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소통’과 ‘통제’ 두고 논란 예고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소통’과 ‘통제’ 두고 논란 예고
민주, 정부 주도 정치개입 우려...“해외 교민청 신설해야”
2009년 03월 05일 (목) 폴리뉴스
지난달 5일 해외동포들에게도 참정권을 허용하도록 한 ‘재외국민투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동포 700만에 대한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나서 정치권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3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잇달아 가진 동포간담회를 통해 “(재외국민)700만명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네트워킹 하는 자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모국으로부터 다소 소외돼 있던 재외국민에게는 참정권 허용과 더불어 소통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소식인 셈이다.
그러나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부여 문제를 놓고 선거 중립의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이 대통령의 ‘700만 네트워킹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탓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외 교민들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동포들과의 소통 폭이 넓어지기 시작한 만큼, 이를 활용해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크 구축’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시각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소통’과 ‘통제’ 논란에서 줄타기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네트워크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李대통령, “700만 교민 모두 전산화해 무슨 사업하고 있나 알 수 있도록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뉴질랜드 교민들과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재외국민투표법과 관련해 “축하할 일인데 걱정이 한편 있다”며 “살고 있는 그 국가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 정치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 당이나 만들고, 어느 당 지지하는 식이 되면 이민사회가 갈등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해외동포들의 참정권 부여 문제로 교민 사회에 정파가 조성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재외국민)700만명 전부 서로 어디서 뭘 하는지 연락해서 유기적으로 네트워킹 하는 자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지만, 정부가 주도해 700만명을 모두 네트워킹 하겠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일 저녁, 호주 교민들과 가진 동포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교민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는데 이제 투표를 하게 됐다”면서 “한나라당, 민주당처럼 여기서도 당을 만들까 걱정된다. 그러나 기우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700만 전 세계 교민들 모두 전산화해 호주 사람들, 미국 사람들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 소득이 3만불, 4만불 되어서 대한민국과 거래를 해야 잘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서비스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외 교민 전체를 상대로 한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진행 중에 있음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지식경제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세계 각지에 진출해 있는 재외동포를 활용한 수출확대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악화된 세계경제 환경에 따른 수출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한인무역인 네트워크의 통합과 결속을 강화하고,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인무역인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해외한인무역협회(OKTA)의 대표자대회(4월, 광주), 세계한인경제인대회(10월) 등을 지원하는 한편, 보다 정밀하게 세계 각지의 한인 무역인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재외국민영사국 핵심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700만명 네트워킹 작업과 관련해 “방식은 온-오프 둘 다 병행하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해외동포단체들간 유관성과 통합성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정부는 다만 유도를 할 뿐이며, 해외민간교포단체들이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느냐에 추진성과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치적인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와 관련,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이번에 특별히 강조한 것은 호주-뉴질랜드 등 이민이 많은 나라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이어, 문화까지 아우른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언급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재외국민 참정권도 통과되고 하니까 어떤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동포사회, “해외동포들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민주당, “네트워킹 필요성 인정하지만, 정부가 오해 소지 가지고 관여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정부측의 이 같은 설명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재외국민투표권 허용과 맞물려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데 의심스런 시각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 주도로 네트워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탓에, 선거 중립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외국민참정권연대 김제완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해외동포들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있다”며 “선거와 관련 없이 민간 주도로 할 수도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또 어떤 식으로 DB를 활용할 것인가를 알 수가 없다”며 “꼭 정부주도로 해야 하는지, 정부에서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정부가 잘 몰라서 이런 네트워킹 작업이 굉장히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방법은 다 있다.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주면 동포 사회 측에서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네트워킹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탓에, ‘교민청 신설’이라는 대안을 제안했다.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W-KICA)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네트워킹을 강조한 것은 일단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서는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참정권이 부여된 마당에 교민청을 신설해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그것(네트워킹)이 정치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도 같은 날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가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관여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며 “해외동포들에 대한 참정권 부여 문제도 관건 선거 우려 때문이었다. 때문에 네트워킹 보다는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해외교민청을 만들어 정치 개입 소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정흥진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9-03-05 17: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