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니바

"투표권 되찾기에 교민들 저력 한데 모아야"

"투표권 되찾기에 교민들 저력 한데 모아야" 
 

 1997년 07월 21일 (월)  오니바  111 
 
 

재외국민 선거권 되찾기 캠페인 ▶ 이부영의원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청원' 국회 제출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막힌 것은 지난 72년 10월 유신부터의 일이다. 당시 유신독재체제가 교민사회의 반정부 야권성향을 염려하여 선거권을 박탈한 것이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던 전세계 5백 30만 재외동포들의 숙원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영국총선을 둘러보고 귀로에 빠리에 들른 민주당 이부영의원은 빠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외국민 선거권 되찾기 움직임을 전해듣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뒤 교포 1백38명이 서명에 참여한 청원서가 작성되어 지난 6월9일 국회에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청원은 헌법상 국민의 평등권과 참정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법률인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해 제한되어 왔던 재외국민의 실질적인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법상의 관련조문을 개정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1차적으로 단기체류 재외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은 이 청원서가 성공적으로 입법화될 경우 금년 말부터 29만에 이르는 재외공관원 및 유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 9일 이부영(민주) 의원은 해외동포 1백 38명으로부터 서명받은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를 계기로 해외동포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유럽과 미주를 돌아보며 교민들을 만난 후 재외국민 선거권보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힌 이의원은 청원을 통해 '헌법에 국민의 평등권과 참정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법률인 <공식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의 관련 조항에 의하여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이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조항을 정비, 1997년 12월 18일 실시되는 제15대 대통령선거부터 투표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의원에 의하면 선거인 명부작성, 부재자신고 등 행정실무상의 편의를 위한 선거법 관련조항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제한당함으로써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 제11조와 참정권을 보장한 헌법제24조에 배치되는 위헌소지가 있으며 선거권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는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6조(선거권 행사의 보장)와 제15조(선거권)가 선거권을 제한하는 제37조(명부작성) 및 제38조(부재자신고)보다 선행하므로, 동일법률에서는 선행조항이 우선한다는 법률 원칙에 위배되고 동법 제16조에 의해 피선거권은 국내 거주 여부에 상관없이 25세(국회의원) 및 40세(대통령) 이상의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선거권과 피선거권 사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현행제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화 시대를 맞아 재외국민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으며(95년 현재 해외동포 530만 단기체류자 29만) 민주주의 선진국 대부분이 재외국민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의 클럽이라고 하는 OECD에 가입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향상된 지금 유신독재시대의 유물 중에 하나인 관리적 통제적 교민정책에서 탈피하여 통일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개방적 교민정책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실무상의 어려움과 예산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부응하지 못하는 처사로 어느 정도의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한편 선거권을 부여하게 될 재외국민의 범위문제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주민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이중국적을 갖지 않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장기간 국외에 거주한 재외국민의 경우에는 현재 거소 및 이중국적 보유 여부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1단계로 현재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으며 거소 파악이 용이한 재외공관원 상사주재원 유학생 장기여행자 등과 주민등록은 되어 있지 않으나 선거일 현재 재외 거주 5년 이하의 재외국민중에서 선거 참여 의사와 이중국적을 보유하지 않았음을 현재 거소 관할 재외공관에 신고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출국 직전 주민등록지 관할 선거구에 명부를 작성토록하고 2단계로 선거일 현재 재외 거주 20년 이하의 재외국민중에서 선거 참여 의사와 이중국적을 보유하지 않았음을 현재 거소 관할 재외공관에 신고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출국 직전 본적지 관할 선거구에 명부를 작성토록 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이의원은 97년 실시되는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1차대상을 선거권 행사의 범위로 할 경우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37조(명부작성) 및 제38조(부재자신고)를 비롯한 관련 조항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한 재외국민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선거의 범위 문제에 있어서는 재외국민의 이중국적 보유여부, 현 거소, 출국 직전 주민등록지 및 본적지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행정실무상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일단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줄 수 있도록 전국 규모 선거인 대통령선거를 1차 대상으로 하고, 관련 자료들이 정비 되는대로 국회의원 선거까지 확대해 나가도록 해야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장 및 의원 선거 등 지역 규모 선거는 재외국민이 지방자치단체와 구체적 특정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으므로 선거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해도 무방할 것으로 밝혔다.

끝으로 이의원은 투표 및 개표 방식 등 절차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선거인이 지명한 대리인이 투표권를 대행하는 대리인투표 제도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문화 수준에 비춰볼 때 선거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부재자우편투표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편 송달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선거기간을 넘어설 수 있고, 국제 우편 사정이 좋지 못한 지역은 원활하게 투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사관 또는 영사관 등 재외공관이 있는 지역에 현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재외공관 직접투표를 실시하고, 재외공관까지 직접 나오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는 인접 공관으로 부재자우편투표를 하도록, 재외공관 직접투표와 부재자우편투표를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주로 하는 이번 청원에는 미국 55명, 프랑스 29명, 중국 10명, 영국 15명, 일본 28명 등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원은 관련 상임위인 내무위에 올려져 심의를 받게 되며 그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입법절차를 밟게 된다고 한다.

이 청원이 성공적으로 입법화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제반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 빠른 시일 내에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될 것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분위기이다. 이부영의원도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통과대 12월 대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했던 67년 제7대 및 71년 제8대 대통령선거 때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는데 앞장섰던 이가 바로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 현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청원이 입법화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한편 정부나 정치권도 재외국민 선거권 회복문제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원도 "지난 9일 국회에 청원소개를 할 때 여야의원 12명도 함께 서명했다"며 "여야 모두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내일신문 7월 2일자). 현재 여야 모두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는 상태이지만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외국민문제를 담당하는주부처인 외무부도 한국국적이 없는 외국적자가 아니라면 투표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선거실무를 관장하는 중앙선거 관리위원회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인 법적 검토결과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단기체류자에 한해 투표권을 주는 문제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원의 구상대로 법개정이 이뤄진다면 96년도 집계 총 530만 재외동포중 29만에 이르는 단기체류자들이 금년말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된다.

이번 청원을 통해서 부각된 재외국민 선거권 문제에 대해 해외교포들의 민족 정체성 확보와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원은 "미,일,중,러 4대 강국에 몰려있는 5백30만명 교민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투표권은 이들에게 원대한 민족장래를 꽃피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해외부재자 투표문제가 단순한 투표권 되찾기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해외교민정책을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진보적인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대부분그동안 정부가 교민을 짐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민족의 자산으로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스라엘이 유태인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듯이 우리 정부도 해외교포의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이에 따른 투표권까지 인정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