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를 다시 그려라
2007년 03월 24일 (토) 온바오김병묵
구글 어스 위성 지도를 보면 둥근 지구 위에 바다와 육지가 보인다. 위성에서 바라 본 육지에는 어떤 '경계선'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세계 지도는 근대 국가의 영역을 표시해서 나누어 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같이 육지 위에 이리 저리 선을 끄어 영역을 표시한 ‘경계선’은 세계 지도 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관념 속에도 있다. 근대 국가 성립 이전에 이 같은 국경선에 대한 인식이 분명했을까?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나들며 만주땅에 ‘도둑 농사’를 지었던 우리네 선조들에게 지금과 같은 분명한 경계선이 존재했을까? 남북을 가르는 삼팔선이 반도를 갈라놓기 전에 서울과 평양의 거리가 지금처럼 멀었을까?
당대의 ‘우리’는 ‘세계화’를 말한다. 국경선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민족 재외동포가 700만이라고 하고 재중한국인이 60만이라고 한다.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천 공항을 통해서 세계를 드나들고 있고,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삿짐을 싸 들고 외국으로 이민하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이미 국경선은 모호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관념 속의 ‘국경선’은 세계지도의 것만큼이나 분명하다.
기존의 국경선은 ‘영토’를 근본으로 삼은 것이다. 땅을 근본으로 삼았던 전근대적 인식에 따른 것이 기존의 국경선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새로운 ‘공간’ 인식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새로운 인식에 따라 한국인이 진출해 커뮤니티를 형성한 그 모든 지역을 국가의 영역으로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인식의 변화가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정치적 인식을 세우는 핵심 키워드일 것이다. 국가는 헌법에 입각해 국가 구성원을 정의한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구석구석 뻗어나간 자국민에 대해서는 정치적 관심과 활동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 정치라 하면 바로 이들을 포함하는 정치가 아닐까? 최소한 대한민국 여권을 신분증으로 삼고 세계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반도 이남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만을 상대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외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기 의무를 다 할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교육의 의무와 권리를 다 할 환경조차 보장되지 않음으로 인해 재외국민 자녀들의 정체성이 애매해지고 있다.
전근대 시대에 인구수가 곧 국력이었다면 지식정보화, 세계화 시대에는 고급 인재가 곧 국력이다. 당장 납세의 의무를 다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의 자녀 교육을 방치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국력 신장의 전략을 세우려면 무엇보다 먼저 ‘영토’ 중심의 국경선을 지우고 ‘사람’ 중심의 국경선을 새로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