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화하는 재외국민 참정권 제도
2007년 12월 29일 (토) 세계로
외국에 사는 국민에게 주어지는 가장 완벽한 참정권 제도는 무엇일까? 그동안 주민등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재외국민에게 선거권 피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재외국민이 스스로 선출한 대표를 본국에 보내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제도인 ‘대의제(代議制)’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 일어났다.
이탈리아는 2006년 4월 실시된 총선에서 상원 6명 하원 12명 등 재외국민 대표 18명을 선출해서 의회에 보냈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이 제도가 점차 확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선거에 참여한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전 세계 재외동포들은 4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국내의 선거구와 법적 위상이 같은 해외선거구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주목할 점은 주재원과 유학생은 이 선거 참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본국에 주소지가 있는 이들은 부재자투표 형식으로 선거에 참여했다. 한국거주 152명의 이탈리아인들은 대부분 부재자투표 대상자로서 우편투표를 통해 참여했다. 단기체류자와 장기체류자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토록 한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 제도를 위해 해외선거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눴다. A지역은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터키를 포함한 유럽으로 상원 2명 하원 6명의 의석이 배당됐다. B지역은 남미지역으로 상원 2석과 하원 3석, C지역은 북미와 중미지역으로 상하원 각 1명, D지역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으로 상하원 각 1명이다.
이탈리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일본과 함께 가장 늦게 실시한 나라중 하나이다. 지난 2003년 법 개정을 통해 2006년 선거에서 처음 재외국민 선거를 실시한 나라로서 제도 도입 순서로 보면 후진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완벽한 제도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재외국민 대의제를 실시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프랑스가 명예직인 상원 의석 일부를 재외국민 대표에게 할애했고 북한은 일본 거주 재일조선인총연합회 대표들을 우리의 국회의원격인 최고위원으로 임명해왔다. 그들은 총련의장, 조선대학 총장 등 5명으로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북한정권에서 임명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는 기존의 형식적인 배려와 차원을 달리하여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총선뿐 아니라 유럽의회의원 선거, 국민투표 등 3대 선거에 재외국민들의 정치참여 문호를 개방했다. 다만 400만 재외국민의 대표를 18명으로 제한한 것은 인구비례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어서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도 새로이 진화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005년 9월 재외국민 참정권 대상을 제한하는 선거법에 위헌결정을 했다.
해외거주 일본인의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 중 비례대표 선출권만 부여하고 지역구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법 개정을 거쳐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 70만 명이 넘는 해외거주 일본인 유권자가 지역구 투표에 참여했다.
일본은 해외투표제를 99년 법 개정을 통해 2001년 처음 실시했다. 이때 외국 영주권자들이 국내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지역구 의원 선택권을 주지 않고 정당선택권만을 부여했었다. 최고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위자료 지급까지 명시했다. 이 판결은 불완전하게 시행되어온 해외투표제에 최고재판소가 철퇴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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