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에 투표권 주지 않는 한국
2005년 03월 09일 (수) 뉴스위크한국판 11
OECD 국가 중 유일···일본•미국 동포 중심으로 참정권 회복 운동 일어
일본 고베(神戶)의 평범한 회사원 이건우(53)씨는 재일동포 2세다. 본적은 충남 예산이다. 일제시대 탄광 노동자로 징용된 아버지의 고향이다. 그의 가족은 해방 후 일본 각지를 전전하다 오사카(大阪)에 정착했다. 그래서 한국은 그들에게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1971년 이씨는 한국 유학을 결심하고, 어학연수 후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유신시대 그는 학생운동에도 참여했다. 조총련 간첩단 사건으로 모진 고초도 겪어야 했다. 이씨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국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기는 이씨의 딸 상언씨도 마찬가지다. 상언씨도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한 후 교사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등록이 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주민등록을 받으려면 일본 영주권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이 있고, 태어난 고향이자 생활 터전이었던 일본 영주권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이씨는 95년 해외동포의 참정권 부여에 관심이 있는 내국인과 주로 재일동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동포와 조국참정회복을 위한 시민연대’(조국참정시민연대)의 공동간사다. 이씨 등 재일동포 2,3세들은 97년 ‘공직선거법 및 부정선거방지법’(공선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냈지만 99년 기각됐다. 그러자 이들은 2002년 3월 “재외국민에게 국정 선거권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민족 정체성을 손상시켰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산하 공익소송위원회 소속 13명의 변호사 전원(대표 변호사 정지석)이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어 이 소송도 기각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이들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소원인들의 명의를 바꿔 또다시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재외국민선거권과 주민투표법개정 두가지다. 이번엔 이씨의 딸 상언씨도 소원인으로 참여했다. 정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식민지의 ‘유산’인 재일동포를 일반 국민과 똑같이 받아들이는 데 소홀했다”며 “일본에서 차별받고 한국에서는 소외되는 재일동포들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회복시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조국참정시민연대’의 공동간사인 백병규씨는 95년 이씨의 여권에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써 있는 것을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일본 국적일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정변호사는 “많은 국민들이 재일동포를 일본 국적자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재외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등록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해외 거주 한국인은 대략 6백만여명이다.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2백70만명쯤이다. 이중 선거 자격이 주어지는 20세 이상의 재외국민은 일시 체류자 92만명, 영주권자 1백95만명을 포함해 모두 2백27만명이라고 한다(2003년 1월 기준).
그러나 이들에게는 국정 선거권이 없다. 이씨 같은 외국 영주권자는 물론이고,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나 파리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현행 공선법 규정 때문이다. 공선법은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자’만이 선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구역 안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자’만이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해외이주법에 따라 재외국민은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주민등록을 만들 수 없다.
현재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찍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민이 많았던 서구 여러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재외국민들의 참정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국 실정에 맞게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재외공관 공무원이나 해외 파견 군인들에게만 선거권을 주었다. 그러나 점차 해외 거주 일반 국민들로 확대했고 몇몇 국가들은 이중국적자와 여행자들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가장 선진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해외 공관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선거관리 기구를 조직해 본국과 동일한 날에 투표를 실시하며 대리투표도 가능하다.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 역시 오래 전부터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주어왔다. 가장 최근에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준 나라는 일본이 2000년부터, 이탈리아가 2003년부터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에서도 지난 1월 투표에 재외국민까지 포함시켰다. 중국·대만·북한의 경우는 일정 수 이상의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외국 선거구를 두고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본국에 보내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97년 헌재가 재외동포들의 헌법소원을 기각한 사유는 크게 네가지였다. 첫째 국토가 분단돼 있는 처지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동포에게 참정권을 주면서 북한 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만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는 선거 기술상 문제점 때문이고, 넷째는 국가에 대한 납세·병역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해외동포에게 투표권을 주기 어렵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조국참정시민연대의 공동간사인 백씨는 북한 주민이나 조총련계가 요구하면 선거권을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대해 “국적은 단순히 선언이나 규정에 의해서만 취득되는 게 아니다”면서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 돼 있는 이들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다수 국가들이 지금까지 재외선거를 실시해왔지만 선거 공정성이 크게 문제된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처럼 선거 관련 벌칙 규정을 재외국민에게 적용하는 것도 방법으로 든다. 기술적인 문제 역시 개표소를 공항에 둬 투표용지나 투표함 이송에 따른 시간을 단축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투표일을 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백씨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만 권리를 주겠다는 논리도 지나치게 경직된 원칙론이라는 주장이다. 미주한인총연합회 재외국민참정권회복위원회의 김완흠 위원장은 “이중과세방지조약에 의해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서만 납세하도록 돼 있고, 해외 거주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연기해주는 것일 뿐 의무 자체를 면제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면서 “한국에 거주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군대에 가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면 그들의 선거권도 박탈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의 재일민단사무소 이남우 총무차장은 “한국전쟁 때 재일동포들은 헬기와 경비정을 사 보냈고, 고향에 다리를 놓고, 마을회관을 지었으며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각종 성금이나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면서 “총을 들어야 조국을 지키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일동포들은 97년 헌재가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유를 달자 2003년 헌법소원 때는 한국에 들어와 병역 의무를 마친 재일동포 2세를 소원인으로 내세웠다.
참정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은 재일동포뿐만이 아니다.
97년 3월 프랑스에 체류 중이던 수출입은행 프랑스 주재원 공주식씨와 유학생 김영정씨는 “해외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 역시 99년 헌재에 의해 기각됐다. 이처럼 각국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참정권 회복운동은 2003년 2월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전세계 재외동포들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미주총련(회장 최병근)이 본격 가세하기 시작했고 유럽·중국·캐나다 등 80여개국 한인회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교민들이 하나의 단체로 뭉친 것은 아직 아니다.
재미 1백96개 한인회 연합회인 미주총련은 워싱턴·뉴욕·LA 등 각 지역 한인회별로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인 뒤 지난해 10월 국회에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프랑스 동포신문 ‘오니바’의 편집장인 김제완씨는 2001년 7월 정지석 변호사와 함께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을 위한 ‘한겨레 네트워크’를 창단했다. 인터넷을 통한 참정권 회복운동이다. 이 운동은 해외 ‘노사모’ 회원들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노사모 회원들은 ‘재외국민 투표권 찾기’를 교민사회에 알리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재외동포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재외동포들이 무조건적인 참정권 회복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 동포 사회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 재학 중인 션 박씨는 한국에 들어가 병역 등의 의무를 한 사람이나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재외동포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박씨의 가족들도 2003년 캐나다로 이민했다. 그는 “10년 동안 외국 영주권자로 지내온 사람이 한국 상황에 대해 뭘 알겠느냐”며 “외국에서까지 굳이 한국 선거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상당수 젊은이들은 이 말에 동의한다.
97년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 외교부는 “영주권자들은 빨리 현지화하는 게 좋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해외동포들이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시민권을 따서 바뀐 국적대로 사는 게 좋겠다는 논리였다. 논란이 재점화되자 정부는 2001년부터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부처간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절차적 문제점 등을 들어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제 정부의 입장은 크게 달라졌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영주권자에게도 참정권을 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면서 “일단 일시 체류자에게 먼저 부여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외교부는 중앙선관위와 함께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공선법 개정이 핵심이다.
일시 체류자가 아닌 영주권자 등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데는 몇가지 난관이 있다. 정부의 고민은 국내 정서상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데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민의 의무를 하지 않는다고 기본권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2천7백54명의 응답자 중 1천9백40명(70% 이상)이 ‘국방·납세 등 국민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므로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재외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당연한 일’이라고 한 응답자는 28.8%에 불과했다.
반대자들은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문제삼는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외국에 거주하더라도 사실상 국내법의 지배 하에 있었다”면서 “국내법의 구속을 받으면서도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형평성 위반”이라고 반박한다. 찬성론자들은 미국 등지로 이민간 사람을 마치 조국을 버리고 간 사람이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일부 도피성 이민자들 때문에 나머지 재외국민 모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제완씨는 “부정적인 국민 정서가 형성된 것은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방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 부유층이 도피성 이민을 했는데 어려울 때 떠나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회피한 이들에 대한 불만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백병규씨는 영주권자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주권’은 그 나라에서 시민권(귀화)을 따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거주상의 권리이기도 하다”면서 “글로벌 시대이니만큼 이처럼 국적은 한국으로 두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면 2백70만 재외국민 중 어느 범위까지 부여할 것이며, 또 이들이 참가할 선거는 어느 범위까지 제한해야하는가 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도 정부의 고민이다. 만약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외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면 비용은 우편물 발송비와 기타 선거관리비를 포함해 약 81억여원으로 예상된다(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추산).
현재 국회에는 3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제일 먼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003년 8월 중앙선관위의 것이다. 이 법안은 해외 주재원·상사원·유학생 같은 일시 체류자들에게 대통령 선거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한나라당의 유기준 의원 외 22인과 홍준표의원 외 34인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유의원의 안은 선원들과 주민등록이 돼 있는 해외 체류자들에게 모든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것이고, 홍의원의 안은 영주권자를 포함한 모든 재외국민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권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5년 이하 해외 체류자를 대상으로 대선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주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법안도 곧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들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게 된다.
재외동포들은 일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 처리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외국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각국 재외국민들이 연대해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주총련은 대표단을 파견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할 계획이고, 재일민단도 3월 초 각당 대표들을 만날 생각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재외국민 참정권이 부여될 첫번째 선거는 2007년 대선이 될 것이다. 홍준표 의원의 추산에 따르면 이때 예상 선거권자는 약 2백67만여명이다. 97년 대선에서는 30여만표, 지난 대선에서는 50여만표 차로 승패가 갈린 것을 감안할 때 선거 판도를 뒤흔들 만한 투표자 확대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해외동포의 기본권 회복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자당에 유리한 법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인상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김덕룡 원내대표가 “해외동포에게 대선 등에서 참정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국회 연설에서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미국 등 보수성향을 띤 장기 체류자들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점치기 때문이다. 홍의원실 관계자는 “현실 정치에서 표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1~2%포인트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데 재외국민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지난해 11월 LA 동포 간담회에서 “일시 체류자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화영 의원은 곧 발의할 법안에서 선거권 대상을 영주권자를 포함해 출국한지 5년 이내 체류자로 한정했다. 젊은층이 많은 일시 체류자는 열린우리당 성향,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장기 체류자들은 한나라당 성향이 많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의원실 관계자는 “최소한 60만~70만명의 유권자가 새로 생기는 데 그 성향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양당 모두에 모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3년 전 약사 자격으로 미국 LA에 이민온 김완흠 위원장은 아직 미국 시민권이 없다. 조국을 버리는 것 같아서 일부러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들어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면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2세인 이건우씨와 딸 상언씨 역시 일본 시민권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조국애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선택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김 은 선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2005.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