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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자전거래 금지하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1302059025&code=99030

"해외에 파견근무하는 40대 남성입니다. 예전의 오일머니 벌러 나오신 선배님들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지난 4년간 해외에서 열심히 근무하며 악착같이 근로소득 저축해서 1억 모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제가 서울에 아파트를 샀더라면 앉은자리에서 2-3억을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귀국을 하기가 싫습니다. 살고싶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한푼두푼 생활비 아낀 사람들은 바보되는 현실이 너무 싫습니다. 특단의 조치 부탁드립니다."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에 아파트 자전거래 금지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이달초부터 10여건이 올라왔다. 3천명이 넘는 국민의 추천을 받았는데 그중 한사람이 쓴 글이다. 이외에도 절절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집값 때문에 국민의 절반이 우울증 걸리겠어요." "집값이 출생율 감소의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비하면 비트코인은 코묻은 돈이라는 의견도 보인다.

새정부 들어서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고 금융을 조이면서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경제법칙에 따르면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오히려 폭등하고 ᅠ있어 보수적인 경제 전문가들조차 놀라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던 터에, 지난 9일 국토부는 그동안 제기됐던 자전거래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체가 드러나면 서울집값 폭등의 의문이 풀릴 수 있다.

부동산거래 신고등에 관한 법률에는 계약체결후 60일 이내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있다. 신고 가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서 누구나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계약이 파기되어도 신고가격이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허점을 이용해 투기세력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하여 신고하고 그 직후 파기하는 방법으로 국토부 통계를 조작해왔다. 이것을 스스로 회전한다 또는 자가발전이라는 뜻의 자전거래라 부른다.ᅠ

놀라운 것은 부동산거래법에 처벌조항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때문에 조작가담자들은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을 것같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 2006년 부동산거래법이 제정된 이래 국토부 관리들이 실거래가 시스템의 법적 관리자였으니 이같은 편법거래를 몰랐을 리가 없다. 미리 법의 허점을 보완해서 주식거래의 경우처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해야 했다. 필자는 국토부 관리들이 자전거래를 묵인 방조해왔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뒤늦게마나 국토부가 자전거래를 조사한다고 했으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조만간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국가제공 통계에 의존하여 주택매매거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이 있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손실을 입힌 셈이 된다. 국민과 국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할 시민단체가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 만회할 기회이다. 국가를 믿었다가 손해본 국민들을 대리해서 국가배상법 집단소송을 이끌어 주면 어떨까.

자전거래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적지 않다. 자전거래의 흔적인 계약취소 사례가 확인되면 삭제하지 말고 옆에 허위라는 표기를 붙여달라는 요구도 있다. 그렇게 하면 시장이 어떻게 조작됐는지 불보듯이 볼 수 있게 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이 시장교란 현황판이 될 것이다. 가격폭등의 원인중 하나가 투기세력의 조작행위임이 확인되면 과열된 주택시장이 진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는 대비도 해야한다. 집값 폭등을 냉가슴 앓듯 바라보기만 했던 무주택 서민들의 박탈감 상실감이 분노의 행동으로 터져나올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