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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 해외조직 ‘정치조직화’ 우려

세계로김 2015. 11. 15. 10:57

평통 해외조직 ‘정치조직화’ 우려 
 

 2009년 11월 24일 (화)  위클리경향  
 
 
[정치]‘평통’ 자문위원 무려 2만명, 법안 추진 속셈은 따로?
2009 11/24 위클리경향 851호
ㆍ국회 외통위 법안 상정 심사소위서 논의 예정… 해외조직 ‘정치조직화’ 우려


대통령자문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자문위원을 기존의 7000명 이상에서 2만명 이상으로 대폭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증원되는 대부분의 자문위원을 평통 해외조직에서 선임할 예정이어서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과 맞물려 정치조직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평통은 지난 7월 출범한 14기 자문위원 가운데 재외동포 자문위원 수를 13기보다 667명 증가한 2644명을 임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10월16일 평통 자문위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에서 윤 의원에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은 “청와대 측에서 직접 법안 개정을 요구해 여당 의원인 윤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의원 개인 입법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차원의 입법이라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윤 의원은 강력히 부인했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 재외국민이 750만명에 이르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재외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평통 자문위원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법안은 자체적으로 준비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정기국회 기간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 소위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자문기구 역할 못해 축소·폐지 주장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3조)에 있는 자문위원 구성에서 기존의 7000명 이상을 2만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부분이다. 윤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남북 공생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일운동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평통 구성 정원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자문위원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통 폐지 또는 축소론자들은 현재도 자문위원 수가 너무 많아 제 기능을 못하는 마당에 자문위원을 늘리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재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는 6인 외 약간명, 국민경제자문회의는 37인 외 약간명,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15인 이내로 구성돼 말 그대로 자문기구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등에서 자문위원 수를 줄이라고 평통에 요구해 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의화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평통은 방대한 조직에 비해 역할이 미미하고, 정치적 편파성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서 “평통이 이런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어서 위원 구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통 자문위원 조직이 일선 지역에서는 사실상 정치 조직화됐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에 기여한 사람들을 평통 자문위원으로 추천하기 때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평통 자문위원을 선거운동원 중에서 추천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평통 자문위원 축소에 매우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20명 이내의 부의장을 25명 이내로 증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윤 의원은 “해외지역 통일역량 결집 및 활동 강화와 여성 자문위원의 역할 증대 추세에 맞춰 해외 지역부의장을 증원하고, 여성 부의장 임명을 위해 부의장 임명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지역 평통지부 확대와 자문위원 증원은 동포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9월 평통 시애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 만찬 모임에서 현직 평통 부회장인 이 모씨가 참석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유리컵을 던져 총영사가 손과 얼굴에 상처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 지역 평통과 한인회 등에서는 평통 회장 선임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잡음이 끊임없이 빚어지고 있다. 평통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음으로써 마치 본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감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평통을 대폭적으로 개혁하는 내용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 송민순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평통 해외지역 회의는 동포사회에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끼쳤다”면서 “이미 재외동포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재외동포재단이 존재하는 데 굳이 평통 해외조직을 둘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입김 의혹 속 입법화 추진
개정안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조항은 제9조 사무처 기구확대 문제다. 개정안은 사무처장 직급을 정무직으로 격상하고, 차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둔다는 내용이다. 즉 기존의 1급인 평통 사무처장 직급을 차관급 이상으로 올리고, 사무차장직을 신설하는 등 사무처를 확대하겠다는 것. 윤 의원은 “사무처장이 통일 관련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국정 흐름과 통일환경 변화에 대한 적실성 있는 업무를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통일부 장관과 평통사무처장의 업무중복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통일 관련 업무는 통일부 장관이 맡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구인 평통이 통일문제와 관련한 국정에 참여하려는 이유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평통 사무처장인 김대식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숨은 실세’다. 이에 따라 김 사무처장이 국정운영 전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 네트워크 팀장을 맡았던 김 사무처장은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는 사무처장에 오른 이후 해외조직 확대 등 대대적인 평통 자문위원 물갈이를 단행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원의 평통 자문위원 추천도 명문화하고 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국회의원이 추천하던 관행이 제도화하는 것. 그러나 이 경우 여야, 지역 등 자문위원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이 169명으로, 여야 의석비율이 지나칠 정도로 불균형적이다. 18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국회 의석비율대로 자문위원 추천권이 주어진다면 여당 성향의 자문위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의원 측은 “여야 의석수는 총선 때마다 바뀌므로 이 조항은 어느 특정당에 유리한 조항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평통 간부와 자문위원의 활동비 지급을 제도화하는 것에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윤 의원 측은 “그동안 국회에서 법적 근거없이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지적에 따라 활동비 규정을 법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국회 관계자는 “자문위원에게 수당과 여비 외에 활동경비를 지급하는 예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명예직이라고 법률에 규정해 놓고 실질적으로 상근직으로 대우하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함을 덮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비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