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가 앗아간 참정권 되살리기
2001년 11월 20일 (화) 한겨레 111
한겨레 11월20일
재외국민의 투표권은 1972년 유신 이후 폐지됐다. 그 이전인 1967년 6대 대선과 7대 총선, 1971년 7대 대선 및 8대 총선 등 모두 네 차례 재외국민들의 투표가 이뤄졌으나, 교민사회의 반정부 성향을 염려한 유신 독재정권은 이들의 투표권을 박탈했다.
재외국민 투표권은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해 6월 이부영 의원이 해외동포 138명의 서명을 받아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 7월 초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치개혁특별법안을 합동으로 작성하면서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도 8월5일 당직자회의에서 “가능하면 선거권을 국외거주자에게도 주는 게 원칙”이라며 “정치개혁입법특위에서 이 문제를 협의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법령개정안을 마련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해외거주자 투표에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편으로 투표를 하든 해외공관에서 하든 회수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결국 선거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 엄격한 투표관리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과거 네 차례의 실시 경험은 이런 우려가 쓸데없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동포신문인 <오니바> 김제완 대표는 “선거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일”이라며 “해외진출 국민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들에 대한 참정권 부여를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단기체류국민에 대해서 선거권을 주고, 해외동포한테까지 늘려나가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