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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재외국민 보호의 딜레마

세계로김 2015. 11. 17. 08:49

[왜냐면] 재외국민 보호의 딜레마 
 
 2007년 11월 22일 (목)  한겨레  
 
 
마부노호 선원 납치 해적 받아낸 몸값으로 무기구입 확인
다시금 납치 위협 불러 악순환 위험지 안전 본인이 숙지해야
온 국민에게 올 여파 막아

해마다 1200만명의 우리 국민들이 국외를 드나들고 있다. 그리고 700만명의 재외동포가 있으며 그 가운데 약 300만명이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이다. 수년 안에 국외 여행객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각종 사고 위험에 대한 노출도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재외국민보호 업무를 총괄하면서 올해 발생한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소말리아 마부노호 피랍사건,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등 여러 사건사고를 돌이켜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아직도 이런 사건의 진정한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도 크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최근 언론에 크게 보도된 마부노 1, 2호의 경우에는 전례 없는 국민 성금 모금 운동까지 등장하면서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못한 일을 국민들이 해냈다고 하고, 정부는 뒤늦게 생색이나 내려고 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과연 정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작년 소말리아에서 납치되었던 동원호의 석방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에서 두 차례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조용한 가운데 석방 노력에 최선을 다한 결과 모두 무사히 석방될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랍된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한 악영향과 상대국의 협조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을 고려해 우리의 대응 내용을 시시콜콜 드러내놓지 못할 뿐이다.

지난 10월28일 소말리아에서 납치된 일본 선박에 우리 국적 선원 두 명이 승선하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탈출하여 소말리아 어촌에 피신해 있었을 때 외교부는 전세기를 이용하여 두 명의 직원을 위험지역인 소말리아로 파견하였고, 그 분을 무사히 구출해 한국으로 송환해 왔다.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못했다. 아직 한 명의 선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우리 국민 한 명 한 명의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우리 정부가 해적들의 요구에 굴복하여 몸값을 지급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몸값을 지급하고 우리 국민을 석방시킨다면, 이는 가장 쉬운 방안이나, 향후 납치 단체들은 한국인만 납치하면 정부가 확실하게 많은 몸값을 지급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므로 국외여행자를 포함한 우리 재외국민 1500만명의 피랍 가능성을 높이고 우리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해적들은 받아낸 몸값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새로운 해적 요원들을 충원하고 있다. 이는 이번 마부노호 선원들로부터 확인된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급하면 더 많은 해적들을 양성하게 되며 앞으로 더 많은 우리 국민들이 납치의 위협에 처하게 되고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한 우리 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에 일차적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의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실무책임자로서 확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안전은 일차적으로 자신이 책임지는 의식을 가질 때가 되었다는 점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우리 국가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서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안전문제를 완벽하게 예방하고 해결해 주기는 어렵다. 국민들은 위험지역에는 다니지 않도록 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가는 경우에는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그 여파는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 전체에게 온다.

김봉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