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은 어느 당에 유리할까?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은 어느 당에 유리할까?
한나라당·민주당이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에 대처하는 법
2009년 03월 11일 (수) 오마이뉴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 교민들과 함께한 동포간담회에서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재외국민) 700만명 전부 서로 어디서 뭘 하는지 연락해서 유기적으로 네트워킹 하는 자료를 만들겠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4일) 호주 교민들과 함께한 동포간담회에서도 "700만 전 세계 교민들을 모두 전산화해 호주 사람들, 미국 사람들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서비스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프로젝트가 구상단계를 넘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프로젝트가 새로운 구상은 아니다.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한민족 네트워크'라는 구상이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과 맞물리면서 그의 발언은 '재외국민 지지층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발빠른 한나라당... 미국 지부에 해당하는 'US한나라포럼' 출범
한나라당은 지난 2월 5일 재외국민참정권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1월 25일 미국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윌셔이벨 극장에서 'US한나라포럼'(위원장 김진형 LA도시축제위원장)을 출범시킨 것. 이 자리에는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군현 중앙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포럼'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긴 하지만, 'US한나라포럼'은 재외국민을 지지층으로 만들기 위한 '한나라당 미국 지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원래 한나라당측은 포럼의 명칭을 '한나라당 해외동포 미주본부'(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해외동포위 산하)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외국 정당의 지부 설치가 금지돼 있어 '포럼'으로 명칭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1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된 US한나라포럼은 미국 서부와 동부에 6개 지부를 둘 계획이다. 중국을 빼고 가장 많은 해외동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표밭'을 다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포럼 측은 재외국민참정권법이 통과되던 2월 5일 한인단체장들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해외동포위는 김관수 세계한인무역협회 캐나다 협회장을 캐나다 본부장으로 임명하며 조직 확대를 꾀하고 있다.
US한나라포럼은 ▲한미우호증진사업 ▲통일정책 연구 ▲한미친선 학술 및 문화교류사업 ▲해외동포 참정권 홍보책자 발간 등을 중점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포럼이 해외동포 비례대표 후보 창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포럼의 사업에 '해외동포 정치인 육성'이 포함된 점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비례대표 3석을 해외동포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이용태 전 LA 한인회장과 안충승 한민족포럼 이사장, 김재수 현 LA 총영사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한나라당 측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최진국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해외동포위 수석부위원장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라며 "당장 선거가 눈앞에 있는 게 아니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우리는 해외동포 참정권이 허용된 이후 해외동포들의 권익을 어떻게 신장시킬 것인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조직적 거점 확보 등 현지 조직화사업은 (중앙위원회가 아니라) 한나라당 차원에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5월 이후가 되면 조금씩 (해외동포 참정권 허용에 따른 후속작업의) 윤곽이 나오지 않겠냐"며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계획이 있지만 아직 구체화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해외동포위는 오는 16일 '해외참정권 추진 실태 세미나'를 연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정당법을 개정해 국내정당의 해외지부 설치가 가능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 정당법상 국내정당은 해외지부를 설치할 수 없어 현지 조직화사업이 한계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화 사업에 손 놓은 민주당... "이러다 정권 재탈환 어려워진다"
발빠른 한나라당과 달리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가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다. 5명(미국 동부·서부, 일본, 중국, 러시아)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된 해외동포위원회가 있지만 '현지 조직화 작업'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이 내놓은 대안이 '해외교민청 신설'(정부조직법 개정안)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대안인 데다 정부가 '외교적 마찰'과 '작은 정부론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날고 있다면 민주당은 기고 있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정권 재탈환을 포기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당 재정이 어려워 돈 드는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당에 설치된 재외동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정도의 계획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관수 해외동포위원회 위원장(일본 담당)도 "조직사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당조직을 운용하는 데도 힘든 상황"이라며 "재정적 지원 전망이 서질 않으니까 중앙당 차원에서도 책임 있는 얘기를 못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은 재외국민을 조직화하는 작업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어차피 민주당에 불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에 특위가 설치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재외국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정권 재탈환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외국민참정권법이 통과되기 전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민주당이 해외영주권자의 참정권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 민주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결국 김영진 의원과 장상 최고위원이 1월 중순 LA를 방문해 "민주당은 상사와 지사, 주재원, 유학생과 해외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나마 당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인사는 김영진 의원이다. 그는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W-KICA) 상임대표라는 직책을 적극 활용해 후속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재외국민에게 인터넷투표·우편투표까지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인터넷투표나 우편투표는 국제적 추세"라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때 IT파워에 놀라서 인터넷투표는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4월 국회가 끝나면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 후속조치를 위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함께 미국, 호주 일본 등을 순방할 것"이라며 "현지 교민 지도자들과의 간담회도 열고 해외교민청 신설을 위한 청원운동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700만 동포 네트워킹'-민주평통 해외지부 확대 등에 담긴 의도는?
재외국민참정권법이 통과되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재외국민은 대략 24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실제 투표율를 60%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에 따르면 약 140여만명의 재외국민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데, 이들의 투표성향이 특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고작 30∼50만표가 당락을 갈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그런 전망에 기초해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프로젝트' 발언이나,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통이 해외지부를 65개에서 100개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한 배경에도 '정권 재창출'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진 의원은 "240만명에게 투표권을 주면 그들이 한국의 운명과 장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며 "이건 우리에게 다가올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관수 민주당 해외동포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선관위가 예상하는 투표율(60%)에 따르더라도 2012년 대선에서 140여만명의 재외국민이 투표한다"며 "이 정도라면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이것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발언도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현 정부가 직접 나서 해외동포들을 조직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정부가 임명하는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이나 해외동포 조직은 사실상 집권당의 해외 지지세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점에서 재외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면 집권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양 위원장은 "세계 한인회 조직의 간부들은 집권당을 지지하는 성향이지만 그 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동포들은 많지 않다"며 "한인회 조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동포들이 모두 집권당을 지지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도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240여만명 재외국민, 2012년 총선·대선에서 투표권 행사
지난 2월 5일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허용하는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세 가지 법을 합쳐 '재외국민참정권법' 혹은 '재외국민투표권법'이라고도 불린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영주권자를 비롯해 240만명에 이르는 재외국민들(19세 이상)이 오는 2012년 총선·대선에서부터 투표권을 행사한다.
재외국민참정권법에 따르면, 해외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들의 투표권 행사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만 한정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참정권 부여"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해외단기 체류자는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재외국민의 투표는 재외공관에서만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일부에서 제기한 우편투표와 선상투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등은 '투표율 저하'를 이유로 인터넷투표·우편투표 실시, 투표소 확대(한인회관 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 있는 재외국민이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거소 신고를 하는 경우 지방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8일 경기도교육감선거와 4·29재보궐선거에서도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출처 :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은 어느 당에 유리할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