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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 기사

[격렬토론1] 한국 국회의원이 되려는 꿈/조광동


 

 2008년 03월 10일 (월)  시카고 라디오코리아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 문제로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무개 후보가 아무개 당 공천에서 탈락됐다는 보도가 미주 한인신문에 오르내리고 재외국민 참정권연대와 재외국인 유권자연맹이 중심이 되어 "재외동포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을 결성하고 재외 동포를 대변할 국회의원 비례 대표 할당을 촉구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여야 정당에서 각각 최소한 10석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재외동포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이 여야 정당에서 10석의 비례대표 할당을 요구한 논리적 근거는 한국 인구 평균 16만 명당 대표 1명이 국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참정권을 갖게 되는 3백만 재외 국민의 의석은 17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장한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추천을 받은 후보자 15명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미주 한인으로는 남문기 LA 한인회장, 이세목 뉴욕 한인회장, 김영근 전 워싱턴 한인회장, 김길영 전 시카고 한인회장등 11명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얼굴이 뜨거워지고 속이 울컥했습니다. 민망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 걸까하는 답답함이 치밀면서, 다소 품위 없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인 김승리씨가 위원장이라고 하는 재외동포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이 후보자를 발표한 뒤 뉴욕 한인회장인 이세목씨는 "김승리 회장이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뉴욕 한인사회가 차지하는 상징성을 고려해 형식적으로 후보자로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삭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욕 한인사회와 김승리 한인회장을 위해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이 보도를 읽으면서 재외동포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이 얼마나 부실한 단체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김승리 미주 총연회장이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 위원장이 확실하다면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만들기 운동은 해체되거나, 아니면 미주 한인들은 여기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이 3백만 명이라고 주장하고 17명의 비례 대표를 할당하라는 발상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주먹구구식 무지이고, 여야 정당에 각각 비례대표를 10명씩 배정하라는 주장은 무례함을 넘어서는 몽상입니다. 현실 감각이 이렇게 없고, 상황 파악이 이렇게 어두운 사람들에게 비례대표를 할당할리 만무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큰일입니다. 한국 가서 비례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이런 운동을 추진하는 사람이나 모두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로 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피 말리는 이전구투 싸움을 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비례 대표에 줄서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이라는 것을 최소한이라도 감지한 사람이라면 미국이나 해외에서 이렇게 허무맹랑한 꿈을 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례대표가 구호품 나누어주듯 그렇게 허술한 것이 아닙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떡을 달라고 우기는 행태가 너무 유치하고 부끄럽습니다. 무지막지 하게 떼를 쓰는 사람들에게 절제력이나 금도가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얼굴이 뜨겁지 않도록 그럴듯한 포장을 하는 능력 정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가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재외동포들의 이름을 팔아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이름을 도매금으로 헐값에 팔지 말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재외동포에게 17명의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일은 경천동지 사태가 일어나도 가능치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됩니다. 대다수 미주 한인들은 모국의 국회의원 자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만에 하나, 한국이 재외동포에게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주기시작하면 재외동포 사회의 본질성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위협받습니다. 떠나온 사람들은 떠난 조국을 과거의 아름다움 속에 묻고 새 땅을 내 나라로 만드는 결단과 꿈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치에 한눈을 팔 겨를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으면 미국 선거에 출마하던가, 그런 능력이 없으면 우리 자녀들을 미국의 정치 지도자로 키워야 합니다. 한국 국회의원을 그렇게도 하고 싶으면 미국서 넘볼 것이 아니라 다시 한국으로 영주 귀국해야 합니다. 미국 정치를 향한 꿈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꿈이지만, 한국 정치를 향한 꿈은 과거에 매달리는 망상적인 꿈입니다. (3-10-08)

필자 : 조광동 시카고라디오코리아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