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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 재도입 방향 -이종훈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 재도입 방향 
 
 2002년 02월 04일 (월)  이종훈  111 
 
 
 


이 종 훈(정치학 박사, 국회 정치담당 연구관)
rheehoon@nanet.go.kr, rheehoon@hotmail.com


1. 문제 제기

재외국민, 특히 해외 일시체류 재외국민은 오래 전부터 투표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측에 제시하였으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1966년부터 1972년 사이에 일시적으로 해외체류 재외국민에 대한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다가 별 다른 설명 없이 중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참정 요구를 정치권에서 수용하여 1997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재외국민에 대한 투표권 부여 문제를 협의하기도 하였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제도를 도입할 경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며, 교포사회가 여야 지지자로 갈려 반목과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결과 결국 재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1999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선거법,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37조 제1항이 국토가 분단된 현실, 선거의 공정성 확보 문제, 선거기술상의 문제, 납세의무 등 국민의 의무와 선거권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입법목적에서 정당할 뿐만 아니라 그 입법으로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하는 기본권 사이의 형평성을 갖추었고 그 목적달성에 적절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선고함으로써 헌법 소원 청구인들의 요구를 기각시켰다. 이로써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제도 재도입 요구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국내에서 당위성 기반을 상당히 잠식당하고 만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제도 재도입 주장을 하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근본적 당위성 이외에도 다른 자유민주 국가의 사례와 시대적 흐름이 이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당위성은 물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기각 선고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국민이나 해외 거주자에 대하여 모두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선거법이 부재자 투표 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둘째, 부재자 투표제도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일거에 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대상 국민을 확대하는 등 점진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점진적 개선에 대하여 평등의 원칙이 어떤 장애일 수는 없다. 국가가 부재자 투표를 원하는 모든 국내외의 국민을 파악하여 그 전체에 대하여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부재자 투표자의 범위를 결정하면서 일부 국민에 대하여만 부재자 투표를 인정한다고 하여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할 수는 없다. 셋째, 해외 거주자 가운데 해외파견 군인과 공무원은 국가의 명령으로 해외에 근무하고 있으며 임의로 귀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다른 해외 거주자에 비하여 기본권의 제한 정도가 무겁다고 보여지므로 향후 입법자가 이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 제도 확대가 세계적 추세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해외파견 군인과 공무원부터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것은 역으로 우리 나라도 언젠가는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실시해야 함을, 다만 단계적인 접근법을 택해도 법적으로는 무방함을 시사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전제 아래 먼저 과거의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 도입과 폐지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재도입과 관련한 쟁점을 좀더 상세히 검토하기로 한다. 그 다음에는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본 다음, 대안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도입과 폐지 과정

(1) 도입 과정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는 1966년 12월 대통령 선거법 개정 시에 처음 도입하였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선거법 제19조 제2항에 국내에 주소를 가진 자로서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선거권자의 부재자 신고와 우편투표를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이후 1967년 3월 대통령선거법시행규칙과 국회의원선거법시행규칙 개정 시에 해외 부재자의 우편투표 시행 절차를 좀더 자세히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규칙에 따라 실제 시행한 사례를 도표로 요약한 것이 <도표1>이다.

<도표1>해외 부재자 우편투표 발송 기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 "해외부재자 투표에 관한 참고자료", 1996. 10, 2쪽, 참고.

당시 도입이 이루어진 가장 큰 배경은 무엇일까? 파병 주월군에 대한 투표권 보장이었다. 이것은 <도표2>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도표2>'67년 선거의 해외 부재자 투표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 "해외부재자 투표에 관한 참고자료", 1996. 10, 4쪽, 참고.

(2) 폐지 과정
하지만 1972년 11월 국민투표 결과 12월에 유신 헌법이 공포되고 제4공화국이 출범하면서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도 사라졌다.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법에서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국내 거주자만 부재자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국회의원선거법에서도 관련 내용이 마찬가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해외 부재자는 더 이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의 폐지는 주월군 철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주월 한국군은 이 제도 폐지 직전인 1971년 11월 월남 정부와 협정 체결을 계기로 단계적 철수를 시작하여 1973년까지 철수를 완료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박정희 정부는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를 전체 해외거주 재외국민을 염두에 두고 도입한 것이 아니라 파월 한국군을 염두에 두고 도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볼 때 정권의 적극적 지지계층인 군인에게 투표권을 인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이러한 제도 도입은 지속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당시 정부가 미국의 재외국민, 곧 영주권자에 대해 모국 정치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미국 성조기에 경례하는 법부터 배우라는 식의 이른바 현지화 정책을 역설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현지화 정책은 현재까지도 재외동포정책의 기조로 이어진다.
하여간, 민주화의 배후 지원을 담당했던 재미동포 사회를 포함한 재외국민 사회 전체로 투표권을 확대하는 것은 아마도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유신 체제 구축과 더불어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를 신속히 폐지한 배경에는 이러한 점도 작용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3. 재도입과 관련한 쟁점

(1) 선거 기술상 문제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 도입과 관련한 최대의 걸림돌이자 도입 반대론의 가장 주된 논리 근거는 선거 기술상 난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적하고 있다시피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에 대하여 우편물을 발송하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데에는 거주 지역에 따라 적어도 9일 또는 23일 정도 걸린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3조 제1항이 선거별 선거기간을 대통령선거는 23일,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17일, 지방의회의원선거는 14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편물 회수에 필요한 기간과 투표용지 인쇄기간 그리고 선거공보와 소형인쇄물 작성제출기간을 고려하면,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기간 하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모두에게 투표용지와 선거공보 같은 선거홍보용 인쇄물을 발송하고 투표용지를 회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모두에게 부재자투표를 허용하려면 결국 선거기간을 연장하여야 하는데, 선거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국가와 후보자의 선거비용 증가 같은 국가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초래한다.
우편투표 방식이 아닌 해외투표소 설치 방식도 그리 용이하지 않다. 해외투표소는 재외공관 주도로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투표관리에 미숙한 재외공관 종사자가 이것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어렵다. 재외공관이 없는 지역 거주 재외국민의 투표 시행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방식 또한 추가적인 국가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

(2) 선거의 공정성 문제
이러한 선거 기술상 문제와 맞물린 것이 선거의 공정성 문제이다. 시간상 그리고 공간상 선거홍보와 선거관리가 국내처럼 철저하게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해외 부재자 투표의 경우 공정성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 점을 기각의 한 논거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사실 선거의 공정성 확보는 선거부정 방지와 관련하여 선거관리의 최대 과제이며, 후보자 사이에 가장 논란이 많은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로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인데, 해외 부재자 투표의 경우 이것이 어려운 것이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3) 내국민과 형평성 문제
다음은 내국민과 형평성 문제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도 지적하다시피, 해외 거주민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해외 거주를 선택한 사람으로서 투표권 행사에 장애가 되는 사유를 스스로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외에 조세 의무의 이행 면에서 내국민과 차이가 있으므로 참정권과 같은 권리 보장 면에서 동일한 대우를 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없을 수도 있다.

(4) 단계적 도입 문제
이상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여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안이 단계적 도입안이다.
사실 해외 부재자는 다양한 집단을 포괄한다. 먼저 유학생이나 주재원 같은 일시체류 재외국민과 해외이민을 목적으로 이주하였으나 아직 시민권을 못 받았거나 안 받은 영주권자로 대별할 수 있다. 일시체류 재외국민은 다시 3개월 이내의 단기체류 재외국민과 그 이상의 장기체류 재외국민으로 나눌 수 있다. 영주권자 중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재일동포처럼, 대한민국 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분들도 있다. 더욱이 이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 3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며 직업과 학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어떤 집단에게 먼저 투표권을 인정할 것이며, 차후에 대상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가 단계적 도입론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 차원에서는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당시에 국내에 1개월 이상 체류하는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국회 차원에서는 1997년 여야당이 각기 제출한 재외동포기본법(안)에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997년 재외동포기본법(안)은 정부측의 반대에 부딪혀 자동 폐기되었으며, 1999년 법무부가 제출한 재외동포법 초안의 투표권 부여 조항은 이후 1개월이 너무 짧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은 결과 3개월로 수정되어 국회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국회는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을 삭제시키고 말았다. 이 조항을 삭제한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에 거주하는 일시체류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3개월 이상 국내 체류 재외국민 전체에 대해 투표권을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5) 재외동포 사회 갈등조장 문제
아울러 정부와 여권에서 자주 제기하는 문제의 하나는 재외동포 사회의 갈등 조장 문제이다. 1997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여권이 제기한 이 의견은 사실 외교통상부의 의견이기도 하다. 재외동포 사회는 다양한 집단을 포괄한다. 우리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이 있는 반면에 거주국 국적을 가진 외국국적동포가 섞여 있다. 최근에 이주한 이들은 물론 주로 재외국민이지만 동포 사회의 주류는 그곳에서 오래 거주한 외국국적동포이기 마련이다. 재외국민 가운데서도 이민을 간 이들과 유학이나 주재원으로 간 이들이 또 다르다. 이주 세대간 차이나 사회계층 별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모국의 정치가 영향을 미칠 경우 상황을 더 복잡해 질 수 있다.

(6)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재외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계속 억제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경제발전과 지속적인 민주화로 OECD에 가입하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OECD 가입국가 가운데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이것은 조만간 도입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위의 문제는 도입 이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는 방향에서 풀어가야 할 것이다.


4. 주요국 사례

(1) 일본
일본은 이태리, 대한민국과 더불어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해외 부재자 투표를 시행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였으나, 2000년 5월부터 해외 부재자 등록 규정과 해외 부재자 투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해외 부재자 투표를 시행하는 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선거인데, 이 경우에도 당분간은 비례대표선거에 한정해 실시하고 있다.
해외 부재자 등록 대상은 만 20세 이상의 일본국민으로서 계속해서 3개월 이상 영사관 관할 구역에 주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해외 부재자 등록 명부는 영구적인 것으로서 시·구·정·촌 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하며, 등록 대상자는 관할 영사관을 경유하여 시·구·정·촌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시·구·정·촌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한 사람에게 재외선거인증을 교부한다.
해외 부재자 투표는 (1)재외공관투표 (2)우편투표 (3)귀국투표로 할 수 있다. 재외공관투표는 선거 공시 또는 고시 일부터 선거일전 5일까지 기간에 투표소를 설치한 재외공관에 가서 재외선거인증과 여권 등을 제시하고 한다. 우편투표는 재외공관투표가 곤란한 지역이나 별도로 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에 투표용지를 송부 받아 기재하고 관계서류에 필요사항도 기재한 다음에 등록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투표소 폐쇄시각, 곧 투표일 오후 8시까지 도달하도록 발송하여야 한다. 귀국투표는 말 그대로 귀국하여 투표하는 경우로서 국내 부재자 투표 절차를 따른다.
일본은 지정선박에 승선하여 해외를 항해하고 있는 선원에 대해서는 洋上投票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매수죄, 선거의 자유방해죄, 작위투표죄, 공무원선거운동제한위반죄 같은 선거 관련 벌칙 규정을 재외국민에게도 적용한다.

(2) 영국
영국의 경우에는 총선거와 유럽의회 선거에 대해 해외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며, 지방의회 선거의 경우는 인정하지 않는다.
해외 부재자 등록은 해외이주 직전 투표 시에 등록하였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하여야 하는데, 해외 이주 이전에 너무 어려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최종 거주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연락하여 관련 서류 양식을 송부 받은 다음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등록이 가능하다.
영국은 이제까지 해외 부재자 투표 대상에 변동이 심했는데, 1949년 이후 재외공관 직원에 대해서만 투표권을 인정하다가, 1985년 이후에는 출국 이후 5년 이내인 재외국민에 대해서만 투표권을 인정하였고, 다시 1989년 이후에는 20년 이내 해외 거주자의 경우까지 확대하였으나, 2002년 4월부터는 15년 이내 해외 거주자에게만 인정하는 것으로 다시 축소하였다.
선거인 명부 갱신은 매달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등록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작성 후 3개월이 지난 등록신청서는 받지 않는다. 등록신청은 매년 하여야 한다. 선거등록사무소는 등록 유효기간 만료 2∼3개월 전에 이를 알려주어야 한다.
재외국민은 또한 해외 부재자 등록 시에 대리투표를 할 것인지 우편투표를 할 것인지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알려주어야 한다.

(3) 미국
미국 국방성은 해외 주둔 군인과 국민의 부재자 투표를 지원하는 연방투표지원프로그램(Federal Voting Assistanc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근거법은 제복을 입은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법(Uniformed and Overseas Citizens Absentee Voting Act)으로서, 이 법은 본래 투표지를 떠나 거주할 수밖에 없는 해외 주둔 미국 군인과 외항 선원 그리고 그 가족으로 하여금 부재자 투표를 하도록 돕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일반 국민도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부재자 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는 위의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따르면 300만∼550만 정도의 미국 국민이 해외에 체류 또는 거주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이들의 부재자 투표 기각률이 2000년 11월 선거의 경우 한 주에서 40%에 근접하고 있는 점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1)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2)등록 신청서 양식을 단일화하고 (3)우편투표용지 접수 요건을 완화하고 (4)해외 부재자 투표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투표절차는 먼저 투표를 하려는 재외국민이 재외공관에 출두하여 최종 주소지를 포함한 확인사항을 기재한 등록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재외공관은 이것은 최종 주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우송하며,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 심사 후 투표용지를 우편 또는 재외공관을 경유하여 송부한다. 등록신청서는 선거일 30일전까지 도착하여야 한다. 재외 선거인이 직접 투표용지에 기입하여 자기 부담으로 우송하는 것으로 투표절차는 끝난다.

(4) 호주
호주는 선거인으로 등록한 사람이 6년 이내에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해외 선거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 선거인 등록은 호주 출발 3개월 이내에 실제로 떠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18세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반 가족의 경우에는 18세 이후 6년 이내의 기간 동안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해외 선거인 등록을 할 수 있다. 해외 선거인 등록 양식은 호주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이외에 취업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주한 자로서 선거인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호주를 출발한 때로부터 2년까지 해외 선거인 등록을 인정한다.
선거인 등록은 해외 이주 직전에 등록하였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친척 등록지, 출생지, 또는 가장 연관이 있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 후 선거를 하지 않으면 부재자 투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5)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외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법과 대통령 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이 되어 있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2년 이상 국내거주 싱가포르 국민, 해외에서 훈련 또는 근무 중인 싱가포르 군인, 해외에서 연수받고 있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 21세 미만의 국비 또는 공공기관 지원 연수생, 싱가포르가 회원인 국제기구나 대통령이 지정하는 기관의 직원, 이들의 가족은 해외 부재자 등록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 해외 선거인은 선거공고일 이후 21일 이내에 본인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증명서, 싱가포르 출국일과 현재 주소, 21세 이상의 싱가포르 국민이라는 선서문, 투표하기를 원하는 해외 투표소를 지정하는 서신을 첨부하여 어느 선거관리사무소에건 등록할 수 있다.
해외 투표소의 투표는 싱가포르에서 투표가 실시되기 이전에 실시할 수 있으며 4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끝나야 한다.

(6) 대만
대만은 총통·부총통 선거와 관련하여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다.
총통·부총통선거법 제12조 제2항에 근거 규정이 있으며, 그 절차를 좀더 상세하게 규정한 재외국민선거권등기법(在國外之中華民國自由地區人民申請返國行使總統副總統選擧權登記辨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권리제한 자를 제외한 20세 이상 재외국민은 출국 시 원호적지 진·시·구 호적사무소에 선거인 등록을 할 수 있다. 등록을 하려는 재외국민은 투표일 40일전까지 신청서, 국민임을 증명하는 서류, 우편물 국내 대수신인 이름을 적은 서류 등을 위 호적사무소에 제출하여야 하며, 호적사무소는 30일전까지 심사를 완료하여 등록 여부를 통지하는 한편 등록을 완료하여야 한다.

(7)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수준에 있거나 좀더 상위에 있는 국가 거의 모두가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이 제도의 도입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시행 내용 면에서는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 우리의 경우 도입 시에 이들 사례를 참고한 약간의 선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 재도입 방향

(1) 원칙의 확인
재외국민의 선거권, 그 가운데에서도 투표권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피할 수 없는 명제이다. 더욱이 거의 모든 국가가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를 도입하여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예외로 남을 경우 정치적 저발전 국가 또는 비민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 재도입은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다.

(2) 단계적 도입 방안
단, 현실적 난점을 고려하여 단계적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그 순서는 (1)해외 거주 일시체류 재외국민→국내 거주 장기체류 재외국민→해외 거주 장기체류 재외국민(영주권자) 순으로 투표권을 부여함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것은 내국민과 형평성 그리고 동질성 정도를 고려한 우선 순위이다.
해외 거주 일시체류 재외국민의 경우 투표 참여 기한을 호주처럼 6년 정도로 한정할 수도 있을 것이며, 영국처럼 15년 정도로 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한 설정은 그 이상 장기체류할 경우 입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기한을 고려하여 8년 또는 10년 아니면 최고 2회까지 각 선거에 대한 참여를 허용하면 어떨까 한다.
국내 거주 장기체류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내국민과 형평성 이외에도 국내 거주 장기체류 외국인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투표권 부여가 이루어질 경우 그것을 참고하여 기한이나 참정 범위를 정할 수 있으나 현재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여론 그리고 해외 거주 일시체류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 범위를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해외 거주 일시체류 재외국민에 대한 투표권 부여를 전제로 선거일 현재 6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 최고 8년 또는 10년까지 아니면 최고 2회까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투표권을 인정하면 어떨까 한다.
해외 거주 장기체류 재외국민(영주권자)의 경우 선거권 부여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이들이 거주국 이주를 전제로 이민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임. 하지만 이들이 시민권을 받기 이전까지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과 모국 지향적인 정서를 고려하여 일정 기간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에게는 주민등록 말소 이후 4년 또는 5년까지 아니면 1회에 한정해 투표권을 인정하면 어떨까 한다.

(3) 투표 관리 방안
투표권 행사 대상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로 하되,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일단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한 대안일 수 있다.
투표방식은 재외공관투표와 우편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이 어떨까 한다.
등록은 해외 거주 재외국민의 경우 최종 주민등록지 또는 본적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국내 거주 재외국민의 경우에는 주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등록 절차는 좀 간소화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양식을 다운받아 작성 후 우편으로 발송하도록 하고, 영국처럼 연중 등록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의 경우에만 본인 신청과 확인을 거쳐 참여시키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선거 관리와 관련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한데, 선거법 위반 시 해외 거주 재외국민에게도 벌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