를 통해 미주한인동포사회의 또 다른 100년을 향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주한인동포의 역할을 크게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3가지로 구분하여 시대적 요구 사항과 실천 사항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미주한인동포의 정치적 역할

“해외 동포들은 국가적 자산”으로서 거주국의 발전과 모국의 발전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특수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모국과의 관계에 상호간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일예로 한미관계에서도 미주동포사회는 또 다른 삼각축을 형성하면서 한미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거나 올바른 한미관계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

이렇듯 미주동포는 한,미 양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한인 유권자들로 구성된 이해 집단을 만들어 모국에 이익이 되는 정책에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서 해당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결집된 힘을 만들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을 대변해 주는 공조의 역학관계를 가져야 한다.

미주 한인사회도 100년이 넘는 미주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유권자의 권리 행사를 통한 정치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지난 1992년 LA 폭동으로 인해 인명 및 엄청난 재산 피해를 본 한인 사회는 정치력의 부재가 얼마나 끔직한 비극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폭동 이후 한인 동포사회에 가장 크게 대두되었던 이슈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시민권 취득을 통한 정치력 신장이었다. 그 이후 매년 시민권을 획득하는 한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선거 참여율은 아직도 미비한 상황이다.

미주지역에 2백5십만 명을 넘는 한인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미 시민권자로서 선거를 할 수 있도록 등록된 유권자의 수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되는 2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인구가 70만이 넘는 로스앤젤레스 지역도, 남가주에 등록된 유권자들의 수가 불과 8만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지난 2000년 인구조사 결과 집계되었다. 게다가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지방선거에서는 10%미만, 대통령선거에서도 50%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가 되어, 소수 민족으로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정치력을 발휘하기에는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 한인 유권자의 수적 확대와 투표 참여율 증대는 무엇보다도 우선 시 되어야 할 우리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병행해 실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한인 정치 지망생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 지원을 제도화 하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재미한인 유권자들이 로비 활동을 전개함으로서 미국 국회에 친한파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인 1세, 2세 정치인 양성은 장기적 안목에서 필히 요구되는 요소이다. 이를 위한 미주한인사회와 모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주한인동포사회는 과거 독재 시절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민주화 정권이 탄생하면서 모국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통일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중국적 및 참정권이 허용된다면 모국의 정치 발전에도 큰 몫을 하리라 확신하며 아울러 모국과 거주국 사이에서 양국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담당하는 재외동포의 지위를 모국 스스로 향상 시켜주고 인정해 준다면 반사적으로 얻을 모국의 이익은 더 커질 것임을 확신한다.

2. 미주한인동포의 경제적 역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인부로 시작한 미주 한인 이민을 제1기로 본다면 이 시기는 1차적인 단순 노동의 제공이었고 1960년대 시작된 전문직 종사자들 및 미국 유학생들을 필두로 문을 연 제2기 이민 역사는 미주한인 엘리트들을 양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은 한국이 산업화를 시작한 1960년대 말 모국에 돌아가 각 분야에 브레인 역할을 하며 한국 중공업화를 통한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후 시작된 가족 단위의 이민과 엘리트로 분류되는 고학력자의 이민을 통해 숫자가 늘어난 한인사회는 초창기 뷰티 서플라이나 세탁소, 리커스토아 등 소규모 사업으로 시작하였지만 근면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 한인 경제는 지난 30-40년 동안 부동산, 금융업, 제조업, 무역업,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미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할 만큼 경제적 위상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250만 미주동포들이 소비하는 한국 상품만으로도 한국중소기업들은 미주한인동포사회를 미국 내 별개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주한인사회는 그들의 미주 수출의 전초 기지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대기업 및 재벌 중심의 수출 정책을 추구하면서 대량 주문을 하는 미국 기업들과 연계를 맺어왔던 반면 중소기업 형태의 한인 동포 운영 기업들을 기피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재외동포재단 주최의 세계한상대회 이후 많이 개선되어 한국 기업들도 현지 사정에 밝은 해외 동포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함께 성장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모국 정부에서도 모국 기업과 세계에 퍼져있는 재외동포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더욱 역점을 두어 상부상조, 공생 공존의 정책 개발을 통해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인천 송도 신도시 개발 등 각 지방자치제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미주한인들 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팀들의 방문이 잦아지는데 이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 보다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들도 개발되어야 할 것 이다.

3. 미주한인동포의 문화적 역할

재외동포들은 거주국에 모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역사를 알리는 최전방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 미주 각 지역에 한인사회는 한인회를 주축으로 3.1절과 광복절 기념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우리 민족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 맞춰 한인사회가 함께 모여 축제 형태를 통해 미주 한인2세, 3세들에게는 민족적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특히 미 주류사회에도 우리의 전통 문화와 풍속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문화 전달에 미주동포의 가장 큰 공헌은 미국의 대학 시험인 SAT II에 한국어 과목을 추가한 일이라 하겠다. 한글이 유엔 공용어도 아니고 강대국 언어가 아님에도 미국 대학 시험과정에 정규 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250만 미주한인동포사회가 건제하고 미국 내에 모범적인 소수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 전 지역에는 한인 2세들에 대한 뿌리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주말에 한글과 한국의 문화 역사를 가르치는 한글학교 및 한국 학교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

최근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주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이 더 큰 잠재력을 가지려면 미국 주류사회에 직접적인 홍보도 중요하겠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미주동포들을 첨병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하며 미주한인 2세, 3세들이 한국 문화와 전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국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미 주류사회에도 한류 열풍이 동남아에 부는 영향력 못지않게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4. 결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미주한인사회는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하였지만 소수 민족으로서 미 주류 사회 모든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태인 사회와 같은 한 단계 성숙된 소수민족으로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250만이라는 미주한인동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의 운영이 필요하다.

다행히 한인동포들이 퍼져있는 세계 각 거주국에는 그 시작은 크게 일제시대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작게는 이민자간의 친목과 고충을 서로 나누는 형태로 모임을 가졌지만 한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지역 한인들을 대변하는 봉사단체로 자리를 잡고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회”를 가지고 있다.

비록 한인회가 동포사회를 위한 여러 일들을 수행해 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도 많지만 지역에 따라

그 맡은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한인사회를 위한 한인회인가 한인회를 위한 한인사회인가?
과연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있는가?
왜 2세들의 한인회 참여를 이끌지 못 하는가?
한인회장 선거에는 왜 그리 많은 법정 시비를 초래하는가? 등

부정적인 시각의 문제점도 가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 한인회가 앞에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하나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단체로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아울러 세계 각 나라의 한인회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일관성 있고 통일된 시스템과 정책을 가지고 700만 재외한인 동포사회를 이끌어 간다면 재외동포가 가지는 잠재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엄청남 힘을 발휘하리라 확신한다.

미주한인사회의 경우 투표권 행사를 통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한인회가 실정법상 정치단체가 아님에도 현실적으로는 정치 단체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주국만이 아니라 한국에 갖는 정치적 영향력에도 순기능이 있다. 해외동포들의 실상을 한국 정부와 사회에 효율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한국과 해외동포의 거리를 좁히고 해외동포와 한국정부와 사회의 진솔한 관심과 이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미래 지향적 정책 또는 시책을 유도할 수 있다. 결국 재외동포의 이중국적과 참정권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인회는 거주국에서 뿐만 아니라 모국에 대해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되며 한국 정부가 동포 정책을 중시하면 할수록 한인회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미주지역에는 총 50개주에 8개의 지역 연합회 그리고 157개의 지역한인회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총괄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있다. 올해는 그 창립 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각 지역 한인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앞부분에서 언급하였듯이 각 지역 한인회의 역할 수행만으로 이룰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하나 목소리가 합쳐질 때 퍼져나가는 강도가 커지듯이 미주한인사회의 요구사항을 강도 높게 피력하고자 할 때는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인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었듯이 각 지역한인회를 통합하는 미주총연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시각 역시 존재함을 잘 알고 있다. 미주총연 역시 반성과 개혁을 통해 총연합회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정확히 파악하여 “일관성 있는 목표와 계획을 통해 일하고 실천하는 미주총연‘으로 탈바꿈한다면 모국과 거주국에 무한 공동의 이익을 줄 수 있는 미주한인동포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내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 세계는 지금 하루가 다르게 좁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세계 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모두는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외교관 및 어느 문화 사절단 보다 더 훌륭하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재외동포간의 한민족 네트워크를 통해 상생 협력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인 동시에 후세들에게 위대한 한국인 시대를 열어주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각 지역 한인회의 활약을 기대하며 특히 미주지역의 157개 한인회의 네트워크화를 마치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미주총연이 해외 한인 네트워크 형성에도 선도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