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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 기사

[2007참정권운동] 5.정치논리가 논의구도 왜곡시켜

5. 정치논리가 논의구도 왜곡시켜 
 

 2007년 12월 29일 (토)  세계로  
 
 
이글을 쓰는 또 다른 목적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둘러싼 여러 주체들이 입장에 따라 논의구도를 왜곡시키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각 주체들은 여야 정치권, 청와대, 외교통상부, 선관위, 재외동포재단 등의 기관들이다.

(1) 세계로신문이 12월10일 발표한 대선후보 서면인터뷰에서 각 후보들은 내년총선부터 재외국민참정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인터뷰의 질문은 어느 선거부터 참여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언제 법 개정을 해야 하는가 두 가지를 함께 물었다.

각 후보들은 다음과 같이 시간을 가리키는 부사를 사용했다. 기호1번 정동영후보부터 2번 이명박후보, 3번 권영길후보, 4번 이인제후보, 6번 문국현후보까지 “빠른 시일내에” “지금 당장” “즉각 도입” “최대한 빨리” “조속히 개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뒤이어 12월 11일 TV로 생중계된 대통령선거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도 이명박후보 등 주요후보들은 재외국민이 내년 총선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TV를 지켜보던 한 동포는 이제 됐다고 기뻐하며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선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외 선거 준비기간 6개월, 전문가들은 4개월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므로 내년 4월 9일 총선에 참여하려면 2007년을 넘기지 않고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법 개정 시기는 언급도 하지 않고 내년 총선 참여를 약속했으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나아가서 재외동포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2) 노무현대통령은 2005년 4월 독일방문길에 베를린 동포간담회를 갖고 참정권에 대해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주재원과 유학생 등 단기체류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영주권자 시민권자에게 부여하면 외교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실시하고 있는 세계 93개 나라 중 어느 나라에서도 영주권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서 상대국과 외교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만일 시민권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면 외교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원칙적으로 외국 국적자에게 자국의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논리적인 모순이며 망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동포문제에 경험도 없고 무지한 노대통령의 실수라고 볼 수는 없다. 이같은 실언의 뒤에는 말씀자료를 작성한 청와대와 외교부의 당파적 이익과 부처이기주의가 숨어있다.

(3) "내 모국의 대통령 선거좀 하자는 것이 동포들의 소망이다.“ "교포들에게 1천억 불 주는 것보다 참정권 주는 게 낫다.”

"참정권을 준다면 동포사회는 분열될 수밖에 없다.“ "한인회장 선거만 해도 소송을 하고, 싸움을 벌이는 등 후유증이 심한데 참정권을 준다고 생각해보라.”

한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지만 재외동포재단 이구홍이사장이 한 말이다. 앞의 것은 2006년 11월 15일자 YTN과의 인터뷰 발언 중 한 대목이며 뒤의 것은 같은 해 11월23일자 연합뉴스 인터뷰이다.
그 이후 이구홍이사장은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참정권 도입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앞에서 한말은 실수라고 봐야할까?

동포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해야할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이같은 변신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청와대와 긴밀한 업무협조관계에 있는 외교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세계한인의 날 행사중 그는 이례적으로 임기 1년 만에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근정훈장을 받았다.

(4) 전면적인 즉각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해 동포사회의 지지를 받았던 한나라당은 마지막 고비에서 동포들의 이익과 어긋나는 길로 나가 버렸다. 한나라당은 참정권 논의의 초기부터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동포사회에 점수를 얻었다. 이것은 열린우리당 시기의 여당이 줄곧 단기체류자 먼저 실시하자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9월 이후 시간상의 문제로 대선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뒤에 미주총련과 재외국민참정권연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으니 대선은 포기하고 내년총선으로 나가기로 했다.

내년총선은 여당도 반대하지 않아 쉽게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선에만 집중할 뿐 총선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에 열린 국회 정치특위에서 여전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외국민의 대선참여를 주장해 오히려 방청석에 있던 미주총련회장 등 동포대표들에게 빈축을 받았다. 동포들의 요구가 아니라 당의 이익이 앞선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