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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참정권칼럼

재외국민 3백만표 이번 총선에도 행사 못해

재외국민 3백만표 이번 총선에도 행사 못해

김제완
  
승인 2004.01.27  00:00:00


4월15일 총선을 앞두고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정당들은 사활을 건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어 벌써부터 그 열기로 후끈거린다. 그러나 7백만 재외동포중 절반에 가까운 3백만 재외국민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무관심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다.

지난 8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치개혁법안에는 단계적으로 80만명에 이르는 유학생 주재원 공관원등 단기체류자에게 먼저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안이 포함됐다.

이 안이 실현될 경우에 대비해 선관위와 함께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게 될 외교부에서도 내부적으로 선거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선관위 안이 나온 직후 각공관에 주재국의 해외 부재자 투표 운영실태를 조사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또한 유권자들이 넓은 지역에 걸쳐 적은 숫자가 거주하는 경우 투표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나 정치개혁 시민연대등 선거법 개정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조차 재외국민 참정권문제에 대해서 일말의 언급도 없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기자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처장은 재외국민은 어느 선거구에 참여할 것인지 애매하다며 주소지에 따른 구별이 없는 대통령선거와 달리 총선참여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 안에는 이같은 문제를 감안해 1인2투표제가 실시된다면 재외국민은 정당에만 투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후보와 정당을 함께 선택하는 1인2투표제는 여야간 이견이 없어 사실상 확정됐다. 이같은 조건에서 시민단체의 고려가 선관위같은 정부기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재외동포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은 그동안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에 집중하느라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재외국민 부재자투표 준비기간으로 최소 3개월을 요구해왔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 한표를 행사하는 일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될 때가 됐다. 3백만 재외국민과 나아가서 7백만 재외동포를 대변할 정치정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전부터 나왔었다. 재외동포당을 내세워 이번 봄에 펼쳐질 선거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이같은 주장이 무망한 대안이라는 비판도 있고 만화같은 의견이라며 일소에 부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없는 정당의 형식을 갖추자는 말이 아니다. 사회운동의 한 방법으로 정당의 형식을 차용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선거법상 정당등록을 하려면 국내에 23개 이상의 지구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는 재외국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뉴욕 LA 시드니 런던 파리등지에 지구당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유럽지구당 창당준비위를 발족해 해외지구당이라는 법외 조직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치권에서 지구당제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문제가 쉬워질 수 있다.

OECD에 가입한 30개 나라중에서 한국만이 자국인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주고 있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재외동포들의 선택은 비상한 것일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당은 재외동포법 개정등 동포관련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재외동포당 창당, 결코 꿈이 아니다.

김제완 기자 oniva@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