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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 기사

[격렬토론2] 시카고 라디오코리아 조광동주간님께

토론2 /시카고 라디오코리아 조광동주간님께 
재외동포국회의원만들기추진운동 비판에 보내는 반론
 

 2008년 03월 27일 (목)  김제완  
 
 

조광동 주간님 오랫만입니다. 3년전 이맘때 시카고 한미티비 부사장 방에서 뵈었을때 선비같은 꼿꼿한 풍모가 기억납니다. 당시 미국사회와 시카고 동포사회를 설명하면서 시카고 사람들은 딸을 LA에 시집보내지 않는다는 말이있다며 LA나 뉴욕만 보고 미국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도 잊혀지질 않네요. 저는 그때 뵙고나서 동포언론 종사자들중에 이런 분도 있다~라고 외치고 다녔더랬습니다.

조주간님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최근에 발견했습니다. 재외동포국회의원만들기추진운동 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중에 있던 기사들을 보고 쓰신 글이었죠. 글의 형식이 구어체인 것으로 보아서 시카고 라디오코리아에 발표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회의원이 되려는 꿈>이란 제목의 글입니다.

이 글에서 조주간님께서는 정말 "품위없이 표현"을 했습니다. 이 운동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소개하지 않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15명의 동포대표자를 추천했는데 이들과 추천운동을 한 사람들을 한자리 노리는 천박한 출세주의자라고 보신 것같군요. 그래서 이렇게 격정적으로 쓰셨어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얼굴이 뜨거워지고 속이 울컥했습니다. 민망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 걸까하는 답답함이 치밀면서, 다소 품위 없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떡을 달라고 우기는 행태가 너무 유치하고 부끄럽습니다. 무지막지 하게 떼를 쓰는 사람들에게 절제력이나 금도가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얼굴이 뜨겁지 않도록 그럴듯한 포장을 하는 능력 정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가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재외동포들의 이름을 팔아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이름을 도매금으로 헐값에 팔지 말기를 바랍니다.>> (원문은 이 기사 하단에!)

재외동포국회의원만들기추진운동은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인 저의 제안에 의해 추진됐습니다. 졸지에 시카고 동포사회에서 제가 어물전 꼴두기가 되었으며 재외동포 이름을 헐값에 팔아넘긴 사기꾼이 되었으니 저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수 없군요.

조주간님, 대한민국 헌법 2조2항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맹형규의원이 송민순 외교부 장관에게 같은 질문했답니다. 송장관이 우물거리며 답을 못하자 맹의원은 개탄하면서 뒤에 앉아있던 외교부 간부들에게 다시 물었는데 그때 어느 누구도 안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답니다.

헌법2조2항은 "재외국민은 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세계각국 각도시에 공관을 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중 첫째는 자국민보호를 위한 것이죠. 그런데 공관에서 일하는 외교관이 특히 수십년을 외교관으로 일했던 외교부장관이나 간부들이 그것을 몰랐다니 기가 막합니다.

헌법2조2항은 지난 87년 개헌 당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뒤 20년이상 재외국민을 보호할 법이 없이 헌법2조2항은 불구의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겠습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재외국민이 표가 없기때문이 아닐까요? 법을 만들어야할 국회에는 표를 먹고사는 국회의원들이 살고 있지요. 그러니 표가 없는 국민들까지 챙겨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재외국민참정권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사자인 재외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난해 여러 동지들과 재외국민참정권연대를 만들어 저는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죠.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올해 안에는 300만 재외국민도 유권자가 됩니다. 그런데 헌법2조2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표만 얻으면 되는 걸까요.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재외동포 대표를 국회에 보내어 제반법안을 만들도록 하자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지난 17대국회에서는 동포관련 법안들이 열개 정도 상정이 되거나 논의가 됐지만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그 법안들이 무언지 아십니까? 동포언론인이므로 잘 아시겠지요? 재외동포기본법 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 재외국민보호법 병역법 국적법 사할린동포지원특별법 등등.

동포관련법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그동안 동포대표들과 동포사회단체운동가들은 국회의원회관 이방저방을 앵벌이하듯이 돌아다녔지만 경청해주는 의원을 만나기도 어려웠지요. 빈손으로 국회를 나오면서 단 한석이라도 국회에 재외동포 대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300만명의 대표의석이므로 10석은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이런 것이 재외동포국회의원만들기추진운동을 시작한 동기입니다. 이것은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발표한 발기문에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발기문은 읽어보셨나요?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동포언론인으로서 사실 확인은 기본 아닙니까?

여기까지 제가 할말은 했습니다. 기타 잡다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일이 답을 하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지는군요. 그러나 저는 여전히 조주간님이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이를테면 내재적 접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주간님은 이 글을 쓸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을 겁니다. 기자가 공적인 주제를 다루며 표현할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언론인의 금도를 지키지 못하고 격렬한 적심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저는 짐작이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컴플렉스가 작동한 것입니다.

그것은 영어를 못하는 이민1세대의 컴플렉스입니다. 늘 더 영어를 잘하고 더 주류사회에서 성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아무리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자신의 영어실력... 이런 것이 이민 1세대가 겪는 일반적인 컴플렉스입니다. 이 컴플렉스는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일종의 병증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쉽사리 상식선을 넘는 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영어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과도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명박대통령과 이경숙인수위원장의 영어몰입교육도 이와 관련이 있지요.)

조주간님께서는 영어를 잘 하실텐데요. 과연 영어를 잘하고 미국인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그렇게 꿈꾸었던 새 지평이 열리던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이민생활 10년이상 해봤기때문에 압니다. 그런 중에도 그 컴플렉스는 여전히 작동합니다. 특히 영어 못하면서 한국이나 기웃거리는 사람을 보면 이 병증이 아주 심해지죠?

비아냥거린 듯이 들렸다면 본의가 아닙니다. 저는 조주간님의 글을 보고 그 내용에 놀란 것이 아니라 저는 그 격렬한 반응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격렬함에 숨겨져 있는 컴플렉스가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조광동의 것일뿐 아니라 김제완의 것이기도 하기때문입니다. 한번 그것을 드러내 놓고 여럿이 보는 가운데 논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김제완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