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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댈러스 한인 시큰둥

재외국민 참정권..댈러스 한인 시큰둥 
 

 2009년 02월 16일 (월)  뉴스코리아  
 
 

한국에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준다는 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댈러스를 포함한 미주 한인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하나로 투표권을 행사해 정체성을 발휘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참다운 기회가 주어졌기에 분명 반갑고 흥분돼야 마땅할텐데 예상보다 반응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반쪽 참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제한적이고 비현실적인 면이 많은 참정권 법안이라는데 대한 실망감과 함께, 한인 사회에 벌써 불고 있는 당파 싸움, 지역 감정 등 부정적인 모습이 은연 중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우려 등이다.

관계 전문가는 물론 지역 단체장, 그리고 일반 동포 및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우려와 아쉬움이 담긴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재외국민 참정권은 댈러스 한인에게 어떤‘떡’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단지 ‘그림의 떡’은 아닌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미주 한인의 위상을 대변하는 한 단체의 회장은 실명을 거론하지 말길 바란다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 한인단체장으로서는 의견을 밝히고 싶지 않다. 다만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현재 LA 지역 한인사회는 재외참정권 발표 이후 매우 복잡하다. 벌써 정당별, 지역별로 파가 나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선거를 하게 될 경우 그 상황은 더욱 혼미해질 것으로 여겨지며 한인사회를 분리시켜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 단체장은 “물론 한인회장 등 재외참정권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재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참정권 때문에 벌써‘설치는’ 인사에 대한 우려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수십년씩 영주권자로 지낸 한인이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미국 시민권자인데 실질적인 선거권도 없으면서 참정권 때문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그 속을 모르겠다. 재외참정권의 본래의 의미에 맞게 선거권이 있는 사람만 선거를 하면 되고 시민권자는 미국 시민으로서 성실하게 본연의 삶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결국 그것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최근 벌어지는 사태는 미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한인 가운데 재외국민 참정권 통과에 반가움과 기대를 표하는 이도 없지 않았다. 미주 한인재단 댈러스 지회 김승현 회장도 그 중의 하나.

“그 동안 재외국민 참정권을 위해서 노력했는데 이번에 결정이 돼서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재외 한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앞으로 한인 지원도 예상돼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우려하는 바가 있었다.

“한인사회가 조금씩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안타깝다. 정당별로 모임을 갖기 시작하는데 정치적인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띨 것 같아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우려가 된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지지했던 만큼 만약 캠페인을 할 경우 시민권자이어서 직접적으로 간여하지는 않겠지만 뒤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할 생각이라며 재외국민 참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비쳤다.

한인사회 분열 조짐 두려워

민주평통 댈러스협의회의 정숙희 회장 역시 동포의 분열을 최우선 걱정거리로 뽑았다.

“재외국민 참정권으로 인해 해외동포사회가 분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심지어 지역 한인회장을 뽑는데도 잡음이 있는데 대통령은 물론 각종 총선 비례대표 선거 바람까지 불 경우 ‘갈등의 정치문화’가 해외동포에게까지 흘러 들어와 지역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 회장은 “벌써 모 도민회에서는 차기 회장 파워가 세질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출신 지역마다 전부 모임이 생기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민사회란 특수사회를 살면서 한 민족이 똘똘 뭉쳐도 모자란 판에 동포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미 주류사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 회장은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높이려면 우선 한국인끼리 잘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댈러스 한인 상공회 회장을 할 때부터 지역 몇몇 단체와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위해 힘썼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았는데 참정권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는 더 막막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벌써 출신지역 지지 정당별로 후원회 결성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투표권도 없는 미국 시민권자들”이라며 “이는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표가 치러지게 될 경우 부딪히게 될 실질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해 투표 당일 투표장마다 경찰이 투입돼야 하는데 알아본 결과 댈러스 경찰이 다른 나라 대통령 선거 시 투입된 사례는 없었다는 것. 다만 경찰동원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off-duty’인 경찰에게 소정의 사례비를 주고 가드로 세울 수 있는 정도라고.

“또 댈러스 동포들이 휴스턴 총영사관까지 가서 투표할 경우 다섯 시간 거리를 운전해 간다는 것이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 정당을 후원하는 단체에서 버스를 대절해 유권자들을 수송할 가능성은 있다고 쳐도 자금과 시간과 노력을 그렇게 써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우편투표 허용 안한 점 의문

댈러스의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전문가의 입장도 뚜렷하게 부정적이었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

“우선 다른 나라의 부재자투표는 우편투표제를 어김없이 실시하는데 이번 재외국민 참정권의 경우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하려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댈러스만 해도 한인동포 수가 많은 편이어서 대체투표시설이 설치되거나 혹은 그룹으로 차량편을 마련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세울 수도 있지만 재외공관이 전혀 없는 곳에 사는 몇몇 안 되는 한인에게 투표권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식의 투표권 부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제대로 법을 수정 보완해 모두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선거 현실적 문제 선해결 필요

막상 참정권이 주어지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에 우려가 앞선다는 입장도 많았다.

댈러스에 거주하는 존 오 씨(40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투표권이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오 씨는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선거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공정한 투표 결과를 위해 누가 투표 과정을 감시할 것인지, 또한 미국 내에는 한인회, 미주총연 등 선거와 관련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단체가 있는데 각 단체 사이에서 벌어지게 될 알력과 갈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 씨는 또한 휴스턴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직접 선거를 위해 또 다시 휴스턴을 방문해야 하는 댈러스 한인들의 애로 사항에 대해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이 투표를 위해 먼 거리를 두 번이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식으로 부재자 투표를 우편으로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캐롤턴에 거주하고 있는 한정순 씨(48세)는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재외 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는 소식은 정말 반갑고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접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씨 역시 “연일 쏟아지는 신문 기사의 내용을 보면 각 정당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저울질하는 모습이 비처져 내심 안타깝기도 하고 미국에서도 지역감정이 조장될 수 있다는 일부 기사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참정권 무관심 입장 한인들

캐롤턴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45)씨는 “영주권자라면 거의 대부분이 시민권을 획득하려 하는 이들이 많은데 한국 국민이기를 포기할 사람에게까지 투표권을 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주권자라고 밝힌 김 씨는 “조국에 대한 마음이 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민생활이 녹록치 않아 한국의 정치실정을 잘 아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끔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 큼직한 소식만을 접하는 것이 전부인데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씨는 “차라리 주재원이나 유학생, 여행자 등 단기체류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외국민 참정권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한인도 있었다.

프리스코에 사는 양 모 씨(52세)는“아직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다”며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았던지 지금껏 만족스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선거 공략을 위해 대통령 후보들이 전 미주를 방문하는 것도 아닐테고 대통령을 얼굴보고 뽑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도 모르는데 뭘 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할지 모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 한인의 경우는 흥분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정치에는 별로 관심 없었다. 그리고 비록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이 우선이다. 괜히 정당이니 후원 모임이니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금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한인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느니’ 하는 목소리는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미국 시민으로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연 정당을 만들어서 후원하는 분들이 미국 생활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는 지 두고 볼 일이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더구나 후보 선거 운동 역시 직접 지역에서 할 수 없고, 인터넷 등으로 홍보물을 전달받는 선에서 그친다는 기사를 보고 “흥미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한인도 있었다.

유학생들 반응은 활발한 편

지역 한인 유학생의 반응은 다소 활발한 편이었다. 우선 한국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그리고 영주권자에 비해 더 많은 투표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플레이노에 거주하는 유학생 이 씨처럼 적극적인 경우도 있었다.

“보다 발전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유학 길에 올랐다. 이 곳에서 학문과 기술을 익혀 한국의 성장을 위해 이바지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언제나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학 기간에 선거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재외국민 참정권 결정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이 씨는 “혹시 후원자 모임이 결성되면 한 몫을 하고 싶다”며 재외국민 참정권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밝혔다.

댈러스 인근 대학의 유학생인 김선희(26세)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이 참정권 부여로 인해 한껏 들뜬 것도 이해하고 벌써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우려가 된다”며“진정한 참정권 부여를 위해 유권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세부 사항을 면밀히 조사하고 난 후에 시행돼야 했을 유권자의 권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알렌의 유학생 박 씨도 재외국민 참정권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대변해줬다.

“재외참정권요? 글쎄, 별로 관심 없는데요. 솔직히 매일 힘든 유학생활에 한국의 상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네요. 주위의 일부 한인 시민권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정작 선거권자들은 관심 없는데 시민권자가 왜 벌써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혹 시민권을 포기할 의향이 있으면 모를까, 그들의 속을 알 수가 없네요.”

결국 재외국민 참정권을 두고 댈러스 등의 미주 한인의 반응은 ‘반신반의’ 내지 ‘아쉬움’이 많았다.

물론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향후 한국 정계 진출 및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들로서는 투표 기회가 반갑기만 하다는 입장이고, 또 적극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37년 만에 주어진 재외국민 참정권. 그 가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귀한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재외동포의 한 표 한 표를 귀하게 여기자는 재외국민 참정권이 실제로 재외 한인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언제쯤 가능하냐는 것이다.

(댈러스=뉴스코리아) http://www.w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