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외동포칼럼

재외동포법 개정운동 다시 시작하자


재외동포법 개정운동 다시 시작하자

[긴급제언] ‘러시아 동포 자살’ 이대론 안된다

김제완 기자  |  oniva@freecha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5.08.16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에서 러시아동포 이리나씨가 목숨을 끊었다.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뒤 퇴직금도 받지 못한 것을 비관한 자살이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서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고 적은 귀절이 가슴을 친다.

 


전같으면 동포운동단체들이 적극 나섰을 사건이지만 지금은 외국인노동자 단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을뿐이다. 사회운동도 그를 외국인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지난해 2월 일명 재외동포법(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 법개정운동가들과 중국동포들은 밤새 축배를 들었다. 중국과 러시아동포들을 재외동포의 범위에서 제외한 '악법'이 개정됨에 따라서 이들도 재외동포법에 규정된 여러 혜택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재외동포 비자로 알려진 2년 기한의 F-4 비자를 부여받고 주민등록증에 버금가는 효력을 가진 국내거소신고증을 발급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이 지나면서 중국동포들은 무언가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외동포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여러가지 규제조항을 두어서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동포들이 대거 유입되면 국내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법무부 관리들의 판단 결과이다. 이 시행령은 재외동포법 1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동포의 자유로운 왕래가 실현되도록 함께 고민하고 애를 썼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대의가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지만 법개정 뒤에는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처럼 현실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중국동포문제가 외면당하고 있다. 법 개정전보다 지금이 더 나빠졌다는 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전과 달리 보호해줄 조직도 사라진채 그들만이 외롭게 남아 불법체류자 단속에 쫒기고 있기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재외동포운동단체들이 전력을 기울였던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은 실패한 운동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개정 운동가들은 승리했지만 동포들은 해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법개정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개선됐어야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체면을 세울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무부의 완강한 입장과 보수적인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셈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한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재수 고문변호사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 재외동포법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헌법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송을 제기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재외동포법은 '재미동포법'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로 그 혜택이 미국동포들에 집중돼 있었다. 법제정 과정도 미국동포들이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중국 러시아 동포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에 의식이 있는 미국동포들이 나서야 할 때다. 

 


전에는 국내의 동포운동가들이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을 전담했다면 이제는 세계각지의 동포사회가 나서야 한다. 여유있는 동포들이 힘들게 사는 동포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내동포들도 관심을 갖을 것이다. 다시는 이리나씨와 같은 동포들의 비극적인 자살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이씨의 명복을 빈다.