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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소동에 왜 해외동포를 끌어들이는가! 김원동

세계로김 2015. 11. 19. 10:54

광우병소동에 왜 해외동포를 끌어들이는가! 
 

 2008년 05월 08일 (목)  김원동  
 
 
김원동(미주한인신문인협회 고문)

“안 먹어” “너나 먹어”, 지난 6일 밤 여의도에서 있었던 미국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나온 어느 참가자의 마스크에 쓰인 문구다. 바로 옆의 한 학생은 “아직 15년밖에 살지 않았다”며 더 살고 싶다는 애절한 호소가 담긴 섬짓한 피켓을 들고 있는가 하면 원더걸스의 힛트송인 가사를 고쳐 “텔미 텔미 미국소 수입 않겠다”라는 약속을 Tell Me!하며 아우성이다. 그리고 “몇놈 죽으면 어때 경제 살리겠다는데.”라는 패러디가 뜨는가하면 이명박 불도져의 역주행을 막자며 선봉에 나선 연사는 열을 올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게 낫다”고했던 배우 김민성에 이어 탈렌트 정찬의 발언수위는 도를 넘는다 “수업과 스트레스에 지친 학생들이 광우병에 걸려 죽으면 대운하에 던져버릴 것인가”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넘어 대운하까지 비약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자비한 극언을 서슴 찮는 행동을 보면서 본질이 훼손된 투쟁에 그 저의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꼭 그렇게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한투쟁이라야 하는가. 미국쪽에서 재협상 불가라는 일수불퇴를 외치긴 하지만 국민여론을 감안한 재협상이나 국민감정을 수그러뜨리게 할 원만한 어떤 묘책이 꼭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면 반대지 취임 두 달밖에 안된 대통령을 향해 국회에 대통령탄핵요구서까지 병행하면서 서명자가 100만을 훨씬 넘었다며 중계방송을 하는 노빠 신문들도 있다. 먹거리에 관한 불신감으로 시작한 민심은 지금 쓰나미 전야다.

그리고 이러한 비상사태를 수습하려는 정부측의 의지나 노력이라는 것도 혼선양상을 빚으며 졸속 대응뿐이다. 국민의 반대여론이 이는 초기에는 미국산쇠고기를 군부대나 학교급식용으로 유통하니 걱정 말라는 투였으나 이는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 군인은 누구이며 학생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또 하나의 웃지 못할 처사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변명)하는 핵심공직자는 왜 하필이면 예민한 시점에 200만 재미동포들을 불모로 잡는가. 이민 100년이 넘도록 아무도 광우병에 걸린 적이 없다는 듯 말이다. 그토록 냉대하던 재외동포를 그런 광란의 논장(論場)에서 양념용으로 써먹으려드는 잔 꾀에 불쾌하기 이를데 없다.

미주 이민역사 100년 동안 그 숱하게도 많이 먹었던 미국산 쇠고기의 후유증이 전혀 없었다며 늘어놓는 그들은 물론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간이 10년에서 40년이라는 사실은 감추었다. 미주 동포가 광우병에 관한 실험용 쥐나 되는 것처럼 그들은 까발린다. 그리고 이어 미국의 어떤 대도시의 한인회장을 긴급 호출하여 방송에 나서도록 했다. 어떤 대우를 받고 긴급 투입되었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정부측의 극본에 충실했다.

그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MBC의 시사프로에 나가 미국 쇠고기는 맛만 좋은데 한국의 방송보도행태가 너무 지나치는듯 하다는 말과 함께 모국방송 뉴스시간을 자식들이 못 보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광우병 보도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듯 하는 그의 발언내용을 읽어보고 조소(嘲笑)를 금할 수 없었다. 차기 평통회장은 따 놓은 당상이며 잘하면 현지임용 총영사 자리도 기대할만한 공로다.

그리고 미국측의 궤변도 그렇다. 오리지날 미국 소는 아직 광우병에 걸린 적이 없다며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의 이번 문제의 쇠고기 협상을 두고 핵심 사안으로 대두된 광우병 발병률이 높은 30개월 이상 된 소에 대한 한국과의 협상에서 그들은 캐나다산 소도 미국에서 100일 이상 사육하면 미국소로 호적세탁이 된다며 문구 수정을 해서 한국측의 합의를 얻어냈다. 자기들이 유리한대로 협약을 체결한 사안중 하나의 작은 얘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재협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야한다.

소는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장 오래된 가축(家畜)이며 오직 인간을 위해 묵묵히 살다가 간다. 지금은 식용으로 용도대체 되었지만 반세기 전만해도 소가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 했으며, 자동차도 없던 그 시절 달구지를 끄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유배지로 가는 그 머나먼 비포장도로를 운전해야 했던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 소가 이제는 농사일이 아니고 식용으로 전환되면서 전에 없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사람들의 먹을거리만 되어주면 임무완료인데 그러나 세 살 넘으면 괄시를 받는다. 광우병이 생겨나면서 세살이 넘은 소는 위험하다는 논리에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한우축산 농가에 대한 대책이 없어 그들은 지금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연이어 또 한사람의 축산 농민이 비관 자살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예사 일이 아니다.

위기 탈출을 위한 어떤 시도인들 여기서야 어쩌랴. 그러나 한마디 꼭 하고 싶은게 있다. 이번 광우병 파동처럼 비상사태 수습을 위한 아무리 바쁜 일이 벌어지더라도 재외동포들을 끌어들이는 잔꾀는 부리지 말라! 차라리 지금처럼 찬밥으로 대하는 편이 낳다. 정말 더러워서 못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