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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언론인 네트워크 결성

재외동포 언론인 네트워크 결성 
 
 2002년 11월 26일 (화)  한겨레  1111 
 
 
해외 각국의 동포사회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기구가 탄생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가 지난 18~23일 서울과 제주 등지에서 주최한 제1회 재외동포기자대회에 참가한 재외동포언론인들은 22일 제주 칼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열띤 논쟁 끝에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독일, 필리핀 등 12개국 재외동포언론사의 발행인·주필·편집(편성)책임자 등 고위간부 28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260만 재외국민의 `참정권 되찾기’를 포함한 565만 재외동포들의 권익 옹호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당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해금 촉구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인권 향상 △재외동포 언론사간 친목과 상호교류 등의 사업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재외동포언론인들은 이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월간지 <오니바>를 내고 있는 김제완 발행인을 사무간사로 선임하고, 아시아·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유럽·오세아니아 등 5개 대륙에서 1명씩 지역간사를 선출한 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www.journalist.or.kr)를 허브사이트로 이용하거나 별도의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상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일상적인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발행인은 “450여개에 이르는 해외 한글매체 가운데 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130여개 매체(30% 추산)는 모두 회원사 자격이 있으며, 협의회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22일 제주 칼호텔에서 열린 `각 지역 동포언론 현황발표’는 비록 일부이긴 하나 외국에서 동포들을 상대로 한글로 발행 또는 방송되는 재외동포언론의 현황과 과제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대부분 해외이민자들과 재외동포 2, 3세들로 이뤄진 참가자들의 발표는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카자흐스탄에서 유일하게 한글판 신문을 발행하는 <고려일보>의 김성조 편집국장은 “러시아 이민사가 100년이 넘어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며 “10만여명의 동포 중 우리말과 글을 아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 한글판의 유용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발행되는 월간 <아리랑>의 곽미정 편집장은 “30여개에 이르는 한글 인쇄매체 가운데 기자를 두고 있는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 광고수입이 어려워 통신판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해방 전 이주해온 세대와 해방 이후 이주자 및 출생자들이 정서적으로나 생활 면에서 서로 분리돼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재외동포언론의 과제에 대해 한 목소리로 △동포들의 현지적응 지원 △한민족 정체성 보존 △동포사회 상호연대 등을 꼽으면서 “한국 정부가 동포사회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제주/글·사진 조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