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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이야기

한나라당의 몰락, 전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같다 했더니...


 

 2011년 12월 15일 (목)  김제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01&searchValue=&searchKey=&articleId=3725511&pageIndex=1

어제 아고라 정치방에 올린 글입니다. 

김성식 정태근의원이 한나라당이 거듭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쟁점은 한나라당을 무너뜨리고 재건축할 것이냐 또는 골격은 유지한 채 리모델링할 것이냐이다. 어느쪽이 됐건 172석의 공룡정당 한나라당이 위기를 넘어 붕괴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장면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기시감(데자뷰)이 든다. 열린우리당의 침몰장면이 그것이다.

참여정부시기 과반의석을 얻었던 열린우리당도 지금으로부터 꼭 4년전 한나라당처럼 비참하게 붕괴됐다. 창당 주역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만류에도 당을 깨자는 사람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당시 대선후보 정동영의원이 총대를 매고 나섰다. 문제는 선거결과였다. 열린우리당 집권시기 몇해동안 당의 이름으로 치룬 재보궐선거에서 40전 40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선거를 통해 힘을 충전해야 하는데 선거만 했다하면 패하니 어떻게 하겠나. 정치인들에게는 자기 당을 깨야할 만큼 절실함이 있었다.

나는 그뒤로 한동안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과연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잘못했나? 집권당으로서 오류도 있었고 서투른 점도 많았지만 선거에서 전패를 당해야 할만큼 잘못 한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이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문제 아닌가. 민주주주의 훈련이 안돼 있는 것이 아닐까, 혹은 한국인 특유의 어떤 기질과 관련있는 것 아닐까?

지금 붕괴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처한 조건은 내가 보기에 여야가 바뀌었을 뿐 본질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처한 상황과 같다. 지난해 5월 이전까지 서울시내 25개 구청장을 한자리도 빠짐없이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그런데 보수의 아성인 강남3구등을 제외하고 21개 구청장 자리를 민주당에게 일시에 빼았겼다. 한나라당 구청장은 자신이 무얼 잘 못했는지도 모르고 낙선했고, 민주당 후보들은 얼떨결에 구청장이 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서 올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시한번 유권자들의 의사가 변함없음이 확인됐다. 시장후보였던 나경원 후보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중구에서도 적지않은 차이로 패했고, 홍준표대표도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구에서조차 큰 차이로 패했다.

유권자들의 이같은 투표성향으로 인해 정치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후라이 판 위의 파전을 뒤집듯이 정치판이 뒤집혀진다. 제대로 익지 않은 채 뒤집혀져서 너덜너덜해 진다. 밥상에 올리기도 어렵게 됐다. 민주주의를 위한 황금율인 55대 45가 아니고 90대 10의 분할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겁에 질려 몸을 떠는 것이 이해가 된다. 스스로 당을 깨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럴만하다. 그런데 도대체 유권자들의 이같은 쏠림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정치선진국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 비슷한 사례가 보인다. 90년대부터 20년여동안 집권세력이 국정을 잘 수행했건 아니건 간에 정권을 바꿔버려 정치 분석가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제도가 고장난 것 아닌가, 또는 유권자들이 좌우만 주어져 있는 선택지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해동안 나타난 양태와 비슷해보인다. 프랑스와 한국의 유권자들의 투표행태가 겉보기엔 유사하지만 그 원인도 비슷한 것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강준만 교수는 쏠림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정권교체가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사실 일본등 동북아시아 나라들은 정권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정치 후진국에 비하면 낫다고 해야할 일이다. 문제는 이런 쏠림 현상이 정상적인 정당 정치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기보다 바람이 불기만 기다린다.

한국인 특유의 화끈한 성격이 원인일까. 잘못했다면 잘못한 만큼만 응징해야 하는데 한번 열을 받으면 완전히 패망에 이르게 하고 만다. 도대체 이런 특성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농부가 밭을 탓하랴고 하면서 유권자를 탓하지 않는다. 선출직이 유권자를 비판하는 것은 자살행위이고 금기시돼 있다. 그러나 평론가 학자들은 말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이런 난폭한 투표행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겨울 엄청추웠다. 1월 한달동안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간 시간이 불과 몇시간이었다. 비가 한번 오면 억수로 쏟아진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이런 자연환경의 영향인 것일까? 사회과학적, 인문학적, 자연환경의 영향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연구해서 누가 발표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