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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칼럼] 한민족 네트워크 완성을

[윤재석 칼럼] 한민족 네트워크 완성을 
 

 2008년 10월 02일 (목)  국민일보  
 
 
대한제국 말엽인 1903년 1월13일, 102명의 조선인을 태운 미국 증기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입항한다. 오늘날 200만 미주한인 이민사의 첫 페이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2년 뒤, 부관(釜關)연락선을 타고 일단의 조선인이 일본으로 이주한다. 오늘날 70만 '자이니치(在日)'의 시발이었다. 이보다 반세기 전, 관북과 관서 지방의 민초들이 초근목피의 삶을 떨치려 간도(지금의 동북 3성지역)로 이주한다. 300만 가까운 재중동포 커뮤니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름 하여 '코리안 디아스포라'. 19세기 중엽부터 한반도를 넘어 형성되기 시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현재 160여개국에 통산 700여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북한을 합친 본국 인구 대비 재외동포 비율이 10%에 이른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본국과의 교류나 유대는 그리 원활하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각국에 나가 있는 한인 중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에 대한 상찬이나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이 대종이었다. 요 며칠 만해도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인 미셸 리의 활약상이나 임용근 전 워싱턴주의원의 주지사 도전, 뉴욕시경찰 사상 최초로 한인 최고위직에 오른 윤준원 캡틴(경감)의 사연 등이 고작이다.

특히 실효적 측면에서의 상생 또한 미흡한 편이다. 우리나라와 거주국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개최되는 '세계한상대회'의 경우 이달 말 제7차를 맞게 되지만, 특정 언론기관과의 공동 주관이라는 행사 성격으로 인해 범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재외동포들이 본국과 담을 쌓거나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고 살아온 재일교포의 경우, 6·25전쟁이 발발하자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전선에 뛰어들었고 본국에서 수재가 발생하거나 방위성금을 요청하면 거액을 희사하는 등 끈끈한 조국애를 보여주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땐 무려 1조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60∼70년대 서독으로 건너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모국 송금으로 보릿고개를 넘었던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어버렸다.

재미동포 역시 남다른 조국애로 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자리잡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연간 약 30억달러를 본국으로 보내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미흡하다. 이제 총체적인 라인업을 통해 본국-재외동포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국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과 활동 여건 조성, 총괄적 네트워크 운영 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어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2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한인주간(1∼7일)과 세계한인의날(5일) 행사 일환으로 열린 기념식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 점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한민족이 세계를 무대로 성장하고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재외동포들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정부 부처 안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해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총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서 상 정부 조직 안에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가 없으면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뒤지기 때문이다. 이는 700만 재외동포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한편 경제 통상뿐 아니라, 외교·문화·학술 등을 관장할 한민족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한다. 한인대회나 한상대회를 연례행사로 치르고 말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상시 운용하여 결실을 맺고 추후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세계한인대회를 계기로 이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취해지길 기대한다.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