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의 힘 …‘복’터진 재외동포 예산
초청 간담회 비용 2배로, 민주평통 해외회의비도 256% 늘어
2009년 12월 02일 (수) 중앙
2009.12.02 03:15 입력 / 2009.12.02 04:58 수정
지난달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6개 상임위 중 가장 먼저 2010년도 예산안 심의를 마쳤다. 재외동포 관련 예산 항목이 새로 생기거나 크게 늘어난 게 이 ‘운 좋은 예산안’의 특징이었다. 2012년 총선부터 부여되는 재외동포 참정권의 영향이 컸다.
외교통상부는 우선 ‘재외동포 및 교민 초청간담회’에 28억6934만원을 책정했다. 각 공관에서 관할 지역 내 교민들을 초청해 포럼이나 간담회를 열기 위한 이 예산은 지난해(15억80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외동포들에게 참정권 행사와 관련한 홍보활동 등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외동포재단 예산도 374억원에서 393억원으로 늘어났다. ‘재외국민 통합네트워크 구축’(40억원)이라는 신규 사업의 영향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민주평통)는 지난해 3억9200만원이던 해외 회의 예산을 13억9700만원으로 대폭(256%) 늘렸다. 지난해 해외 자문위원 수가 1977명에서 2644명으로 늘어난 데다 해외 지역 회의를 현지 회의 대신 국내 초청 회의로 대체한 게 이유였다.
이 같은 예산 반영에 적극적인 건 정부와 여당이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재외국민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서비스 차원에서 필요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소극적이다. “사실상 정권의 해외 홍보 예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한 재선 의원)는 이유에서다. 선거관리 실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던 ‘재외 선거관리’ 예산 43억9800만원이 반 토막(17억5000만원 반영) 난 것 등이 이 같은 의심의 배경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작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문학진 간사는 “악용되면 안 되겠지만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외통위 관계자는 “관련 예산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참정권 부여에 부정적인 것처럼 비치게 돼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평통법도 논란=외통위에 상정된 민주평통법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외통위 법안소위에서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동료 56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민주평통법 개정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의결됐다. 현행 ‘7000명 이상’으로 돼 있는 자문위원 수를 ‘2만 명 이상’으로 늘리고, 사무처장의 직급도 정무직으로 격상하는 것 등이 법안의 골자다.
민주당의 반발은 “해외 지부에 많은 수를 배정해 집권 세력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박주선 최고위원)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 등은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에 선거 중립 의무를 지우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직 이 법안을 쟁점 법안으로 분류하진 않았다. 민주당 소속 외통위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도 자문위원들을 지역 조직 관리에 이용해 왔다”며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정작 브레이크는 한나라당 내에서 걸렸다. 진영 의원이 “헌법 정신에 맞는 정책 자문기구로 돌아가게 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라며 문제를 제기해 법안 처리는 일단 연기됐다.
임장혁·선승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