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홍보 전단, 본국서 한 장도 안 왔다”
“재외선거 홍보 전단, 본국서 한 장도 안 왔다”
2009년 08월 04일 (화) 중앙일보
2009.08.04 01:46 입력 / 2009.08.04 02:05 수정
선거권 가진 교민들 분통 … 선관위 “국회 싸움에 예산 확보 못 해”
“재외선거 홍보 전단, 본국서 한 장도 안 왔다”법만 덜렁 만들어놓고 … 정치권은 표 계산 중“본국에서 홍보 팸플릿 한 장 온 게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30일 미국 뉴욕과 시카고, 일본 도쿄에 재외국민 투표권 설명회를 갔다가 현지 교민들에게서 들은 쓴소리다. 설명회에 다녀온 재외선거준비단 관계자는 “홍보 예산도 없는데 제도만 도입됐다”며 “외교통상부에 현지 거주지를 등록한 재외국민이 30%가 안 돼 직접 홍보는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재외국민 유권자 240만 명에게 참정권을 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월 5일 국회를 통과한 지 6개월. 그러나 준비는 제자리 걸음이다. 아직 재외국민에게 복잡한 선거제도를 설명해주는 전용 인터넷 사이트나 콜센터 하나 설치되지 않았다. 선관위의 올해 재외 선거 관련 예산은 2억원, 전담인력도 재외선거과 직원 6명이 전부다. 당초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시한은 2008년 12월 말까지였지만 여야가 입법전쟁을 벌이면서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필수 홍보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훈교 재외선거준비단 총괄팀장은 “국회 상황이 워낙 불투명했기 때문에 법개정을 전제로 미리 예산을 확보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선관위는 6월과 7월 두 차례 외교통상부·법무부 등 정부 5개 부처와 합동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실태 조사를 겸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교민 참석자는 30명에 불과했다.
2007년 참의원 선거 당시 2.9%의 투표율을 기록한 일본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부랴부랴 선관위는 기획재정부에 ▶내년 예산 44억원 ▶재외선거국 신설 ▶실무자 파견(101명)을 위해 124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수용될지 불투명하다.
◆‘공관투표’ 등 문제 많아=더 심각한 건 제도의 문제다. 교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투표장소를 전 세계 166개의 대사관·영사관 등 현지 공관으로 제한한 것이다. 선거인 등록 때와 투표기간 등 두 차례 직접 공관을 방문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지난달 시카고 설명회 때는 “미국 시카고 총영사관은 중서부 13개 주를 관할하는데 공관까지 와서 투표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외국민 참정권연대의 김제완 사무국장은 “현지 교민의 생활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관투표는 투표권을 침해하는 반쪽짜리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고 주장했다.
재외선거 특성상 출마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투표용지를 현지에 보내게 돼 있어 후보(대선)와 정당의 이름(총선 비례대표)을 직접 쓰는 자서식(自書式)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도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한인 2세들에게는 어려움이다.
정효식·임장혁 기자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