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털과 양털 차이는?' 황당한 공관장 영어시험
'토끼털과 양털 차이는?' 황당한 공관장 영어시험
김재수 LA 총영사 '업무와 무관한 질문' 청와대 '외부 인사 배척하려는 이기주의'
2008년 05월 12일 (월) 미주중앙
"도대체 토끼 털과 양 털의 차이점이 외교관 업무와 무슨 상관인가."
김재수 신임 LA총영사가 최근 한국서 공관장들의 영어시험인 일명 '대사 고시'를 치른 뒤 한 말이다.
외교부는 2003년부터 처음 공관장에 임명되는 사람은 이 시험을 치러 통과하는 것을 자격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서 20년 이상 생활한 김 총영사는 이 시험이 실제 공관장 업무 수행과는 무관한 다소 '황당한' 것이었다고 11일 전했다.
김 총영사는 이 같은 '털'의 차이점 문제에 대해서 "인간에게 앨러지를 주는 정도 아니냐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물리학의) 끈 이론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지문을 읽고 영어로 설명하라' 였다.
김 총영사는 "상대성이론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끈 이론'은 느닷없다"며 "시험이라는 것이 예상 분야가 있고 기출 문제가 있을 법한데 이건(일부 문제) 객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영사 주변 인물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외교부가 외부 인사를 배척하기 위해 장벽을 만들었다'. 외교부가 낸 영어 시험문제를 모두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측은 "영어시험은 전적으로 서울대에 위탁해 하는 것이라 외교부가 개입할 수 없고 모든 외교관이 똑같은 시험을 치른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측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명환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서 해명을 했다"고 여권의 한 인사는 전했다.
조선일보도 11일 인터넷에 게재한 관련 기사에서 김 신임총영사의 '고발'로 외교부와 청와대간 미묘한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관장 인사 발표 때 일부 특임공관장의 '미국 시민권.영주권 문제' 등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정보가 곧바로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을 보고 "외교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흘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한다.
"대통령은 총영사직에 동포 출신을 임명해 영사 업무에 새 바람을 일으키려 했는데 외교부가 구태의연한 부처 이기주의로 맞섰다"는 것이다.
정구현 기자
신문발행일 :2008. 0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