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참정권 발언은 어불성설
이 대통령의 참정권 발언은 어불성설
뉴욕동포간담회 발언 3년전 노대통령 발언과 판박이
2008년 04월 20일 (일) 세계로
미국 뉴욕 방문중에 나온 이명박대통령의 재외국민 참정권 발언은 이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어서 우려된다. 현장에서 보내온 기사는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은 이중국적과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선진적인 규정대로 바뀔 것'이라면서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중국과 같은 정체성이 다른 국민도 있고 대한민국에서 참정권을 갖는(주는) 것을 문제삼는 나라도 있어 일률적으로 할 수 없다'며 '신중하게 하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오마이뉴스)
대통령이 착각을 할 정도이므로 일반국민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중국적과 참정권은 그 추진상황이 다른 데도 한데 묶어서 언급하면서 오류를 일으켰다. 이중국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외국민 참정권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법을 개정해야만한다. 최고의 권위를 갖는 사법부에서 결정한 것이므로 행정부의 수장이 "긍정적으로 검토" 하고말고 할 여지가 없다.
이대통령의 발언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또다른 이유는 전임 대통령이 수년전에 한 말과 궤를 같이 하는 판박이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4월 노무현대통령은 독일방문시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서 영주권,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준다고 했을 때는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재중 조선족동포에 대한 중국측 입장의 예를 들며 '법적으로는 남의 나라 국민에게 대한민국 투표권과 국민 권리를 행사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며 '함부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경향신문)
두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동시패션'같이 펼쳐진다. 그들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이대통령) "함부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노전대통령)라고 걱정한다. 두분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근거를 든다. "중국과 같은 정체성이 다른 국민"(이대통령)에게 또는 "외국에서 영주권,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노전대통령)에게 참정권을 줄 경우, 이를 “문제삼는 나라가 있”(이대통령)고 “외교문제가 발생”(노전대통령)할수 있다고 말한다.
어처구니 없다. 도대체 그 누가 외국국적 동포들에게 대한민국의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거나 주장했다는 말인가?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에 근거해서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근거로 한국국적을 소지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정당한 주장까지 "함부로 풀수 없는 문제"(노전대통령)라거나 "신중하게 검토"(이대통령)하겠다고 말한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실시하고 있는 세계 93개 나라 중 어느 나라에서도 외국국적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자국국적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서 상대국과 외교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두 대통령의 걱정은 말그대로 기우이며 그들의 발언은 어불성설이다. 이것을 단순한 대통령의 해프닝성 실수라고 볼 수가 없다. 출신 정당이 다른 두명의 대통령의 입에서 같은 취지의 말이 튀어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두 대통령이 같은 실언을 반복한 원인은 외교부의 변함없는 방침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에 동포담당자가 없는 마당에 동포문제는 외교부의 입안을 따르고 있을 것이다. 외교부는 3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참정권 도입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외교부 동포정책 책임자는 최근까지 공개석상에서 이중국적과 참정권을 함께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두가지 문제가 이대통령의 입에서 뒤섞여버린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대통령은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의 개념을 헛갈려서 외국국적 동포와 자국적 동포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들은 현대통령이 전대통령의 실언을 반복했는지 인식이나 하고 있을까? 이 기회에 확인한 것은 청와대에 재외동포정책을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대통령이 동포정책을 외교부에만 의존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9.9매)
김제완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 toworld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