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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시민연합’ 준비하는 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 “아파트 비리, 더 많은 이가 싸워야”



“일반 회사에서는 몇천만원만 횡령하면 곧 공권력이 개입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더 큰 비리가 있어도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네모난 아파트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 국민의 65%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관리비는 연간 1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12조원이 쓰이는 내역은 ‘깜깜이’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배우 김부선씨가 2014년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시 성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난방비 비리의혹을 제기해 ‘난방열사’로 등극한 것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전국 아파트 중 관리사무소를 두도록 한 의무관리단지가 1만5000개인데, 이 중 25%가 분쟁 중이다. 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가 ‘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시민연합’을 준비하는 이유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609061327051&pt=nv


김 대표는 “아파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본 입장은 ‘주민자치’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업에 쫓겨 사는 시민들이 관리비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공권력도 미치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도 어려운 빈 공간에는 결국 욕심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 전횡을 하게 마련입니다.”

김 대표 역시 아파트 주민이다. 그가 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지촌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단은 2014년 경찰조사를 받았다. 100억원대 난방관 교체 공사 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가 사는 곳에서 비리가 벌어지니 두고볼 수 없어서 원인을 캐다 보니 이런 모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은 아직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배우 김부선씨도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다.

비리를 저지르는 주체들에 대한 제도적 감시가 필요하다. 회계부정을 막도록 한 번 작성된 회계서류를 일정 기간 정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관리비 비리 포상금제(아파라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입자도 동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오랫동안 동 대표를 해온 사람들의 담합을 막을 수 있다.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폭로와 소송으로 가기 전 분쟁을 조정할 공적 기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는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활성화가 현재로서 기댈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본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가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 1년 중 한 번도 열리지 않아요. 위원회의 중재 권한을 강화하고, 지자체장이 개입할 권한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처럼 위원장을 현직법관이 맡도록 해서 권위와 함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정안이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 대표는 재외동포 언론 <세계로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운동을 공부했다. <프레시안>과 <황해문화>에도 글을 썼다. 극렬한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그가 보기에 아파트는 ‘갈등’은 넘치는데 ‘제도’는 없다. 적지 않은 비리가 발생하고, 의로운 주민들은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개를 아파트로 돌린 이유다. 김 대표는 “김부선 같은 의인은 있다. 의로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비리와 싸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