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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언론현황취재

고생한 사람이 남 돕는다

고생한 사람이 남 돕는다

[동포언론현황취재 -북미주] 워싱턴 한민족센터 김영자 부이사장

워싱턴=김제완기자  |  oniva@freechal.com

승인 2005.06.15  00:00:00

▲ 워싱턴 한민족센터 김영자 부이사장
 
워싱턴 근교의 군부대 앞에서 21년동안 군복수선을 해오고 있는 김영자씨(63)가 동포들을 위한 한민족센터를 만들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한 길에 김씨가 일하는 옷수선점을 찾아가 취지와 추진 경과를 알아보았다.

김씨는 이미 8년전에 워싱턴 근교 로턴 지역에 15에이커(2만3천평)의 부지를 마련해 한민족센터의 초석을 놓았다. 신규이민자를 대상으로 옷수선 기술을 가르쳐주면서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돼 이들이 주말에 쉴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김씨의 가게 뒤편에서 구두수선소를 경영하는 이정우씨와 뜻을 같이 하고 힘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소박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이름을 한민족센터로 바꾸면서 규모와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이정우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울에서 '한민족센터 건립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문동환목사에게 이사장 자리를 내주고 김씨는 부이사장직을 이정우씨는 집행부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문성근씨를 홍보담당으로 김근태 복지부장관을 건립위위원장으로 모셨다. 이미 3년전에 센터 추진사무실을 마련해 상근자도 두고 있다.

김씨는 센터건립을 위한 부지를 구입하기 위해 재봉틀 옆에 노란 저금통을 놓고 10년동안 잔돈을 모았다. 점포의 월세가 부족할 때는 남에게 빌려쓰는 한이 있어도 이 저금통에 있는 돈은 꺼내쓰지 않았다고 한다.

가게 입구 벽에 붙어있는 부대휘장(패치)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 사진) 21년동안 모았더니 1천여개에 이른다. 이집의 보물이다.

김씨는 이 부대에 근무하는 일등병에서 대장까지 자신이 진급시켜준다. 진급자들이 새 계급장을 달아달라고 찾아오기때문이다. 그가 계급장을 붙여준 군복을 입고 이라크전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1년 넘게 얼굴이 안보이면 전사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서울에서 노라노양재학원 2회졸업생으로 재봉틀만진 지 40년 됐다. 지금도 100년전에 만든 재봉틀을 사용한다.

겉보기에는 사회사업을 하는 큰손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지난해 펴낸 자서전 ‘노란두부 저금통’을 읽으면 이루말할수 없는 역경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다. 

브라질 상파울로에 어린딸을 데리고 이민왔지만 남편은 생활능력이 없어 김씨가 두 딸을 키우면서 생활까지 책임져야 했다. 브라질에서 12년동안 살다가 84년 미국에 와 불법체류자로 생활하는등 갖은 고생을 했다. 김씨의 주위에서는 모진 인생경험이 한민족센터라는 남을 돕는 큰 사업에 나설 힘이 되어준 것같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