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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새변화1] 이탈리아 일본의 놀라운 변화

세계로김 2015. 11. 16. 09:18

[참정권 새변화1] 이탈리아 일본의 놀라운 변화 
 

 2007년 01월 18일 (목)  김제완  oniva@freechal.com 
 
 

외국에 사는 국민에게 주어지는 가장 완벽한 참정권 제도은 무엇일까. 그동안 선거권 피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참정권의 내용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대표를 뽑아서 국내 의회에 보내는 대의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4월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상원 6명 하원 12명등 재외국민 대표 18명을 선출해서 의회에 보냈다. 이탈리아의 사례는 참정권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많은 나라들에서 여러가지 제도를 실험해오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참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들은 4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부재자투표가 아니라 국내의 선거구와 법적 위상이 같은 해외선거구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한국거주 152명의 이탈리아인들은  우편투표를 통해 참여했다.

주목할 점은 주재원 유학생은 이번 선거 참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본국에 주소지가 있는 이들은  부재자투표 형식으로 선거에 참여 하게 된다. 단기체류자와 장기체류자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토록 한 것도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현단계 논의는 유학생 주재원등과 영주권자를 구별하여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때문이다.  

이 제도를 위해 해외선거구를 4개권역으로 나눴다. A지역은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터키를 포함한 유럽으로 상원 2명 하원 6명의 의석이 배당됐다. B지역은 남미지역으로 상원 2석과 하원 3석, C지역은 북미와 중미지역으로 상하원 각 1명, D지역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등으로 상하원 각 1명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150여명의 이탈리아인들은 D지역에 속해있다.

이탈리아는 OECD 국가중에서도 일본과 함께 가장 늦게 실시한 나라중 하나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3년 법개정을 통해 2006년 선거에서 처음 재외국민 선거를 실시한 나라로 순서상으로 보면 참정권 후진국이다. 그런데 가장 완벽한 제도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재외국민 대의제를 실시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프랑스가 명예직인 상원 의석을 재외국민 대표에 할애했고 북한은 일본 거주 총련 대표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해왔다. 그들은 총련의장  조선대학 총장 등 5명으로 선출직이 아니라 북한정권에서 임명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는 형식적인 차원의 배려가 아니라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총선뿐 아니라 유럽의회의원 선거, 국민투표등 3대 선거에 재외동포들의 정치참여 문호를 개방했다. 다만 400만 재외국민의 대표를 18명으로 제한한 것은 인구비례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어서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국외 거주 일본인의 중의원 및 참의원 지역구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2005년 판결도 괄목할 사항이다. 이에 따라 70만명이 넘는 일본인 국외 유권자가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의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일본은 이탈리아와 함께 OECD국가중 가장 늦게 도입한 나라로 99년 법개정을 통해 2001년 처음 실시했다. 이때 외국 영주권자들이 국내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지역구 의원 선택권을 주지 않고 정당선택권만을 부여했다. 그러나 2005년 9월 최고재판소는 이에 위헌판결을 내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위자료 지급까지 명시했다. 이 판결은 불완전하게 시행되어온 해외투표제에 최고재판소가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와 달리 일본의 해외동포들이 참정권을 되찾기위해 본국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온 사례는 약간이나마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동포신문을 펴내왔던 기자가 파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취재하여 파악한 것이다. 일본 동포들은 지난 90년대 10년 가까운 시간을 해외동포참정권 네트워크를 만들어 뉴욕과 프랑스등의 재외국민들이 조직적으로 일을 추진해왔다. 당시는 인터넷도 없던 시기여서 팩스와 전화를 통해 일을 추진했으니 지금보다도 더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참정권을 획득하려는 국외 거주 일본인들의 10여년간의 투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본인들의 참정권 찾기운동은 93년 뉴욕과 파리의 유학생과 교포들이 투표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어서 로스앤젤레스 거주 일본인들이 ‘일본해외유권자협회’를 창설하면서 본격 연대활동에 돌입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브라질 페루 홍콩 등지의 일본인 유권자들을 연결하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국외유권자 운동가들의 열정에 본국에서 지지 여론으로 화답해주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은 일본변호사협회에서 무료로 담당했다.

그동안 선진국중에 일본 이탈리아도 하지 않고 있어 느긋한 태도를 보였던 한국은 두 '우방'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발걸음이 다급해질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참정권 후진국이었던 두나라가 다른나라들보다 앞선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새로운 시도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으며 해내외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