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기사

헝그리 정신으로 이룬 매출 1조엔

헝그리 정신으로 이룬 매출 1조엔

일본 파친코업계 대부 한창우회장 마루한 기념행사 성황

김제완기자  |  oniva@freechal.com

승인 2005.07.03  00:00:00     

▲ 동경부근 콘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초대객 7천여명이 한자리에서 식사해 기네스북에 오를 장관을 연출했다. 사진 앞쪽 웃는 사람이 한회장 그뒤에 김덕룡의원과 김혁규의원등이 자리하고 있다
 
저녁식사에 손님을 초대한다면 몇명이나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난 6월22일 저녁 재일동포 한창우회장(74)이 준비한 저녁식사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자리였다. 10명이 앉는 원탁 테이블이 700개가 넘었으니 7천명 이상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이 커다란 식당은 기둥이 없는 초현대식 건물이어서 식사장면이 한눈에 들어와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서빙을 위한 종업원만 1500명으로 동경시내 여러식당에서 차출해왔다고 한다. 세기적인 식사답게 푸아그라등 프랑스요리와 보르도산 와인이 식객들에게 제공됐다.

일본에서 파친코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한창우회장이 이끄는 주식회사 '마루한'의 매출액 1조엔(10조원) 달성 기념행사는 이같은 진기록 속에서 진행됐다. 일본 동경에서 멀지 않은 지바시(千葉市) 마쿠하리(幕張)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일본 전국의 170개 점포에서 일하는 7천여명의 마루한 직원들과 2천여명의 초청인사들이 모였다. 이중에는 한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한국출신 해외동포 사업가등 5백여명이 포함됐다.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 김진경 평양과기대총장 그리고 김혁규의원 김덕룡의원등 국회의원들도 이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동경으로 건너왔다. 이날 하루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식사비용을 포함해 150억원이라고 한회장이 밝혔다.

게다가 전직원이 행사에 참가해 이틀동안 올리지 못한 매출손실을 감안하면 총비용은 엄청나다. 이때문에 한창우회장의 '통 큰' 사업 스타일을 보여준 자리라는 평을 받았다. 

▲ 북한 김정일의 주석단을 연상케 하는 행사장 무대 모습. 단상 위에 도열한 200여명의 임원들 가운데에서 한회장이 치사를 하고 있다.
 
식사에 앞서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본행사도 성대하게 치뤄졌다. 컨벤션센터에 200여명의 마루한 임원들이 도열한 단상을 만들고 그 가운데 한창우회장이 자리를 잡았다. 마치 북한 김정일의 주석단을 연상케하는 규모와 분위기였다.

한회장은 기념사에서 매출 1조엔 달성은 2010년 매출 목표 5조엔으로 가는 과정일뿐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헝그리정신과 챌린지(도전)정신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정부의 보호속에서 성장한 한국의 기업과 달리 마루한은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수모속에서 도전정신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매출 1조엔 달성의 의미를 자평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기 전날 저녁 마쿠하리의 뉴오타니 호텔 식당에 서울과 미국 중국 유럽등지에서 온 축하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동포들의 눈에 비친 한회장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 흥미를 끌었다.

권병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한회장이 재외동포 기업인의 큰형님같은 존재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제2 제3의 한창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날 행사장을 찾은 국회의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김혁규 김우남 이경재의원 한창우회장 한사람 건너 김덕룡 이규택 김태환 주성영의원등.
 
올해는 한회장이 일본에 건너온지 60년을 맞는 해이며 행사가 열린 6월22일은 한일수교 40년을 맞는 날이다. 날짜 선택에도 한회장의 깊은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회장이 3년전 귀화하면서 재일교포들이 일본국적을 갖되 이름은 바꾸지 않고 민족의식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던 것도 화제가 됐다. 한국 국적을 민족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재일동포사회에서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기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일본 동경의 KBC그룹 조한철 회장은 새로운 시각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연간 100억엔대 매출 기업의 경영자라면 외국국적을 갖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성공하게 해준 일본사회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왔다는 동포기업가의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한상대회를 비롯해 동포경제인 단체들이 마련한 행사들이 열려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논의해왔으나  이 자리는 이미 성공한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여서 뜻깊다고 말했다. 동포기업인들에게 가장 큰 교훈은 성공한 사람의 존재 그자체일 것이다.

한창우 회장은  45년 도일 ... 일본 포브스 24위

한창우회장은 31년 경남 삼천포 출생으로 45년 14세 나이에 일본으로 말항한뒤 고학으로 호세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52년 교토에서 가까운 미네야마시에서 매형이 운영하던 파친코 회사에 입사해 인연을 맺었다. 그뒤 67년 볼링업에 뛰어들었다가 5년만에 60억엔의 큰 빚을 진다. 이때 죽음까지 생각했으나 다시 파친코업계로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일본어판 포브스지는 최신호에서 순자산 1200억엔 이상 되는 일본의 억만장자 24명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국계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순자산 4730억엔으로 8위를 차지했으며 한회장은 1210억엔으로 24위에 랭크됐다. 한 회장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전세계 갑부 순위에서도 58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회장은 재산의 사회환원에도 관심을 갖고 문화재단을 세워 마루한의 순이익 1%를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