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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바

선거권 되찾기, 당사자인 재외국민이 앞장서야

선거권 되찾기, 당사자인 재외국민이 앞장서야 
 

 1997년 06월 01일 (일)  오니바  11 
 
 

오니바 지상중계 ▶ 유신 이후 부재자투표는 국내 거주자만의 권리

97년 6월

 
 

 
재외국민 투표권 부재는 한국정치권의 직무유기이자 해외동포 당사자들의 주권의식 부재에 원인 있어... 해외에서 여론 형성하여 국내정치권에 압력가해야

재외국민도 한국 국적을 지닌 한국인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외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호에 나간 오니바특집기사로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거나 새롭게 인식하게된 교민, 유학생이 적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잃어버린 선거권을 되찾는 일은 어느 누구도 아닌 당사자,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는 각자의 생활에 붸긴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

오니바는 교민신문으로서 '선거권 되찾기'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이 문제를 계속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지난 3월8일 저녁, MBC 시사매거진 25 80팀의 주선으로 열렸던 좌담회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참석자: 장인성(장치과 원장) 김제완(오니바 편집인) 최관규(빠리10대학 정치학) 김태수(빠리정치학회 회장) 김영정(빠리2대학 행정학) 윤강재(빠리2대학 행정학) 전학선(빠리11대학 법학) 민향숙(EHE SS 정치학) 윤기석(빠리1대학 정치학) 홍순관(MBC 시사매거진 2580 담당기자) 장소ː오도리 식당


== 오늘 이 자리는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전에는 헌법소원 절차를 통한다던가 해서 이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 사실 이전에는 헌법소원이라는 제도 자체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87년에 개정된 헌법 이후에야 비로소 헌법재판소가 자리잡게 돼 헌법소원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전에야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지요.

== 해외에 체류하는 저희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이 분명한데 선거권이라는 주권행사가 제한되어 있어 사실상 소외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왜 한국 국민인 우리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국민의 참정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명시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항을 근본적으로 검토한다던가 하는 작업으로 재외국민 참정권을 제도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저는 얼마 전에 이 사실을 알게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곳에 살고 계신 지 오래되는 분들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해외에 나오면 부재자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 전혀 몰랐어요.

==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 교민 유학생 가운데 지금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 글쎄요. 저 같은 경우는 막연히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 그러면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단지 구경꾼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 지금처럼 헌법이 재외국민의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서 국민으로서 당연한 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고요.

== 해외로 나오기 전이나, 나온 후에나 이 문제를 생각해볼 계기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생각이 빼앗긴 참정권 문제에 미치지 못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위 독재정치권이 오랫동안 자행한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작업의 결과로 나타난 정치 문맹상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주권을 가진다는 사실은 누누이 배워왔지만 선거권이라는 중요한 권리를 박탈당하고도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자신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독재정치에 희생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 자꾸 그런 얘기 하니까 선거권 안 주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일동 웃음)

== 이제 우리 나라도 세계 12위의 경제국이 됐으니 세계 속의 한국을 생각해야할 시기입니다. 이것은 참정권 문제하고도 연결됩니다. 단지 주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나가있는 국민들을 잘 결집시켜서 국가의 힘으로 연결시켜야한다는 목표가 정해진다면 저절로 해답이 나오는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국가가 왜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을 주어야 하는가, 또 이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도 앞을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있으면 정치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런데 해외 부재자 투표권이 원래 없었습니까?

== 71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있었답니다.

== 그러니까 박정희씨가 당선되고 유신이 시작되면서 헌법 전문에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 거주자에 한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었다고 합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은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사람에 한한다고 하면서 해외 거주자를 배제한 것이지요. 국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그 동안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습니까?

== 외무부 쪽에서는 해야한다는 의견을 올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관위에서도 견해를 입법부에 제출해서 입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해외 거주자 선거권 문제는 당연히 해야할 것을 안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주의라는 것은 경제력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알제리 사람들이 여기서도 고국에서 벌어지는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서 있는 광경을 보고 우리는 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 한국 주변에 있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외

거주자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중국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발달했어요. 해외동포에 대한 선거권 인정은 물론이고, 해외동포가 지역의원을 선출해서 본국으로 보낼 수 있는 제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재외 국민 선거권에 관한 한 일본과 중국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하기 쉬운 '일본도 없는데' 하는 생각도 이 문제를 묻히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요.

== 과거에는 해외로 나간 사람들 가운데 한국이 어려워서,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경우가 많았지요. 따

라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뼈아프게 민주화를 쟁취할 때 외면하고 밖으로 나간 사람들인데 무엇 때문에 선거권을 주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달라졌으니 정부는 이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원칙적인 논의를 떠나 부재자투표권의 대상,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하는 문제도 간단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 한국사람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하는 논의에서는 국적이 한국이면 국내, 해외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선거권 문제에 적용하면,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는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해외에 나간 지 10년이 넘지 않은 사람에게만 선거권을 준다던가 하는 제한은 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 문제는 국적을 최우선으로 하여, 국적법에 근거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로 지방의회 선거까지는 힘든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해외에서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 문제의 거론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한 모양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해외에 있는 당사자들이 일단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거든요.

== 또 국내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 그런 의미에서 여론형성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 매스컴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사실 정확한 예측을 하기는 어렵지만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 후 의외의 반향도 나올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해외 거주자들에게도 참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저희들 자신이 무관심할 정도로 문제 제기를 안하고 있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해외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올 대선은 힘들더라도 다음 선거 또는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선거권 문제는 꼭 해결을 보아야합니다.

== 우리 나라 헌법이 부재자 투표권은 국내 거주자만이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요구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외에서부터 여론을 형성해서 국내정치권으로 밀고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 한국의 국회의원들 다수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데 여기에 항의 메일을 계속 보내는 등 압력을 가해야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MBC 취재도 순서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선거권을 빼앗긴 채 해외에 살고 있는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 한국의 해외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또 이전에는 선거의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해외 부재자 투표권 문제에까지는 눈을 돌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변화되어야 할 때입니다.

== 민주주의를 다원주의라고 하는데 이는 다양한 의견들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나의 법률을 제정할 때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합니다. 최근의 노동법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법을 만들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참정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 현행 법률은 선거권을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에게 주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기회에 18세로 정하는 문제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재작년 3월에 김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었죠. 그때 교포들에게 하신 말씀 중에 해외에 나와있더라도 한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지 국민으로서의 자긍심도 가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자긍심을 가지라는 격려 이전에 우리의 권리를 돌려주었어야 합니다. 과거의 해외 교민정책 차원에서는 투표권을 준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계화를 잘하려면 세계를 알아야 하는데 교민들을 활용하기 위한 정책에 앞서 참정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 그 동안 해외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았던 주요 원인은 여당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어서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표가 반드시 야당으로 가리라는 보장이 없어졌습니다. 누구나 해외에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상사주재원들이나 유학생들은 몇 년 있다가 다시 돌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거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기 힘든 여건에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에 오래 계시는 분들이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