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금지’된 선거권
2007년 06월 18일 (월) 뉴스코리아
한국의 외교능력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유엔 사무총장직에 ‘반기문’이라는 한국인을, ‘Korean’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을 수 있었던 건, 그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 ‘모든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땀방울과 긍지가 든든한 받침목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세계화는 600~700만이라는 막강한 해외동포의 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는 남북한 거주자 7,200만 인구의 십분의 일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해외동포의 위상이 이렇게 큰 나라는 흔치 않다.
막강한 해외동포는 조국의 입장에서 볼 때 ‘세계적인 막강 파워’다. 세계 곳곳에서 피와 땀과 긍지로 일군 해외 동포들의 인적, 지적, 사회적, 경제적 자산은 글로벌 시대를 장악해나가는 원동력에 다름없다. 한국정부와 한국의 많은 기업, 한국의 교육기관들이 해외 동포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한민족 네트워크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해외 한인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해외동포 참정권’ 또한 막강 해외동포의 영향력이라는 연장선상에 서 있다.
한국정치사에 있어 암울기였던 1960년대, ‘해외 부재자 투표’는 해외 거주 한인들을 위한 ‘참정권’이었다기 보다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1972년 빼앗기고 말았다. 집권여당에 몰표를 던져주는 파월장병들이 종전과 더불어 한국으로 들어왔고,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인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해외 부재자 투표’는 더 이상 정권유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0여년 후인 요즘, 막강한 영향력의 존재로 우뚝 선 ‘참정권’의 주인들이 독재정권이 줬다 뺏은 제 물건을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해외 동포들의 참정권 요구가 정치권 안팎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해외 동포들이 올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달려있다. 헌법재판소가 6월달 안으로 공직선거법 제 37조 1항 및 제38조 1항에 명시된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내 거주자에 한하여 부재자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릴 경우, 정치권은 ‘반드시’ 올해 선거부터 해외 동포들의 선거권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재외국민등록법상 올해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는 해외 유권자는 700여만명의 해외동포 중 28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약 39만 표, 2002년 16대 대선에서 약 59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해외동포들의 280만표는 대선의 향방을 뒤바꾸는 ‘초특급’ 변수가 되고도 남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가져야 할 재외동포들의 참정권이 또 다시 정치권의 ‘계산’에 의해 좌지우지될까 우려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한다.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를 일컫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 해당하는 이가 영주권자인지 주재원인지 유학생인지를 묻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적은 가진 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이란 말이다.
더 이상 해외 동포들의 권리가 ‘정치꾼’에 농락되지 않기 위해선 수적인 막강파워만큼 해외동포들의 하나된 결집력이 필요하다. 거주지역에 불문하고 ‘금지된 선거권’을 되찾는 일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윤주 편집위원 yunju@w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