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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만 재외국민 투표권 왜 제한하나”

“260만 재외국민 투표권 왜 제한하나” 
 
 2004년 04월 15일 (목)  경향신문  1111 
 
 
투표권이 있으면서도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2백60만 재외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으로서 갖는 신성한 주권인 참정권을 거세당한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기력하게 조국의 정치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참정권은 민주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인데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30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만이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기만 하다.

말로만 세계화 시대, 세계 속의 한국이지 당리당략과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권은 재외국민의 신성한 권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1997년 6월 이부영 의원이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고 97년 7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치개혁특별법안을 합동으로 작성해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제도를 도입할 경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며, 교포사회가 여야 지지자로 갈려 반목과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결국 입법에 실패했다.

99년 재일 교포와 프랑스 주재원이 헌법재판소에 재외국민 투표권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기각 판결 사유로 재외국민이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점, 선거기술상의 문제와 국가 재정의 부담, 선거의 공정성 확보 문제, 내국인과의 형평성 등을 들었다.

그럼 29개국의 OECD 가입국들은 어떻게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고 있는지, 국민의 주권이 국가 재정문제로 침해받아도 되는지 정말 묻고 싶다.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는 귀국 투표권이 있고 그것에 대한 편의를 국가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그럼 모든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귀국했을 때 그때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적 손실이 아니라는 말인가?

97년 이후 재외국민 투표권 찾기 운동이 활발해지고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인터넷 서명운동(재외국민 선거권 회복을 위한 한겨레네트워크 준비위원회, www.hankyore.net)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선 해외파견 공직자나 10년 혹은 5년 이내의 단기 체류자에게만이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투표권을 주기를 기대한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2백60만 재외국민의 안타까움을 생각해서라도 국내에 계시는 모든 국민들이 너무도 소중한 주권 행사에 꼭 참여하길 간곡히 기원한다.

〈김대오 오마이뉴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