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토론회] 김재수 재외국민 참정권은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야...
[토론회] 재외국민 참정권은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야...
2005년 03월 31일 (목) 김재수 1111
김 재 수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고문 변호사
현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38조에 따르면 외교관이나 지·상사 직원 등 단기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은 이같은 법이 문제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의 명령으로 외국에 나가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나 군인 또는 회사의 요구에 의해 파견근무하는 지·상사 직원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음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영주할 목적으로 이주하여 외국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장기체류 재외국민에게 과연 선거권을 주어야 하는가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결정하는데에 기준은 해외에 영주할 목적으로 이주한 재외국민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지 외국에 나가 살면 모두 조국을 버리고 나간 사람이고 고국에 돌아와서 살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하면 안된다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같은 주장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한인들만 애국적이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조국에 대해 정체성이나 애국심은 전혀 없다는 비현실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우리의 독립운동의 근거지는 미국, 중국 등 해외였으며 또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은 미주동포들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했던 것이다. 최근에 미국에서 우리말이 미국대학입학 수능시험인 SATⅡ의 외국어 선택과목에 포함된 예에서도 재외국민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었다.
흔히들 21세기 우리나라의 정책목표는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통한 선진화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력을 신장하기 위해서 세계화가 필요하고 이 세계화의 역사적 경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분단상황의 한반도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한 개발도상국가였으나 현재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한 나라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북한은 주체를 강조하여 스스로 외부세계와 차단함으로써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곳이다.
세계화의 기본은 국제교류이며 우리나라는 주지하다시피 인적자원을 제외하곤 별다른 부존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경험과 지식을 국제교역을 함에 있어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1970년대 중국의 경제발전에 중국출신 화교들의 투자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2001년 말까지 약 3,467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아들였는데 이 중 약 2/3가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에 거주하는 화교들로부터 조달되었다.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주한인이 한미간의 교역을 교역정보를 제공하고 민족특유 식생활 습관 등으로 우리나라의 물품을 수입함으로써 전체 교역량을 15%~20% 정도 증가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교민수가 100% 증가할 때 이에 따른 16% 정도의 수출증가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재외동포는 송금 등을 통한 국제수지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3년 통계를 보더라도 재외동포가 우리나라에 송금한 액수가 52억불에 달하고 송금액의 대부분은 단기체류자가 아닌 영주권자를 포함한 장기체류자가 송금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현재 국력을 결정할 때에 인구도 주요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하는데 외국에서 교육받은 전문가, 과학자들이 197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외국에서 습득한 선진지식과 기술을 모국에 전수한 것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을 우리나라 발전에 동참시키고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일부에서는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한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재외국민의 조국에 대한 정체성이 달라질 것이 없으며 차라리 이 비용으로 한글학교를 지원하여 우리나라 문화적 정체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글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나 전세계 한인을 하나로 묶고 우리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 우리 선거에 참여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또 일부에서는 외국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은 해외단기체류자와 달리 납세나 국방 등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한다.
우리 헌법 67조 1항은 선거에 있어 보통선거를 규정하고 있다. 보통선거는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병역의무나 납세의무 이행여부에 관계 없이 선거권을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국인이나 해외단기체류자 중 납세 실적이 없는 국민도 선거권을 갖는데 유독 장기체류 재외국민만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또 재외국민도 국내원천소득이 있을 경우 납세의무가 있고 국외원천소득에 대해서도 단기체류자에 비해 사실상 특혜가 없다. 예컨대 미국에 거주하는 지·상사 등 단기체류자의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미국과 체결한 이중과세회피협약에 따라 미국납부세액공제를 소득세법 제57조에 의해 신청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미국의 세율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외국 영주권자가 단기체류자에 비해 납세상 특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 형법 3조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는 기간과 영주권 소유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법체제의 지배 하에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곳곳의 재외국민들이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