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의 빼앗긴 '한 표'(3)] 재외국민 참정권 도입 반대론자의 주장과 이에 대한 비판
[재외국민의 빼앗긴 '한 표'(3)] 재외국민 참정권 도입 반대론자의 주장과 이에 대한 비판
2002년 05월 19일 (일) 오마이뉴스 11
재외동포 참정권을 둘러싼 논의는 일차적으로 참정권을 부여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된다. 그런데 부여해야한다는 쪽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곧 다음과 같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200만 재외국민 중 어느 범위까지 부여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참가할 선거는 어느 범위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면 먼저 참정권 도입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이 주장의 논리적 근거는 99년 1월과 3월에 걸쳐 두 차례 잇달아나온 헌법재판소의 기각판결문에 잘 드러나 있다. 요약하면 우선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둘째는 선거기술상의 문제와 국가 재정의 부담 세째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 문제 넷째는 내국인과의 형평성 등이다.
이와 같은 불가론의 논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지적해야 할 것은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은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겪어온 문제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제외한 29개국의 OECD 가입국들은 이같은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거나 이같은 문제들을 보완해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만이 이 문제들이 실시하지 않는 이유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론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납세와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국민주권에 해당하는 참정권은 의무를 하는 국민에게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납세와 병역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국민뿐 아니라 감옥에 있는 수형자들에게도 이 권리가 부여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무조건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천부의 인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한국은 주요 국가들과 이중과세금지협정이 맺어져 있어서 한국에 납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또한 소득이 발생한 곳에서 납세를 하게 되어 있는 조세원칙에 비춰봐도 그렇다.
참정권이 아니라 만일 이중국적을 요구한다면 기각 사유로 이같은 거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국들의 경우를 보면 프랑스 독일등은 이중국적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영국과 미국등 앵글로색슨 계통 나라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중국적은 선택적인 문제인 반면 참정권은 절대적인 것이다.
두번째 선거기술상의 문제는 해외라는 특성상 유권자들에게 우편물의 송달 기간 등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행 법정 선거기간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런데 이같은 문제가 실시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선거기간을 연장하면 되는 문제이다.
해외 부재자투표를 실시하면 국가의 재정부담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를 내세워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과 국가 경제력을 비교할 수 없는 60년대에도 실시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영국이나 독일 등 주요 나라들은 후보에 대한 정보는 국가가 제공할 의무를 두지 않고 개인이 취득하도록 했다. 물론 예산 절감을 위해서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공정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프랑스의 경우를 들어보자. 프랑스는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76년부터 우편투표제를 폐지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현재의 제도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이같은 한계가 예상되므로 아예 실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 지적은 내국인과의 형평성에 대한 것이다. 헌재의 판결은 "해외거주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투표권 행사에 장해가 되는 사유를 스스로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재외동포의 권리와 의무차원에서 살펴보자.
한국인은 그 동안 치외법권지역인 외국에서 거주하더라도 사실상 국내법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다.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이나 간통법같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아왔다. 물론 대한민국 땅에 들어오면 법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본국 법을 준수하면서 생활해야하는 재외국민들에게 본국 법에 규정된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형평의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
두 차례에 걸친 헌재의 판결문에는 필자가 보기에 상당히 법외적인 판단이 담겨 있다. 현실조건을 들어서 실시하기 어렵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헌재의 판결을 보면 아직 여론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고 그래서 실시할 때가 아니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이에 따라 법논리를 꿰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김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