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재외국민 선거권 인정은 헌법의 요청
2007년 06월 22일 (금) 조선일보
▲ 방승주교수
재외국민, 체류국에서도 선거권 없어 국적 포기 않는 한 선거권 부여해야
국회 해결 못하면 헌법재판소 나서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12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의견 속에는 대통령선거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국외부재자투표를 허용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대상은 공관원, 상사원, 유학생 등 단기체류자에 국한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체류자들이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굳이 지역구국회의원선거를 배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장기체류자들까지도 포함시키는 경우라면 혹 검토해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국회의원선거는 1인 2표, 즉 하나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와 다른 하나는 전국구비례대표의원선거를 위한 정당명부투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결국 단기체류자들에 대해서만 1인 1표, 즉 정당명부투표용지만을 발송한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단기체류자들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평등 위반과 선거권 침해의 문제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1998년 재외선거인명부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중의원과 참의원의 비례대표선출의원선거에 한정하던 공직선거법 부칙조항에 대하여 최고재판소가 2005년 9월 14일 위헌선언을 하여, 선거구선출의원선거에까지 재외국민선거권을 확대한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단기체류든 장기체류든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완전한 선거권을 부여하여야 하며, 그것이 헌법의 요청이다. 1999년도에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선거권배제규정에 대하여 합헌선언을 하면서 들었던 남북분단의 상황, 선거의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 권리행사는 의무이행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논거나 그 밖에 출마후보자에 대한 정보의 결여 등은, 오늘날의 인터넷 시대와 초국경적 글로벌 시대에 와서는 재외국민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한 정당하고도 설득력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 현재 OECD 국가들 가운데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헝가리 등 2~3개국에 불과하다.
재외국민들은 체류국에서는 물론 고국에서도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만한 재외국민 출신 국회의원을 국회에 파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정치적으로는 영원한 소수자이자 이방인인 것이다.
재외국민의 선거권 인정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헌법재판소가 나서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하루 빨리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 규정을 위헌선언함으로써, 헌법 제2조의 재외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방승주·동아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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