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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내년 총선 출마운동을 제안합니다


내년 총선 출마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제완
 

승인 2003.04.24  00:00:00
 

지난해 동포사회와 한국사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가 선거가 끝나자 관심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만 5년 주기로 관심을 얻는 재외국민 참정권 되찾기 운동을 본지는 연중캠페인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 일차적인 목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 참정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편집자

 지난 대선 직전 한 일간지에 소개된 기사 하나가 눈에 뛴다. 미국 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박찬호선수가 "나도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데…"라며 "선거하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기사는 다음과 같다.  

박찬호는 지난 12월3일 귀국, 국내에 머무르며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김만섭 팀61대표는 “박찬호가 지난 97년 대선 때도 한국에 있지 않아 투표를 못했다. 올해는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재출국 예정일은 오는 13일. 일정상으로는 부재자투표일이 12∼14일이어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에서 명시한 '국내 거주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부재자 투표 자격조차 없다. 박찬호가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19일까지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투표를 위해 출국 일정을 늦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찬호는 텍사스 알링턴에 거주하지만 주민등록이 충남 공주로 돼 있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내에서 광고계약시 납세 의무도 꼬박꼬박 지킨다. 그런데 정작 선거권은 박탈당한 셈이다.(스포츠 투데이 12/4)

박찬호 박세리등 스포츠 스타뿐 아니다. 백건우 정명훈 조수미 백남준 강익중등 한국의 국위를 세계에 떨친 예술가라도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선거와 현지국가 선거등 어느 나라의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다. 외국생활중에 소지한 한국 여권은 이처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증표이다.  

참정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재외국민 스스로도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참정권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은 한국 현대사의 파행과 관련이 있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유신을 선포하고 한달 뒤에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때 부재자 투표 대상을 국내거주 국민으로 제한함으로써 재외국민을 제외시켰는데, 이때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에게는 선거일 이전에 해당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기간에 규정이 없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관한 법 제 16조 2항의 '피선거권' 조항에는 "25세 이상의 국민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국내 거주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선거 출마자는 40세이상 5년이상 국내거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25세이상으로 90일 이상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비교된다. 

이같이 재외국민도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는 '현행법의 선물'을 잘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각 대륙별로 한두명씩 또는 인구비례로 20명 정도를 내년 4월 선거에 출마시키는 것은 어떨까. 실현 불가능한 백일몽같이 보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럿이 같이 꿈을 꾸면 그 꿈은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들이 일제히 재외국민의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나왔다고 주장한다면 한국사회에 어떤 반향이 일어날까. 그리고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국외 영주권자들은 피선거권만 있을 뿐 선거권이 없다. 출마는 할 수 있지만 투표는 하지 못한다. 이같은 기형적인 현상은 해외토픽에 소개될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 출마운동이지만 반드시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중 부재자투표 조항을 고치기 위해서는 여론의 향배가 가장 중요하다. 여론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출마운동은 강력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제완 기자) 9.7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