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 사건 위헌결정문
2008년 09월 05일 (금) 헌법재판소
별칭 재외국민 참정권 사건
사건번호 2004헌마644등
사건명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선고날짜 2007/06/28
판례집 19-1 결정문전문 2004헌마644.hwp ( 201 K )
결정문
재외국민 참정권 사건
〈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2005헌마360(병합),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2항 등 위헌확인, 판례집 19-1, 859〉
이 사건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선거권과 피선거권, 국민투표권 행사를 위한 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또한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하여만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로 하여금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다.
【사건의 배경】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선거권 및 피선거권, 국민투표권의 행사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하고 있고, 또한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하여만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일본 영주권자들이거나 미국 또는 캐나다 영주권자들인데, 위 조항들이 청구인들과 같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에 대해 참정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청구인들의 참정권, 보통선거원칙,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다만 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을 피하고 입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2008. 12. 31.을 입법개선 시한으로 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2인의 각 별개의견이 제시되었다.
1.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국정선거권’) 부분
가.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국민주권의 원리의 현실적 행사수단으로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하며, 주기적 선거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국정선거권을 비롯한 국민의 참정권이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제24조)고 규정하지만, 이것은 선거권을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의해서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나. (1) 재외국민에게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더라도 우리의 특수한 상황하에서는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행사에 대한 제한은 허용된다 할 것인바, 재외국민의 경우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구별이 가능하고 또한 재외국민등록제도 및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제도를 활용한다면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다.
(2)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과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민주국가의 기능적 전제인 선거권 행사를 특정 국민들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는바, 예상되는 부정선거가능성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방법의 적절한 제한, 투표자 본인의 신분확인방법의 도입, 선거운동비용 지출에 대한 사전 사후의 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하여 차단하는 방법이 있으며, 법원의 재판 등을 통한 사후적 통제도 가능하다.
(3) 선거기술상의 어려움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재외국민의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선거기술상의 어려움 역시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합당한 사유라 보기 어렵다.
(4)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납세나 국방의 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에게도 병역의무 이행의 길이 열려 있는 점, 재외국민 중에는 병역의무와 무관한 여자들도 있는 점, 청구인들 중 이미 국내에서 병역의무를 필한 사람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납세와 국방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부인할 수 없다.
(5) 선거권의 제한은 그 제한을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개별적, 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막연하고 추상적 위험이라든지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의 사유로는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다. 단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하여 그에 따라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그에 대한 정당한 목적을 찾기 어려우므로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된다.
다. (1) 선거기간의 연장에 따른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증가 및 국가적 부담증가가 예상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고, 선거비용의 부담 우려만으로 민주국가에서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자발적 계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가 부인되는 것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2) 따라서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재외국민과 단기해외체류자 등 국외거주자 전부에 대해 국정선거권의 행사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국외거주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된다.
2. 지방선거 선거권 및 피선거권 부분
가. 국내거주 재외국민은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을 할 수 없을 뿐이지, ‘국민인 주민’이라는 점에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인 주민’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그가 속한 자치단체 구역 내의 동질적 환경 속에서 동등한 책임을 부담하고 권리를 향유할 자격을 가지므로 지방선거 선거권 부여에 있어 양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어떠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일정한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상의 권리’인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선거권이 단순한 ‘법률상의 권리’인 외국인의 선거권에 못 미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서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그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전면적, 획일적으로 지방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평등권과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을 침해한다.
나.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으로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얼마든지 밀접한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 현행법상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만2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국내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재외국민도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선거에서의 피선거권에 대해서만 주민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의 피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 이상 주민으로 생활하면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에 대해 주민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3. 국민투표권 부분
국민투표는 국가의 중요정책이나 헌법개정안에 대해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인데,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민등록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국정선거권의 제한에 대한 판단에서와 동일한 이유에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4. 별개의견1.
이미 상당기간 대한민국과는 문화적·사회적·경제적으로 상이한 환경의 외국에 생활의 기반을 잡고 그 곳에 영주할 의사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 재외국민이나 국외거주자들과는 대한민국의 선거나 정치에의 참여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의 진지성, 밀접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통일체로서의 국민을 넘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국가구성원으로서의 대의기관을 구성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국외영주권자들에 대한 국정선거권제한은 언제나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이는 국민투표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5. 별개의견2.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은 선거권의 행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주민등록자만 규정하고 국내거소신고나 재외공관에 재외국민등록을 한 재외국민을 포함시켜 규정하지 아니한 점에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주민등록자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정당하고 헌법에 합치되며, 일정한 재외국민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될 뿐이다. 따라서 주문형식도 거기에 맞춰서 나와야 한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국외거주 외국영주권자 및 국외거주자에 대해 국정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을 합헌으로 보았던 1999년의 결정을 8년 만에 명시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 결정이 있자 여야 각 정당들은 일제히 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연한 결정”,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평가하였다(중앙일보, 2007. 7. 29.자).
【관련결정】
위 결정과 동시에 쟁점이 유사한 다른 두 사건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먼저, 주민투표권 행사의 요건으로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주민투표권을 박탈하는 주민투표법 조항에 대해서 ‘주민등록이 된 국민인 주민’과 차별할 근거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2008. 12. 31.을 입법개선 시한으로 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었다(2004헌마643). 또한 국외의 구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장기 기거하는 선원들에게 아무런 선거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들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었는데, 이 결정에서는 개선입법 시한을 명시하지 않으면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였다(2005헌마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