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는 제외해야 한다고?
참정권 공청회 토론문(2) 빼앗긴 한표 되찾을 시간 두달 남아
2007년 04월 12일 (목) 김제완
이처럼 해외투표제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빗나간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여야 정당이 참정권 부여 원칙에는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에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할 것인가 여부를 따지는 논의는 현단계에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 부여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 재외국민 투표제도 자체를 반대했던 사람들은 이제 영주권자에 대한 부여반대로 입장이 바뀌었다. 반대론자들도 자이툰 부대원이나 주미대사까지 선거를 하지 못하는 현실을 옹호하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외국에서 '영주'하며 국내로 돌아올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 왜 국내선거에 개입해야 하는가부터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어 선거기술상으로 문제라는 의견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미 해외 부재자투표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OECD 가입국중에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찾을 수 없다.
다만 외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면 국내사정에 어둡다는 이유를 들어서 제한하는 몇나라가 있을뿐이다.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이 각각 본국을 떠난 지 20년, 10년, 5년, 3년 이상인 자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차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등 통신수단의 발달로 인해 원인이 해소되었으므로 이같은 제한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해진다.
영주권자들은 주재원 유학생등 단기체류자와 달리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부여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국민의 주권중 으뜸인 참정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에게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유일한 조건이다. 위의 주장은 이같은 법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소치이다.
이 논란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판단에 의해 가열되고 있어서 우려된다.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는 영주권자들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정당에 따라 득표상 유불리를 따지면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영주권자 투표권과 관련된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주민등록제와 이민여권제도와의 관계이다. 이 두가지 제도는 한국이외에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기 어렵다. 외국 영주권을 받아서 이민가는 사람은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을 말소해야만 출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들에게는 일반여권과 여권번호 표기가 다른 이민여권이 발급된다.
주민등록제도는 지난 60년대 남북대결이 격화되었을 당시 주민통제 목적으로 만든 것이어서 남북화해시대에는 폐지해야할 제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민여권제도는 외교통상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출신 외국 영주권자들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제도에 의해 신분상의 구별을 받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영주권자에 대한 참정권 제한 주장의 근저에는 이같은 제도가 주는 구별 또는 차별 의식이 깔려있는 것같다.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인 제도가 한국에만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같은 잘못된 논란를 거쳐 영주권자들이 제외된 재외국민 부재자투표를 규정한 선거법이 통과된다면 그 즉시 200만명에 가까운 전세계의 영주권소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